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젊은이들이 애를 낳겠나!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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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젊은이들이 애를 낳겠나!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3.03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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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애들 시대의 인구, 지금의 3분의 1 수준”
“저소득층은 애 낳을 생각 엄두도 못 내는 형편”
“신생아 10명 중 저소득층 출산은 1명꼴”
“외국 언론들까지 일제히 ‘한국 모델’ 연구”
“저출생 대책 ‘여성 우대정책’에 초점 맞춰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형석 논설위원]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천200명)보다 1만9천200명(7.7%) 줄어들며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 연합뉴스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천200명)보다 1만9천200명(7.7%) 줄어들며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 사상 처음 0.6명대로 내려앉았다. 통계청은 올해 출산율이 0.68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 1명 미만은 우리나라뿐이다. 

나라 장래가 암담한 가운데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저소득층이 애 낳을 생각을 거의 접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어나는 아이 중 열에 겨우 한 명만이 저소득층에서 태어났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유전자녀, 무전무자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이 일찌감치 한국의 저출생 현상을 자세히 보도한데 이어 지난주엔 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 산케이 등이 한국의 저출생 기사를 1면 등에 비중 높게 다루고 그에 앞서 영국 BBC방송은 특파원으로 하여금 1년 동안 취재를 시켜 심층보도하는 등 해외 각 언론이 ‘저출생 모델국 한국’을 일제히 조명하고 있다. 예기치 않게 그들 외국 매체 시각을 통해 주요 대책 방향이 보이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한국의 육아비용 

저소득층은 아이 낳을 꿈도 못 꾼다                                                            

합계 출산율 0.68명의 의미는 부부 100쌍(200명)이 낳은 아이가 모두 68명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가게 되면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엔 한국 인구가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우리는 출산율 분야에서 계속 세계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2022년 출산율 0.78명을 기록하자 각국 언론과 학계에서 ‘흑사병 때보다 더한 인구 격감’이라며 우리의 인구 감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0.7명대 출산율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뿐이다. 한국의 저출산 행진이 어디까지 가는지 세계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무덤덤한 편이 됐다. 

이거야말로 민생이나 국가 장래에는 별 관심 없이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과 정부가 비난 받을 일이다. 저출생은 개인 문제라기보다는 국가적 문제, 국가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베이징 위와인구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24년도판 ‘중국양육비용 보고서’에서 1인당 GDP 대비, 18세까지 양육비가 가장 높은 나라는 1인당 GDP 7.79배인 한국이라고 발표했다. 다음이 중국, 그다음이 이탈리아였다. 양육비가 덜 드는 부러운 나라는 싱가포르(2.1배) 호주(2.08배) 프랑스(2.24배) 등으로 그 부문에서 국가경쟁력이 있는 나라들이다. 

중국은 총인구수 1위 자리를 인도에 내주며 출산·양육비 절감대책을 내놓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14억 명이 넘는 중국의 호들갑에 대해 우리가 한가하게 얘기할 때는 아니다.  

양육비의 심각성을 일깨운 보고서가 하나 나왔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신간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에서는 ‘유전자녀 무전무자녀’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소득계층별로 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아이를 낳은 가구 수를 100 가구로 잡아 조사했더니 저소득층이 차지한 비율은 2010년의 11.2%에서 2019년에 8.5%로 떨어졌다. 아이를 낳은 100가구 중 저소득층 아이 수가 9명이 채 안된다는 의미다. 반면 고소득층 아이는 47가구에서 55가구로 늘었다. 이제 자녀 수에서도 양극화가 시작되고 있다. 

소득계층의 구간은 OECD 기준을 활용했다고 저자는 밝혔다. 저자는 정부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놨으나 출산율 하락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만 내놓고 후속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는 얘기겠다. 

외국 언론이 짚어낸 한국의 문제

앞에 밝힌 대로 외국의 언론사들이 일제히 한국의 저출산 현황을 취재 보도했다. 보도 내용의 윤곽은 국내 언론사들이 그동안 보도하고 지적한 문제점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 ‘이상하다’라고 여긴 한국적 현상은 다시 한번 우리가 눈여겨보고 참고할 만한 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BBC 방송은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교육비의 독특한 문제와 함께 “아내·어머니 역할의 더딘 변화가 핵심”이라고 짚어냈다. 풀어서 말하면,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여성들이 일터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종전처럼 수행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여성 근로자에 대한 배려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 저출산 문제 ‘핵심’인 게…맞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얘기는 잘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설명했다.

TV 프로듀서 예진 씨(30)는 “저녁 8시에 퇴근하니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있다”고 밝히고 여동생과 뉴스 진행자 두 명이 퇴사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은 육아휴직 후 해고되거나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BBC는 거듭해서 여성근로자에 대한 배려 부족이 한국 저출산의 핵심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저출생 현상이 진짜 위기라고 여기는가?       

그렇게 판단한다면 육아비용 감소대책, 늘봄학교 확대시행 등의 종합대책과 함께 획기적인 ‘여성근로자 우대 정책’을 최우선 정책순위로 두어야 한다. 

BBC 보도가 아니더라도 국내 언론이 거듭 보도해왔고, 정부도 수차례 공기관과 민간기업에게까지 권유했으나 현장에선 여전히 먹히지 않고 있다. 공기관이야 정부정책을 따른다 해도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에서 산후휴가, 육아시간, 육아휴직 등을 골고루 ‘찾아먹는’ 여직원을 곱게 볼 리가 없다. 자연히 승진 누락, 퇴사 압박 등으로 이어지게 돼있다. 

대부분 기업에서 젊은 아빠들에 대한 육아시간 할당이 거의 없는 점도 여성 근로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여직원들의 출산율 제고를 위한 각종 정책을 강제할 관련법 마련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저출산이 국가 소멸을 앞당기는 수준의 위기라고 진단한다면, 아기를 낳는, 출산 당사자격인 가임 여성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너무 때늦은 셈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젠 기업에서까지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을 정도가 됐다. 

당장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여성근로자 정책실’이라도 운영해야 할 판이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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