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로켓배송·파페치 앞세운 럭셔리 사업 투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쿠팡이 창사 13년 만인 지난해 마침내 ‘계획된 적자’를 끝냈다.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한 쿠팡은 향후 로켓배송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에도 거침없는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6174억 원(4억7300만 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31조8298억 원(243억83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쿠팡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15억 원(1억30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으며, 매출은 분기 기준 최대인 8조6555억 원(65억6100만 달러·분기평균 환율 1319.24원)을 기록, 한 해 전보다 20% 성장했다.
이로써 쿠팡은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쿠팡은 설립 이래 이른바 ‘아마존식 모델’을 표방하며 적자를 감수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면서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말로 우려를 일축하며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는데, 결국 13년 만에 그 결실을 본 셈이다.
쿠팡은 이제 진행 중인 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금까지 로켓배송과 유료 멤버십 ‘와우’를 기반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는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주춤해진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만 진출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지난 2021년 대만에 진출해 로켓 배송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대만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엔 쿠팡의 대만 진출로 PB 중소 제조사들도 해외 수출이 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30여 년 업력의 건강식품 제조업체 ‘케이에프한국자연농산’은 2019년 7억 원에서 2023년 21억 원으로 매출이 3배 늘었다. 비타할로 양배추즙, 호박즙 등 10종의 상품들이 대만 로켓배송으로 현지 고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만 시장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쿠팡의 신사업 분야 매출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긴 1조299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엔 대만·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사업이 포함된다.
명품 플랫폼 ‘파페치’ 활용도 주목된다. 쿠팡 모회사 쿠팡Inc는 지난해 12월 5억 달러(약 6500억 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 명품·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업계에선 쿠팡이 약점이라고 지적받던 패션·명품 카테고리를 단숨에 강화하기 위해 파페치를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쿠팡은 자체 배송력과 파페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럭셔리 카테고리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김범석 창업자는 컨퍼런스 콜에서 “5억 달러를 투자해 40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액(GMV)을 가진 업계 최고 서비스를 인수할 드문 기회를 발견했다”며 “몇 년 후 쿠팡이 어떻게 파페치로 명품 패션에 대한 고객 경험을 변화시키고 쿠팡의 전략적 가치를 담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출범한 파페치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1400개를 취급하는 플랫폼으로, 미국과 영국 등 190개 국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유통하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마침내 연간 흑자까지 달성한 쿠팡이 결국 ‘유통 패권’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쇼핑 매출은 연결 기준 각각 29조4000억 원, 14조5000억 원에 그치면서 쿠팡에 미치지 못 했다.
최근 중국계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쿠팡의 대항마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쿠팡 회원들의 충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게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에도 쿠팡의 소비자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은 쿠팡의 해외직구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도 “쿠팡은 쿠팡플레이 출시(2020년 12월), 쿠팡이츠 할인 제공(2023년 4월) 등으로 유료 멤버십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이에 따라 중국 업체의 성장에도 쿠팡이 유료 회원들한테 제공하는 혜택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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