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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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신당은 필연이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12.2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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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정치권과 타협 않는 게 이준석의 상징자본
윤 대통령·국민의힘이 무릎 꿇어야 복귀 명분 생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기성 정치권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기성 정치권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다. ⓒ연합뉴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신당’입니다. 특히 ‘이준석 신당’이 탄생할 것인지, 현실화된다면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지가 이목을 끕니다. 혹자는 아예 창당조차 하지 않을 거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떨어뜨릴 정도의 힘은 갖게 될 거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30석 획득도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여러 시나리오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던 건 신당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레버리지(leverage) 전략’이라는 겁니다. 신당 창당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더 큰 대가를 얻어내려 한다는 해석입니다. ‘이준석 신당’은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뿐 실제로 창당할 생각은 없다는 관측이죠.

하지만 이런 ‘전통적 시각’으로는 이 전 대표의 행보를 오독(誤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전 대표의 포지션이 워낙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전 대표를 ‘청년 정치인의 상징’으로 인식하지만, 그건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의 일각(一角)에 불과합니다. 이 전 대표의 진짜 가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임과 동시에, 기존의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안티테제이기도 하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성 정치권은 청년을 ‘선거용 소모품’ 정도로 취급해 왔습니다. 청년 정치인들은 이런 문화에 반발하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제고해왔죠. 문제는 몇 번의 선거가 반복된 뒤에도 청년들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국회로 진입했던 청년 정치인들은 어느덧 그들과 야합(野合)해 거수기로 전락했고, 청년들은 ‘나이만 젊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실망하는 모습이 반복됐습니다.

이 전 대표는 달랐습니다.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당대표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적당히 물러서면서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유력 대권주자와도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심지어 현직 대통령과도 부딪쳤습니다. 관습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그의 저돌적인 태도에 분노를 느낀 반면, 적지 않은 청년들은 기성 정치권과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 전 대표에게 매료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가 좀 더 ‘정치적’이어야한다고 충고했지만, 오히려 그 ‘공격성’이야말로 이 전 대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셈입니다.

때문에 이제 이 전 대표에게는 신당 창당 외의 선택지가 없다는 예상이 힘을 얻습니다. 현재의 이준석을 만든 건 ‘기성 정치권과 타협하지 않는 청년 정치인’이라는 상징자본입니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숙이고 들어가는’ 순간, 그의 존재 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포기하는 단 하나의 길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자신의 요구대로 움직일 경우입니다. ‘이준석이 필요해서 모셔가는’ 그림이 나와야만 이 전 대표는 지금껏 자신이 쌓아올린 상징자본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에게 고개를 숙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신당 창당뿐입니다. 신당이 실제로 ‘자민련의 길’을 갈 수 있다면 제일 좋고, 최소한 더불어민주당에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줄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만 입증하더라도 이 전 대표가 유리한 게임이죠. ‘이준석 신당’이 국민의힘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 실증(實證)된다면 급해지는 건 국민의힘 쪽이니까요.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상징자본을 지켜내면서 실익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전 대표가 단순히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심을 토양 삼아 성장한 정치인이었다면 지금 같은 인기를 얻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금배지만 달면 사람이 변하는’ 기존 청년 정치인들과도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높인 게 지금의 이준석을 만든 거죠. 즉, 이 전 대표는 기성 정치권과 끝없이 싸우고, 이겨야 가치를 갖는 정치인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에게 ‘애원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는 한,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 전 대표가 공언한 디데이(D-Day)는 일주일 후. 과연 이 전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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