고용부 “대형차 운전자 ‘근로자성’ 검토 아직 초기 단계”
노조 “SK에너지 것만 운송” vs. SK에너지 “운전자와의 계약 아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고용노동부가 ‘SK에너지 유조차 노동조합’의 노조 설립 신청서 처리와 관련해 유조차 운전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7개월째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학습지 노동자와 정수기 설치 노동자 등 노무 제공자(옛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군에서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관계를 맺었어도 원청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는 등의 근로자성이 인정돼 기업별 노조(이하 기별 노조)를 설립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고, 계약 형태가 비슷한 화물노조 역시 잇따라 기별 노조를 설립하고 있다. 다만, 유조차 기별 노조는 이제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
23일 SK에너지 유조차 노조 등에 따르면, 노조가 지난 3월 22일 고용부 성남지청에 ‘SK에너지 유조차 노조’ 이름으로 최종 제출한 노조 설립 신고서에 대해 고용부의 신고필증이 7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교부되지 않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12조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신고 3일 이내에 고용부가 노조에 신고필증을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신고필증을 받은 노조는 노동조합법상 노조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고용부는 단순 지연이 아니라 노조 설립 신청 측이 ‘SK에너지 소속 근로자가 맞는지’ 즉, 노조 신청 측의 근로자성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 주장처럼) 묵혀두고 검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조 및 운송업체 등 사측) 양 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같이 검토하는 중으로, 유조차 운전자들의 근로자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까지 유조차 운전자의 원청에 대한 기별 노조 설립 논의가 아직은 시작 단계인 만큼,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화물차 운전자 등은 화물차를 운송업체 등을 통해 구매한 후 운송업체와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22년 서울고법 판결 등 차를 직접 보유한 운전자(지입차주)를 대상으로도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나오고는 있지만, 원청 대상 기별 노조 설립은 아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특고(노무 제공자) 관련해서 노조 설립이 인정된 경우가 일부 있지만, 대형 차량이나 유조차 운전자 관련해서는 검토 초기 단계”라고 부연했다.
SK에너지 유조차 노조는 사실상 SK에너지의 물류만을 처리하는 하청 운송업체 소속인 만큼, 원청이 SK에너지가 맞다는 입장이다. SK에너지 유조차 노조는 SK에너지 물류를 처리하는 전국 15개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은 운전자들로 구성돼 있다.
SK에너지 유조차 노조 관계자는 “(15개 업체는) SK에너지 물류만을 100% 운송하고 있다. 다른 건 운송을 못 한다”고 강조했다.
SK에너지는 노조 설립을 신청한 유조차 운전자들이 SK에너지가 아니라 SK에너지와 운송 계약을 맺은 별개 기업과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SK에너지 소속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우리가 (운전자들과) 계약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고용부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향후 SK에너지 유조차 노조 측과 추가 논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언제 검토가 마무리된다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사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후 추가로 노측에서도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듣고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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