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이 국가 뉴스대행기관 될 수 없는 건 당연”
“연합뉴스TV는 해외에 뉴스 송출하는 국가기관 역할 분담”
“정부·국회 차제에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역할 공부하도록”
“AP, 로이터, AFP, 교도 등의 경우 참고하면 이내 알 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1월 29일 을지학원의 연합뉴스TV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신청을 사실상 불승인했다. 을지학원은 방통위 결정 직후 연합뉴스TV 최대주주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TV의 대주주는 연합뉴스(29.89%)이고 2대 주주는 을지학원(29.26%)이었는데 최근 을지학원이 0.82%의 주식을 추가로 인수해 1대 주주 지위에 도전했다가 무산된 것.
방통위가 8명으로 구성한 심사위원회는 을지학원에 대해 △방송의 공적 책임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부족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재원 확보 방안 등을 지적하고 “공공성, 공익성 측면에서 보도전문채널 최다액 출자자로 적합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냈다.
심사위의 그 같은 의견은 ‘보도전문채널’인 연합의 제1주주로 을지학원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의견과는 별개로,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서 해외에 ‘한국 뉴스’를 내보내는 연합의 경영을 민간기업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당연했다.
AP·로이터·AFP·교도 등 경우를 보면 이내 알 수 있는 일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 운영권을 가지려고 시도한 일, 또 그런 을지학원의 시도를 애초에 끊어내지 못하고 신청을 받아들인 방통위. 모두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라는 기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던 데서 이번 해프닝이 비롯됐다고 본다.
방통위나 을지학원뿐만 아니라 정부나 국회도 이해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언론계 일각에서도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이해 부족은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를 국내 역할에 한정해서만 보고 해외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무지(無知)한 데서 비롯된다.
거꾸로 예를 들어보자. 우리 한국민이 미국 소식을 접하는 창구는 대부분 AP통신사나 CNN방송 등을 통해서다. 국내 언론사 현지 특파원 기사나 간혹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 현지 신문 기사를 접하기도 하지만 그건 일부분이고 AP 기사를 한국 측 계약사인 연합뉴스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국 소식을 로이터를 통해 접하고, 프랑스는 AFP, 일본은 교도통신(共同通信) 기사로 보게 된다. 이 뉴스통신사들은 자국 내 뉴스 외에도 지구촌 각종 뉴스에 대한 보도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의 경우도 국가 위상 제고에 힘입어 지난 몇 년 사이에 해외에서의 영향력이 늘어났다. 경제 대국으로의 성장과 함께 스포츠, 연예 부문의 약진 덕분에 외국 언론에서도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며, 그게 을지학원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기업에도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을지학원이 아니라 다른 대기업에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경영을 맡길 경우도 가정해 보자. 뉴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과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욕심으로 인해 국가 차원의 뉴스통신사 운영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기 십상이다. 보통의 언론사에도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문제지만, 특히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에는 더욱 엄격하게 민간기업의 장악을 배제해야 하는 이유다.
제2의 을지학원 나오거나 정파 이익에 이용될 우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이 기업이나 정권에 휘둘릴 우려? 충분히 가능성 있다. 을지학원처럼 ‘물색없이’ 연합을 가져보겠다고 나선 기업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연합의 수익구조가 좋아지고 국내외 영향력이 커지면 대기업 등에서 눈독을 들이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현실적으로는 기업보다 정파 이익에 이용될 우려가 더 크다.
연합의 경영진 선정권은 정치권, 그중에서도 대통령실과 여당 측에서 많이 쥐고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국가기간 언론사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야당 역시 일정 몫을 갖고 있어 제 밥그릇을 내놓을 생각이 별로 없다.
연합의 소유구조 개편이나 경영 자립 문제는 그래서 ‘선진 대한민국’ 차원의 안목으로 모두의 지혜를 모아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프랑스 AFP는 ‘국가권력을 대행하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만, 회사 경영이나 기사에 관한 한 정치권의 간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연합은 AFP 모델을 채택하고도 싶었으나 ‘한국의 정치집단이 프랑스 정치집단이 아닌 고로’ 실현은 요원하다.
언론계에서는 잘 알고 있는 연합뉴스의 특징 하나. 연합뉴스나 연합뉴스TV는 언론의 고전적 가치인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지키려고 나름 애쓴 언론사 중의 하나다. 정권이나 경영진의 압력에도 불구, 직원들의 독립성이 비교적 잘 살아있는 언론사다. 그래서 지난 정권이나 지지난 정권에서도 정권의 ‘물’이 덜 들었다.
일찌감치 경영진의 간섭을 받지 않는 ‘편집 총국장’ 제도를 국내 최초로 운용하고도 있다. 당연히 좌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래서 요즘 세태 평가로는 ‘별로 특색 없는’ 언론사다.
이번 을지학원 해프닝을 계기로 정치권과 정부는 국가기관의 한 축인 연합을 흔들지 말기를…! 기업들을 포함한 모든 사적 기관은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에 대해 과도한 욕심을 접기 바란다.
특수한 격의 언론사인 연합은 다른 언론사들과 경쟁관계라기보다는 ‘상호보완’ 성격에 가깝다. 최근 언론계에서 연합에 대해 꽤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