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시장 민간에 개방됐지만…지원·개입 수준에 성패 달렸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공공주택시장 민간에 개방됐지만…지원·개입 수준에 성패 달렸다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2.13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품질 공급속도 개선 기대…LH 개입 수준 변수
토지비용·저리융자 등 ‘공공성’ 확보 방안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의 일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져 큰 우려를 안기고 있다.ⓒ연합뉴스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의 일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져 큰 우려를 안기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주택시장이 민간에 개방되면서 건설업계가 득실을 따지고 있다. 업계는 대형과 중소형 여부, LH의 개입 정도에 따라 참여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민간 경쟁 구도로 가면 공공주택의 품질이 높아지겠지만 적정가격 수준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대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공공주택 품질·공급속도 개선 기대…LH 개입 수준이 변수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LH가 도맡아온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 건설사에도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주택 시장에서 LH와 민간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 주택 품질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전에는 민간 건설사가 LH 등 공공기관 사업에 합류하거나 지분을 나누는 방식으로 공공주택이 지어졌지만, 앞으로 민간 혼자서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다.

공공주택 시장의 문호를 민간 건설사에 개방하겠다는 발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LH가 공공주택을 도맡아서 발생한 독점 등 부작용을 고려하면 민간과의 경쟁 구도는 (문제점 개선을 위해) 중요한 방향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 중심으로 참여 유인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사들은 당연히 공공주택 시장에 들어올 만하고 향후 건설시장이 악화되면 건설사의 규모와 상관 없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공공주택을 많이 맡아온 중소건설사에겐 좋겠지만, 10대 건설사는 자체적으로 주택사업을 펼 능력이 되므로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참여로 공공주택 공급의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교수는 “기존 물량을 민간에 넘겨주는 구도라서 공급 총량을 늘리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민간이 공공보다는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공급 압력을 현실화시키는 등 공급 속도의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시장의 대부분은 민간 사업으로 이뤄져 공공주택 공급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을 재량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들은 몇 개 되지 않아 LH가 지금까지 공급해오던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LH가 얼마나 개입할지 여부로 보인다. 민간에 공공주택 시장을 개방한다 해도 사업 특성상 LH가 개입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 30위 안에 드는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이 공급을 주도하게 한다 해놓고 LH가 얼마나 개입할지 감이 안 잡힌다”며 “자율성을 준다는 방침과 달리 LH가 가격이나 시공에 개입하면 오히려 단순도급보다 사업이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주요 건설사 관계자도 “공공주택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도 LH의 가격 개입이 없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각자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들은 브랜드 평판을 지키기 위해 공공주택 사업을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품질·가격 모두 잡는 ‘공공성’ 과제…“토지비용·저리융자 혜택 필요”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에 개방했을 때 저가에 적절한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성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이 위원은 “시세보다 낮게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한다”며 “정책 집행자는 싼 가격과 작은 크기로 많은 물량을 공급할 것인지, 더 비싸고 큰 집을 적게 공급할 것인지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격 적정성과 주택 품질 사이의 균형을 잡아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창무 교수는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LH가 공공주택 사업을 위해 누렸던 저리 융자와 토지 저가 매각 같은 지원책이 민간에서도 똑같이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12일 기자회견에서 “LH 등 공공기관이 받는 주택도시기금의 대상을 공공주택 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으로 넓히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다만 LH가 일정 비율만큼 세대를 직접 매입해 민간 건설사의 사업성을 보장하는 대책은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교수는 “민간이 지은 공공주택을 LH가 시세대로 사주지 않을 것”이라며 “LH가 목표로 둔 공공물량을 어떻게든 소화해야 하는 역할을 위할 뿐 민간 사업성을 향상시키는 대책은 아니”라고 짚었다.

공공주택의 가격을 낮추는 수단인 최저가 입찰제에 대해서는 품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폐지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박 위원은 “건설업체들이 LH사업을 수주하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결과적으로 품질 저하로 연결된다”면서도 “적정선에서 가격을 산정해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건 맞지만 품질과 안전, 단가 모두 지켜야 하므로 입낙찰제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말하는 품질 강화를 위해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적정 가격과 품질로 건설사가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게 한 뒤 소비자의 평가를 받게 해 퇴출 여부가 결정돼야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