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임영록 중심 경영전략실, 오프라인 경쟁력 회복 나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신세계그룹이 상대적으로 일찍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강력한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통업황 악화와 경쟁 심화로 어느 때보다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신세계의 ‘절치부심’이 통할지 주목된다.
신세계의 고강도 체질 개선 신호탄은 조기 임원 인사였다. 신세계는 지난 9월 20일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보다도 한 달여 빨라진 것으로, 일찌감치 내년도 사업 구상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경쟁사인 롯데그룹이 아직까지도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른 시점이다.
시기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파격이었다. 대표이사의 약 40%를 물갈이하면서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계열사인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도 모두 바뀌었다. 신세계 대표이사는 박주형 전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이마트 대표이사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였던 한채양 대표가 맡았다.
겸직 폭이 넓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고,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은 ‘원(One) 대표체제’로 전환돼 한채양 대표가 이끈다. 신세계는 통합대표체제 운영을 통해 조직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와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전략실’ 조직도 손봤다. 신세계는 지난달 기존 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한 경영전략실로 개편했다. 이는 앞서 이뤄진 정기 임원 인사의 후속 조치다. 기존 지원본부와 재무본부 체제는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 조직으로 개편, 성과 창출의 최일선을 담당하게 된다.
신세계 측은 “임원 인사를 통해 각 사별 지속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고, 이후 각 사별 세부 조직 개편을 통해 실행 방향 설정이 이뤄졌다고 판단, 새로운 성장을 이끌 조직으로 경영전략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이번 조직 개편을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기 속에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전략실은 그룹 최고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안정적으로 보좌하는 본연의 업무를 강화해 그룹 전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각 계열사 간 시너지 발휘를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정용진 부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이었다고도 해석하고 있다. 기존 전략실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직속 조직이었는데, 앞서 이 회장은 전략실을 발판 삼아 그룹 전체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신임 경영전략실장에 정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임영록 사장을 임명했다. 앞서 지난 2015년부터 그룹 전략실을 이끌어 온 권혁구 사장은 8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권 사장은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실제 정 부회장은 최근 연일 경영전략실 회의를 주재하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23일 첫 경영전략실 전략회의에서는 “경영전략실부터 솔선수범해 변화의 선두에 나설 때 그룹 전체의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경영전략실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열린 전략회의에서도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 체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경영전략실과 그룹 전반에 대한 인사 시스템 재점검과 개선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경영전략실의 ‘인사’는 각 그룹 계열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하면서도 정확한 인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면서 “모든 인사와 보상은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해야 하며 구성원 모두가 수긍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평가 지표를 수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경영전략실 조직 개편으로 신세계의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회복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전략경영실장을 겸하면서 정 부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스타필드’ 사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신세계프라퍼티를 이끌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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