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의 82%가 TDF…수탁고 약 8400억 원 수준
초기 적극적 투자 이후 은퇴시기 다가오면 보수적 투자
높은 운용보수는 숙제…향후 보수 인하 가능성 존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금융투자라는 단어를 보면 ‘재미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생소한 단어와 투자상품은 우리를 금융투자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한 평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흔한 예금조차 투자다. 결국 금융투자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준VEST] 코너에서는 증시부터 각종 정책, 이슈, 사건사고, 자본시장까지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투자의 모든 것을 다루고자 한다.
투자자마다 노후를 대비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단순 예금부터 주식, 채권, ETF, 펀드 등을 통한 자금 증식에서 ‘월 100만원 배당 받기’라는 구체적 목표까지 존재한다. 이 가운데 미래를 위한 초장기 투자상품인 TDF(타깃데이트펀드)에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2조791억원. 지난해말 기준 TDF의 누적 순자산이다. 이는 2020년(5조2000억원)과 비교할때 2배 넘게 증가한 액수로 2018년(1조4000억 원)과 비교하면 9배까지 늘어난다. 시장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이 반영되지 않은 수탁고(설정원본)를 보더라도 올 1월말 기준 9조7500억원으로 1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월14일 기준 디폴트옵션(사전 지정 운용제도) 가입펀드의 수탁고는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디폴트옵션이 최초 출시된 2022년 12월(수탁고 4000만원) 이후 14개월만에 이룬 성과다. 눈에 띄는 점은 TDF가 디폴트옵션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82.3%(약 8400억 원)라는 점이다.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대부분 투자자들이 TDF를 선택한 셈이다.
TDF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음은 물론 어느덧 디폴트옵션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TDF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지난해 7월부터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IRP(개인형 퇴직연금)계좌에서 디폴트옵션이 의무화됨에 따라 TDF로의 자금 유입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시기에 맞춰 자산 조정…사회적 이슈로 인한 수익률 급락 회피
TDF는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을 배분 및 조정하는 펀드다. 투자 초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글라이드 패스’ 방식이 활용된다. 운용사측에서 투자자산을 구성하고 주기적인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수정)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기에 이른바 투자 무관심자라 할지라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TDF의 가장 큰 장점은 은퇴시기에 맞춰 투자한다는 점이다. TDF의 빈티지는 2025부터 2030, 2035, 2040 등 5년 단위로 나눠져 있다. 2040년이 은퇴시점인 투자자는 TDF2040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해당 상품은 투자 초기 적극적으로 투자되다 2040년이 다가올수록 보수적으로 바뀐다. 어떤 TDF에 투자할지 모르겠다면 본인이 태어난 해에 60을 더하면 된다. 예를 들어 1970년생인 투자자는 TDF2030을 선택하는 것이 적합하다.
TDF의 또다른 장점은 활용 범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통상 투자자들은 개별 주식이나 ETF 등에 투자해 자금을 불린다. 이 과정에서 절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DC계좌, IRP계좌, ISA계좌 등이 주로 쓰인다. DC와 IRP는 반드시 30%를 안전자산으로 꾸려야 한다. TDF는 이 안전자산군에 속한다. ISA의 경우 비과세 한도(일반형 200만원, 서민형 400만원)를 채운 뒤 연금저축펀드 계좌로 투자금을 이동시켜 절세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에서는 55세 이후 연금 수령 시기가 됐을 때 5.5%의 저율과세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수령 시기전까지 세금을 토해내지 않고 원금과 이자를 굴리면서 복리투자가 가능하다. 더욱이 연금저축펀드와 IRP계좌를 통해 각각 최대 600만원(13.2~16.5%), 900만원(13.2~16.5%)의 세액공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다만 개인이 투자를 했을때 자금을 회수해야 할 은퇴시기에 금융위기 또는 코로나 사태와 같이 갑작스러운 사회적 이슈가 발생한다면 수십년간 축적된 수익률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도 한다. 이같은 위험으로부터 수익률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투자를 지향하는 게 바로 TDF다.
목표치 웃도는 수익률…높은 수수료는 숙제
TDF의 목표수익률은 연 6%다. 해당 수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것으로 예금 이자와 지수 추종 ETF 수익률의 중간값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목표수익률은 말 그대로 목표일뿐이다. 실제로 각 운용사에서 내놓고 있는 TDF의 수익률은 6%를 훨씬 웃돈다.
대표적으로 KB자산운용의 ‘KB온국민TDF 2055(UH)’는 3월말 기준 1년 수익률이 27.26%다. 비교적 보수적인 투자자들을 위한 TDF인 ‘KB다이나믹TDF’ 또한 2030, 2040, 2050 빈티지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8%를 웃돌고 있다. KCGI자산운용의 ‘KCGI프리덤TDF’의 경우 모든 빈티지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2월 말을 기준 11.1%를 기록했다.
TDF는 액티브 TDF와 패시브 TDF로도 나뉜다. 둘의 차이점은 포트폴리오 운용 과정에 있다. 시장 전망을 적극 반영해 경쟁 펀드 대비 우월한 성과, 이른바 초과 수익을 추구할 경우 액티브, 별도의 시장 전망이 아닌 대표 지수(코스피 등) 등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만을 추구할 경우 패시브다. 패시브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증시 하락 국면에 강하다는 점이다.
이렇듯 무수한 특징과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TDF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높은 운용보수(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게 TDF의 가장 큰 단점이다. 10년이나 20년 혹은 그 이상을 바라봐야 하는 초장기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꼽자면 단연 보수다.
투자금에 따라 단 1% 남짓한 운용보수(수수료)가 연간 10만원이 1000만원이 될 수도 있다. 투자금이 많을수록, 또 투자 규모가 클수록 운용보수를 중요시 여길 수밖에 없다. 국내에 상장된 미국 대표 지수 추종 ETF(S&P500, 미국나스닥100 등)의 운용보수(기타비용 제외)는 0.021~0.07% 수준인 반면 대부분 TDF의 보수는 0.5%를 넘는다. 삼성 한국형TDF2050의 경우 0.81%, KCGI프리덤TDF 시리즈는 0.5~0.6%다.
이처럼 높은 운용보수는 대체 왜 발생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를 리밸런싱에 들이는 노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ETF의 경우 특정 지수를 추종하거나 특정업종 혹은 국가 등 투자의 범위가 뚜렷하기에 기업 순위에 따라 편입과 퇴출을 결정하면 된다”며 “TDF의 경우 국가나 업종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투자하고, 리밸런싱하기에 들이는 노력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물론 향후 TDF 운용보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ETF 규모 자체가 크다보니 연 보수에 대한 부담이 분산되는 경향이 짙다. 대표적으로 KODEX200 ETF 규모는 7조원을 훌쩍 넘는다. TDF 운용 규모가 커질수록 보수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각 자산운용사들이 ETF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고자 수수료 경쟁을 해온 덕에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이처럼 경쟁에 의한 수수료 하락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높은 수수료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될 듯하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순자산이 2억원이던 TDF시장이 불과 10년새 수십조원이 굴러가는 시장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기 그지없다. 과연 TDF는 ETF와 어깨를 견줄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나아가 온 국민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금융투자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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