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현금카드 QR코드 ATM 입·출금 서비스
은행권, 12월중 입출금 관련 서비스 도입 예정
NFC기반 比 고객 접근성·편의성 부족 걸림돌
향후 발전가능성 커…고객 선택권 확대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중국을 중심으로 아세안지역에 널리 보급된 QR코드 기반 결제서비스가 유독 한국 간편결제시장에서 힘을 못쓰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디지털금융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31일 한국은행 별관 1층에서 열린 ‘디지털금융 발전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는 한국 결제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QR코드 기반 결제 서비스의 현황과 12월중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바일현금카드 QR코드 ATM입출금 서비스’ 추진 계획을 점검했다.
현재 한국 간편결제시장은 MST기반의 ‘삼성페이’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현대카드 주도로 NFC 기반의 ‘애플페이’도 서비스되고 있다. 여기에 네·카·토라 불리는 빅테크3사(네이버, 카카오, 토스)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서비스를 선보이며 카드사와 은행의 주도권이 약화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1세션 발표자로 나선 김영욱 금융결제원 현금카드사업팀장은 “기존 바코드 방식에 비해 활용성, 보안성 등에서 장점이 있는 QR코드가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오프라인 간편결제 분야에서 QR코드보다 터치형 방식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국내 한 편의점 결제 이용현황 데이터를 보면 터치나 삽입형 방식의 카드결제 비중은 96.58%에 달하는 반면 QR결제는 3.4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사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형국이다. 반면 아세안 국가 QR결제이용률 평균치는 38%에 달한다. 태국이 52%로 가장 높고, 인도네시아가 50%, 싱가포르와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도 모두 30%이상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은행의 경우 지주사 중심의 간편결제를 확대해 빅테크에 대응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는 건 자연스런 시장 논리”라며 “은행이 발행하는 유일한 카드인 현금IC카드의 경우 고유기능의 간편제공 및 정책적 기능 확보를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은행권을 중심으로 도입 준비중인 QR코드 ATM 입출금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표준제정 관련 표준화위원회 의결에 따라 준비가 본격화됐으며 올해 3월 은행실무책임자 논의와 기본계획 협의, 4월 서비스 구축 기본 계획 수립을 거쳐 6월부터 표준개발 및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이다.
전산개발 과정이 마무리되면 오는 11월22일부터 CBT를 진행하고 12월6일 전 은행권 확산을 목표로 도입 예정이다. 먼저 모바일현금카드 공동앱과 은행앱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며 이후 은행제휴앱, 민간제휴앱으로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인터넷은행과 카드사 역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ATM과 QR코드 기반 결제 서비스를 빅테크 대응 전략으로 삼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ATM 기능과 QR코드 활용 서비스 확대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김태훈 카카오뱅크 매니저는 ‘ATM과 스마트 출금의 미래’에 대해 “ATM은 기본 기능인 현금입출금 기능은 유지하면서 스마트뱅킹에서 지원되는 대다수의 기능은 자동화기기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창구 대면 업무가 필요한 대다수의 기능은 ATM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은행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디지털점포를 도입하면서 고도화된 ATM, 즉 STM을 통해 일부 창구 업무를 수행하거나 상담을 화상통화로 진행하고 있다.
이재성 BC카드 차장은 QR코드 기반 결제서비스가 아세안을 중심으로 이미 안착한 만큼 한국도 관련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이 차장은 “아세안 국가권에서는 자국내 모든 모바일 전자지갑이 통일된 QR코드 체제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중앙은행 주도로 국가표준 QR코드를 개발해 도입을 적극 추진한데 힘입어 빠르게 확산됐다”며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는 표준 QR코드를 기반으로 아세안 역내 국가 간에도 QR결제망을 연동했다”고 밝혔다.
주요 아세안 국가들이 통일된 QR코드를 기반으로 아세안 경제권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세안 경제권과의 QR결제망 연계 등은 새로운 시장 확보 및 사업확장 전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도 다른 아세안 국가처럼 QR코드 통일을 중앙은행 주도로 획일적으로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문정호 한은 전자금융팀 과장은 “국내 간편결제서비스는 각기 다른 QR코드를 사용하고 있어 정책적으로 통일된 공유모델 마련이 필요해 보이지만 하나의 모델만을 강제하는 것은 민간혁신, 자율경쟁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QR코드 결제 관련 금융권 표준이 이미 국내에 존재하지만 가맹점 QR코드는 핀테크업체들의 자체 자산으로 원활한 공유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QR코드 가맹적 공유를 강제화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적 고려사항 외에도 정산 통화, 청산 방식, 지급 불능시 관련 대안 및 책임소재 등 다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과장은 은행권이 도입하는 QR코드 ATM 입출금 서비스에 대해 “스마트폰 기종, 거래은행 제약없이 모바일 현금카드를 통해 ATM 입출금할 수 있게 되면 모바일 현금카드앱내 ATM 위치 검색(금융맵 서비스) 및 이용정보 제공기능과 함께 활용시보다 편리한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QR코드 ATM이 최근 결제수단 가치가 과거에 비해 떨어진 ‘현금’과 관련된 서비스라는 점에서 QR코드 서비스 확대 효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QR코드는 간단한 터치로 간편결제가 진행되는 NFC 기반 방식 대비 편의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현금 이용비중(건수 기준)은 2013년 41.3%에서 2021년 21.6%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에따라 ATM 거래건수도 같은기간 411만건에서 265만건으로 줄었다.
특이한 점은 ATM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ATM수는 2013년 12만4000대에서 2021년 11만7000대로 현금 이용현황이나 ATM 건래건수 급감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폭 감소했다.
김태훈 매니저는 “ATM 사용은 줄어드나 전통매체 미소지 증가에 따라 스마트 출금서비스 사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문 과장은 “NFC와 QR코드가 이율배반적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QR코드 ATM서비스는 NFC 외에도 QR코드 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객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봤다.
김 매니저도 “QR코드 같은 경우 데이터를 많이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결제시장에서 활용할 방안이 굉장히 많다”며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한 결제수단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조만간 글로벌 QR코드 통일화 논의도 이뤄질 것 같다”면서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과 전략 수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번 서비스와 관련 비용 분담 문제가 거론됐다.
이 같은 질문에 김 팀장은 “은행 공공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관련 규칙에 따라 비용 등이 처리돼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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