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맞출 협력사 찾는 중…고객 수요 대응 ‘각형’ 고민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All Solid Battery, 이하 ASB) 상용화 로드맵 수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용화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개발 조직을 상용화 조직 산하로 재편하는 한편, 고객 수요에 맞춰 파우치형 샘플을 공급하면서 각형 개발도 논의 중이다.
25일 서울시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SNE리서치 주최 제7회 ‘NGBS 2024’에서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외부에선 ‘(2027년 상용화가) 정말 되는 거냐’는 의심의 시각이 있지만, 이 시점에 대해 우리는 한 번도 의심을 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SDI는 그간 ‘인터배터리 2024’ 등을 통해 기술개발 현황을 지속 공개해 왔다. 다만, 이날 세미나에선 기술개발 현황과 함께 진행 중인 상용화 스텝 소개에 방점이 찍혔다.
우선, 서플라이 체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 부사장은 “(상용화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서플라이징(공급망 확보)이다”라며 “양산 시점에 맞춰야 하니까, 지금 우리가 후보로 생각하는 곳(소재사)과는 소통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공급망은 국내 업체 위주로 꾸린단 계획이다.
마케팅에도 빠르게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22년 3월 경기 수원시 소재 SDI연구소 내 ASB 파일럿 라인 에쓰라인(S라인)을 착공하고, 안정화 과정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고객사에 시제품을 납품 중이다.
고 부사장은 “지난 (6~8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선 전고체 샘플을 세 곳의 고객사에 제출했다고 했는데, 이후에 샘플 요청이 더 들어왔다. 2027년 양산 시 이 샘플을 갖고 최초 (ASB 적용) 전기차를 내고 싶다는 고객들이 더 생겨서 이들과 얘기 중이다”라고 말했다.
고객사 수요에 맞춰 기존 폼팩터 다변화에도 나선단 계획이다. 기존 샘플은 파우치형으로 제작됐으나 삼성SDI는 각형 개발도 고민 중이다.
고 부장은 “샘플을 파우치형으로 만든 건 만들기가 편해서인데, 고객사에서 각형 ASB를 많이 요구하고 있다. 각형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형으로 전환 시 전고체 배터리 안전성도 더 높아질 수 있단 부연이다. 파우치형은 170도 전후로 녹으면서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각형은 더 높은 온도까지 녹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상용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말엔 기존 연구소 산하 전고체 개발조직을 신설 ‘ASB 사업화 추진팀’으로 편입하기도 했다. ASB 사업화 추진팀은 중대형전지 사업부 산하다.
고 부사장은 “(전고체 개발 조직은) 이젠 소속이 연구소가 아니다”라며 “그런 부분이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수요가 빠르게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액체 전해질 대비 화재위험이 낮다는 것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 가격 등에서도 강점을 가져서다.
삼성SDI 개발 ASB는 무음극 구조(Anode-less structure)를 채택하고 있다. 분리막은 빼고 음극은 얇은 리튬메탈 층으로 대체하면서 에너지 밀도는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특유의 불안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분리막이 필요했고, 음극은 구리 기재,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등 구성을 유지했었다.
고 부사장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반고체(Semi Solid) 배터리에선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은 같이 높아질 수 없다. 그런데 전고체(All Solid)는 안전성과 밀도가 같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또, “ASB는 (단순히 안전한 게 아니라) 안전하기 때문에 기술 허들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존 필수 소재들이 빠지면서, 가격 역시 액체 전해질 배터리 대비 낮아질 거란 기대다.
고 부사장은 “당장 2027년부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싼 가격에 도달할 수 있단 건 아니다. SCM(공급망 관리)도 당장은 빈약하고, 규모의 경제도 형성 전”이라면서도 “많은 국가들이 ASB에 집중해 연구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레벨이 올라오면 전 세계적으로 파급 효과가 생길 거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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