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정의당 노선투쟁에 뛰어들어
운동권 순혈주의에 맞선 류호정에 관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치라이뷰팀|정세운 기자, 윤진석 기자]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기자들과 데스크의 시각 ‘정치라이-뷰(Li-view)’는 취재를 녹인 분석들의 조합이다. 라이-뷰는 살아있는 정치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편집자 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그동안 운동권 순혈주의에 맞서왔습니다.
진보 진영의 정치에서 헤게모니를 쥐어온 쪽은 이제껏 운동권 순혈주의를 대변해온 그룹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모두 운동권 계보가 줄곧 주류를 형성해왔습니다. 대권에 오르는 것도 이들의 지지가 없이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이정희‧심상정 등 운동권 출신이 대선주자가 돼온 진보당‧정의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만 하더라도 노무현‧정동영‧문재인‧이재명 모두 운동권 순혈주의에 부합해 대선에 올랐습니다. 이들 운동권의 지지를 받은 쪽이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곧 진보 정치의 깨지지 않는 법칙과도 같았습니다.
586운동권 청산 요구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이제껏 진보 정치의 문제는 운동권 순혈주의에 있었습니다. 우리끼리 정서는 나눠먹기로 변질됐고 또 다른 패권주의로, 공고한 권력의 성역화를 이뤘습니다. 이념주의는 정치적 냉전의 가속화를, 조국 사태, 돈봉투 사건에서 보아오듯 봐주기식 정서는 진보 진영 전체의 모럴헤저드로 확산됐습니다.
정의당은 강서구청장 보궐 참패 이후 격렬한 노선 투쟁의 바다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자강파인 이정미 전 대표 중심의 주류는 녹색당과의 연합을 추진하는 한편 독자적인 노동환경운동 정당으로 가자는 강경 노선의 기치를 들었습니다. 신당파인 천호선 전 대표 등은 새로운 진보정당을 내세우며 탈당해 창당의 길을, 김종대 전 의원 등은 좀 더 유연한 진보정당의 노선을 주장하며 대안신당 길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탈이념‧탈운동권, 중도외연확장 노선으로 나아가자는 류호정 의원이 있었습니다. 젊은 여성 정치인이자 비주류인 류 의원은 정의당이 존립하려면 민주당 2중대 같은 방식이나 강성 통합진보당식의 회귀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고, 그에 따라 금태섭 새로운 선택과의 합당 등 제3지대 신당론을 주창,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이를 위해 3지대 신당과 손을 잡고서 당내 강성 운동권 주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을 모아 공론화를 벌였습니다. 당의 선거연합 방침이 확정되기 전까지 최대한의 반대파를 모아 어떻게든 주류 노선을 이길 방법을 강구하고 투쟁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탈당하지 않고 끝까지 노선투쟁을 벌이려는 류 의원을 향해 운동권 순혈주의의 난잡한 공격들이 펼쳐졌습니다. 비례대표직을 반납하고 나가라고 압박했고 “패륜” “먹튀”라는 등의 도 넘은 공격이 주를 이뤘습니다. 정의당 주류는 물론 심지어 국민의힘을 탈당한 천하람 변호사 등 개혁신당파 그룹 등에서도 비례대표직을 반납한 허은아 전 의원과 비교하며 마치 류 의원이 명분 없이 이득만 챙기려 한다는 식으로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의 살길을 모색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류 의원은 자신이 확신하는 길로 정의당을 이끌기 위해 당이 총의를 모으기 전까지 탈당하지 않고 치열한 노선 투쟁을 벌여왔을 뿐입니다. 노선 투쟁 과정에서 어떤 최종 결정도 나지 않았는데 3지대 신당 길을 선언했다고 해서 비례대표직을 던질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주류 측이 자신들이 녹색당과 연합하려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여기면서 류 의원이 금태섭 신당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마치 죄 지은 일 마냥 몰아세우는 것 또한 의아합니다. 류 의원을 노선투쟁에 뛰어든 비주류의 대표주자로 보지 않고 일개 비례대표일 뿐이라고 폄훼하려는 태도 자체가 졸렬한 프레임이라는 지적입니다.
당의 선거연합 방식이 최종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류 의원은 저항했고 버텼고 끝까지 싸웠습니다. 이는 사실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투쟁의 가치면에서 새로운 반향을 불러으킬만한 행보였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예로 들면 손학규‧안철수‧박주선‧주승용‧이언주 등이 운동권 순혈주의로 점철된 패권주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먼저 손을 털고 나간 바 있습니다. 류 의원은 반대였습니다. 어떻게든 당에 남아 저항했고, 세를 모으려 했으며, 중도신당이라는 제3의 길의 선택지를 보여주고 설득하려 했습니다. 여전사 잔 다르크와 같이 보기 드문 맷집과 용감함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14일 정의당은 정기당대회를 열고 대의원 투표를 거쳐 오는 4월 녹색당과의 한시적 선거연합정당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의 총론이 결정되기까지를 노선 투쟁의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류 의원은 깨끗이 승복하고 15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조롱성 여러 막말 공격에서 용기있게 잘 싸웠습니다. 운동권 순혈주의에 맞서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던, 끝까지 저항한 류 의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라이뷰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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