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참 건의, 총선보다 먼저 챙겨야 할 이유 [金亨錫 시론]
스크롤 이동 상태바
암참 건의, 총선보다 먼저 챙겨야 할 이유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3.24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기업 脫중국 러시, 한국 亞 ‘허브’ 될 찬스”
“싱가포르, 일본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
“암참, ‘지켜볼 수만은 없어’ 대통령실에 유치 건의서”
“대통령실, 총선 매달리느라 머뭇거릴 시간 없다”
“과감하게 규제 풀어 글로벌화 발판 마련토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3월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3월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암참(AMCHAM·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은 ‘한국 편’이다. 주싱가포르 美상공회의소나 주일 美상공회의소도 각각 그 나라 편이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기업을 대변하지만, 해당국 기업과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게 각국 주재 美상공회의소의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 암참이 1953년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실에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나 한국 기업들이 할 일이지만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냈단다.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무더기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느슨한 대응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건의서를 냈다는 거다.  

차이나 엑소더스가 시작된 건 몇 년 전부터지만, 최근 기업들이 암참에 한국 진출 여건에 관해 잇따라 문의하고 있으며, 특히 싱가포르 대안으로 한국행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암참은 전했다.   

과도한 규제만 풀어도 기업들의 한국행 붐 이룰 것

정확하게는 ‘글로벌 기업 아태본부’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한 암참 건의서다. 지금 한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 아태본부 숫자는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적다. 싱가포르가 5000개, 홍콩이 1400개 등인데 비해 한국은 100개가 채 안 된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지만, 우리 경제는 수시로 발생하는 외생변수(外生變數)에 유난히 크게 흔들린다. 최빈국에서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수출이 원동력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과 끈끈한 유대가 긴요하고, 그 기업들의 국내 유치가 아쉬운 실정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그런대로 굴러가는 무역 상황에 안주해, 또 복잡한 국내 상황을 고려해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규제 철폐에 소극적이었다. 

대표적인 게 최고경영자(CEO)가 감당해야 하는 각종 리스크, 수시로 벌이는 비정기 세무조사,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다.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노조 및 일부 외국기업에 대한 거부감 등이 주요 원인이다. 암참이 이번에 대통령실에 개선을 건의한 것도 이들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암참은 이런 점들만 개선돼도 싱가포르와 함께 한국이 글로벌 기업 아태본부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암참 건의 내용, 그리고 일부 희망적인 것들

서울 생활비가 비싼 반면 삶의 질은 형편없다는 얘기는 이미 구문이 됐다. 그런 터에 주변 경제상황까지 급변, 제2의 도약을 꾀하지 않으면 경쟁국들과의 무역전쟁에서 크게 밀릴 수 있는 상황이다. 

20년을 잃어버렸다던 일본 재도약이 그렇고, 막강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세계 시장 상전(上典)으로 버티고 있는 중국이 그러하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의 약진도 한국경제를 압박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반도체까지 흔들리는 중이다. 이런 판에 원군을 자처하고 나선 암참의 진정성 있는 건의를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받아들여야 하는 건 당연하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지난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차이나 엑소더스’가 현실화하면서 한국으로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옮기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리스크 제거 등을 비롯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건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최고경영자 형사책임 리스크를 암참은 첫 순위로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에 비해 훨씬 무거운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으며 그 점이 CEO들이 한국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암참은 밝혔다. 십분 이해되는 지적이다. 암참은 “고의로 범죄행위에 가담한 경우에 한해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받아들여야 할 건의로 본다. 

암참은 노동정책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암참이 141개국 노동정책 합리성에 관해 조사한 결과 싱가포르가 평점 1위였고 일본 11위, 홍콩 19위였다. 한국은 97위에 머물렀다. 암참 자료의 객관성에 의문을 표한다 하더라도, 무역대국 한국이 노동정책 면에서 저 정도 하위에 있다는 건 분명히 큰 약점이다. 

보고서엔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17%인 싱가포르, 16.5%인 홍콩보다 훨씬 높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에 법인세를 5~10% 수준으로 깎아주는 걸 감안할 때 격차는 더 벌어진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에 한해 법인세를 5~10% 포인트씩 낮춰준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세수보다 글로벌화에 따른 한국경제의 플러스알파 효과에 더 비중을 둬야 할 때다. 암참 보고서에 부정적인 내용만 담긴 건 아니다. 암참이 800여 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아태 본부를 두고 싶은 국가’ 2위에 올랐다고 한다. 

김 회장은 “싱가포르 등에 비해 낮은 생활비, 정보기술(IT) 인프라와 한류 문화, 교육 여건 등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공감되는 대목이며 해당 부문을 더욱 강점으로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발 빠르게 기회 잡아야 하는 이유

이미 상당수 기업이 중국을 떠나 싱가포르 등지로 건너갔고 많은 기업이 여전히 중국 대체지를 찾는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옮기고 싶은 2위 국가로 꼽혔다. 그런 소식을 접한 일본, 대만 등이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얼른 규제를 풀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암참뿐만 아니라 한참 전부터 국내 기업들도 정부와 정치권에 글로벌 기업 아태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개혁과 세제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해 왔다고 한다. 정치권이 정쟁에만 몰입하고 정부가 미적대는 사이에 싱가포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제너럴모터스, 영국 다이슨 등을 유치했다.

국내 기업인들은 암참이 내놓은 보고서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정답이 담겨 있다고 거들며, 글로벌 기업 유치는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 세계시장에 대한 홍보 효과 등 외에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 안보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통령실이나 정부는 더 이상 머뭇거리면 안 된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