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이 중국옷이라더니”…사명 바꿔 돌아온 ‘동북공정’ 게임사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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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이 중국옷이라더니”…사명 바꿔 돌아온 ‘동북공정’ 게임사 [기자수첩]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4.01.11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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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논란의 ‘페이퍼게임즈’, 사명 변경…‘러브앤딥스페이스’ 론칭 앞둬
해명 및 사과 등 어떤 소통도 없는 모습 …유저 입장서 “안타깝고 실망스러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현재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인폴드코리아(페이퍼게임즈)의 ‘러브앤딥스페이스’ ⓒ 네이버 캡쳐
현재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인폴드코리아(페이퍼게임즈)의 ‘러브앤딥스페이스’ ⓒ 네이버 캡쳐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인폴드코리아’라는 새로운 사명으로 다시 한국 사업을 시작한다. 아이러브니키의 후속작인 샤이닝니키를 출시하며 ‘하나 된 중국’ 지지와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서비스 예정인 여성향 모바일 게임 ‘러브앤딥스페이스’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해당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인폴드코리아’가 과거 동북공정 발언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게임사 ‘페이퍼게임즈’이기 때문이다.

페이퍼게임즈는 2020년 11월 2일 여성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코디 게임 ‘아이러브니키’의 후속작인 ‘샤이닝니키’ 론칭을 기념해 한국의 전통의상인 당의와 곤룡포를 아이템으로 배포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는 한국 서버뿐 아니라 대만과 중국 서버에서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다수의 중국 유저로부터 ‘한복은 중국 55개 소수 민족 중 조선족의 의상이니 곧 중국의 전통 의상이다’, ‘한복이 아니라 한푸다. 표기를 정정하라’는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샤이닝니키’ 사건은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한국과 중국 유저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렇다 할 해명과 움직임을 보지 않던 페이퍼게임즈는 이틀 후인 4일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만 공식 입장문을 발표한다.

해당 입장문은 우리는 하나 된 중국 기업으로, 페이퍼게임즈와 조국의 입장은 늘 일치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샤이닝니키 한국 서버에서 조국을 모욕하거나 악의적 사실을 유포하는 유저는 계정 정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페이퍼게임즈는 늘 중국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존중할 것이며, 국가의 존엄 또한 지킬 것이라는 말로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샤이닝니키 공식 카페에 업로드 돼 있는 서비스 종료 공지글. ⓒ 네이버 카페 캡쳐
샤이닝니키 공식 카페에 업로드 돼 있는 서비스 종료 공지글. ⓒ 네이버 카페 캡쳐

사실상 한복이 중국의 전통의상이라는 동북공정에 동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유저들은 입장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페이퍼게임즈가 서비스 중이던 아이러브니키, 샤이닝니키, 러브앤프로듀서 공식 카페에 게재했다. 이후 게임을 즐기던 대다수의 유저들로부터 반발과 함께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불매 선언’이 이어졌다. 

페이퍼게임즈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고 유저들과의 기싸움이 이어진 끝에 론칭 7일 만에 한국 서버 종료 및 시장 철수라는 강수를 뒀다. 이 사건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에서 언급돼 ‘한국의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페이퍼게임즈의 동북공정 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당시 샤이닝니키 론칭에 앞서 이미 운영 중이었던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러브앤프로듀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것.

샤이닝니키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페이퍼게임즈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웨이보 계정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 문화에 대한 차이를 알아야 한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온다.

해당 게시글이 어떤 이유로 올라왔는지 확실치 않으나 업로드 시기와 내용으로 미뤄볼 때, 샤이닝니키에서 발생한 동북공정 사태를 두고 한국 유저들을 직접 저격한 것이라는 의견에 많은 유저들이 공감했다.

하필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공략 대상 남성 캐릭터인 ‘허묵’의 SNS 계정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던 계정이어서 동북공정 불씨가 ‘러브앤프로듀서’까지 번졌다는 유저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러브앤프로듀서 공식 카페에 올라온 한 유저의 게시글. ⓒ 네이버 카페 갈무리
러브앤프로듀서 공식 카페에 올라온 한 유저의 게시글. ⓒ 네이버 카페 갈무리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은 “캐릭터의 입을 빌려 회사의 사상을 전하다니 끔찍하다”라며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없을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 역시 ‘러브앤프로듀서’를 1년 넘게 즐기던 유저로 해당 사태를 실시간으로 겪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러브앤프로듀서’는 유저들의 대거 탈주로 인해 매출이 실시간으로 추락했고, 이는 게임의 최대 매력 중 하나인 성우 더빙 중단, 게임 운영 종료로 이어졌다.

다만 러브앤프로듀서 운영 종료 전, ‘러브앤딥스페이스’라는 타이틀로 후속작이 나올 것이란 소식이 일찍이 나왔었다. 몇 년을 기억 속에서 잊고 살다 동명의 타이틀로 3D 연애 시뮬레이션이 론칭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게임사’가 사명을 바꾸고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도, 몇 년 전에 홍보했던 후속작 타이틀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론칭한다는 것도 당황스럽기만 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일방적인 입장만을 내세워 유저들을 우롱하고 기만했던 게임사의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 시장 재진출을 고려했더라면, 페이퍼게임즈(인폴드코리아)는 사명 변경 이전에 이미 잃어버린 한국 유저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시도를 가장 우선시해야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버젓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러브앤딥스페이스’의 마케팅을 이어가는 모습은 ‘소통’할 의사조차 없음을 보여주는 듯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 항공, 물류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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