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숨이라도 좀 편히 쉬자!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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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숨이라도 좀 편히 쉬자!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2.25 13: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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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풀면 앞다퉈 난개발, 땅장사 붐 이룰 것”
“얼마 남지 않은 ‘허파’ 더 쪼그라든다”  
“이미 지난해부터 지자체장의 해제권한 확대”
“박정희 유산 이미 웬만큼 다 까먹은 상태”
“국토 장기관리 위한 국가적 안목 긴요하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연합뉴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왼쪽)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울산에서 개최할 열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주제인 토지이용 자유 확대를 위한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울산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그 같은 내용을 담은 ‘토지이용 규제 해소 및 지역경제 활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대체로 반기는 반응들이다. 지난해부터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대폭 이양받은 각 지자체는 더더욱 신이 났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시·도지사가 갖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면적 기준을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3배 이상 확대했었다. 

정부가 밝힌 대로 그린벨트 제도가 도입된 1971년 이래 53년 만에 환경평가 1, 2급 지역까지 개발이 허용될 경우 이 제도는 사실상 종료된다고 봐야 한다. 

지독한 공부벌레 박정희 

박정희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 지도자다. 화학공업, 조선, 철강, 비철금속, 기계, 전자 등 중화학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국토 훼손과 공업지대 대폭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측에 그치지 않고 1971년에 보완대책으로 어디서 가져왔는지 ‘그린벨트’ 자료를 실무자에게 건네주며 시행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탁월한 지도자의 입체적인 국가운영 능력과 원려(遠慮)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린벨트는 1942년 영국의 도시 계획서 주요 내용이다. 도시 주변에 녹지대를 설정해 새로운 토지 이용 통제와 도시 인구 분산 등을 내용으로 한 것이다. 국제 학술대회 등에서 그린벨트 정책을 언급할 때 우리나라의 ‘개발제한구역 제도’는 영국 사례와 함께 대표적으로 언급되곤 한다. 녹지대와는 개념이 좀 다르지만, 그래도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비교적 도시 난개발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은 정부가 임의로 줄을 그어 개발을 제한해 놓은, 말뜻 그대로의 환경보전구역이다. 산업화 과정의 공장 매연, 폐수, 환경 악화 등을 그나마 시민들이 견딜 수 있도록 해준 1등 공신인 셈이다. 비록 푸른 숲은 아니고 심지어 빈터로 남겨두었더라도 주거시설이나 공장시설 등의 난립을 막아 그나마 숨을 쉬게 해준 고마운 ‘공터들’이다. 

그래서 이 정책은 1990년대 중반께까지 거의 신앙에 가까운 정부 정책으로 마치 신성불가침 구역처럼 여겨져 왔다. 민이든 관이든 감히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하지도 못했으며 비슷한 얘기만 나와도 ‘범죄시’ 되곤 했다. 

그러나 환란이 시작되던 1990년대 말부터 ‘그린벨트 신앙’은 차츰 무너지기 시작했다. 민주화 진전과 함께 개발제한구역 내 땅 주인들 민원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지자체와 해당 지역 정치인들까지 힘을 보탰다. 거기에 환경에 관한 철학 부재한 지도층의 포퓰리즘 정책까지 더해져 슬금슬금 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이후엔 거의 사망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개발제한구역 제도 필요성이 소멸했다기보다 지도층의 포퓰리즘과 부족한 환경 의식이 미세먼지 가득한 환경을 가져왔다고 보는 게 옳겠다.

수도권 빼고는 거의 다 풀린 셈

지난해 7월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켜 지자체장들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대폭 확대해 줬다. 시·도지사가 갖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면적 기준을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3배 이상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규제 완화는 2015년 5월 이후 처음이었다. 단지 수도권만은 여전히 30만㎡ 이하로 제한됐다. 하긴 수도권 난개발은 더 이상 심화할 여지도 없는 상태다. 

어쨌든 환경평가 1, 2급 지역까지 해제된 이상 앞서 얘기했듯이 개발제한구역 제도는 사문화됐다고 봐야 하며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가 각종 개발 민원을 마구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관련업자들과 총선 출마자들 발걸음이 빨라지고 지방 도시들은 다시 한번 몸살을 심하게 앓게 될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은 이제 각 정당 공유물이 된 모습이다.  

한 가닥 희망은 정부가 이 정책을 발표한 울산 일대에서만 당분간 제한적으로 시행해 주는 것이다. 쉽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저질러놓은 사람들이 주워 담아야지 어쩔 것인가. 윤 대통령 주변에서 여전히 ‘그린벨트 폐지’를 주장하는 관료와 정치인들은 가까운 시일 안에 각 지역 난개발과 환경 악화에 따른 책임을 호되게 져야 할 거다.  

솔직히 말해, 이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마구잡이로 해제하겠다는 게 진짜 정책 방향인지, 총선용 일시전략인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총선용 전략에 그치고 이어 주워 담는 노력이 뒤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박정희의 원려(遠慮)만큼은 못 되더라도…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개발? 지방 곳곳을 훑어보지 않아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개발제한구역 말고도 그만한 땅은 곳곳에 널려있다고 본다. 다만 요지의 땅 주인이나 지자체, 해당지역 총선 출마자 등이 묶여있는 땅을 풀어주기를 간절히 원할 뿐이다. 시민들 삶의 질과 국가백년대계가 그런 소수의 필요에 의해 끌려다녀서야 되겠는가. 

박정희 원려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정부가 숨쉬기 편한 삶의 환경에 보다 신경 써주고 주거지 주변에 눈을 어지럽히는 조악한 산업단지를 만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사는 2024년 이 시대는 개발과 보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때가 아니다. 환경 보전을 위해서 어떻게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를 고민할 때다.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지구촌 온난화, 매일 되풀이되는 미세먼지 예보, 코로나가 잠잠해져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시민 모습 등을 조금만 살펴보면 금세 깨달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거꾸로 정부가 땅을 사들이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펴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개발제한구역 해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의원 입법으로 추진한다는 ‘헛소문’은 말 그대로 헛소문이기를 바란다. ‘박정희의 저축’을 다 까먹지 말 것을 정치권과 정부에 건의한다. 우리 국토의 성격상 최대한의 공간 확보가 그나마 아마존의 지구촌에서의 역할처럼 산소공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정책 당국자들에게 강조한다. 

마스크 벗어 던지고 숨이라도 좀 편히 쉬고 살자!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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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asehah 2024-02-28 16:16:11
본인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고 칼럼을 쓰시는 건가요?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지구촌 온난화, 매일 되풀이되는 미세먼지 예보, 코로나가 잠잠해져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시민 모습 등을 조금만 살펴보면 금세 깨달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거꾸로 정부가 땅을 사들이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펴고 있다.

앞뒤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