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화국 시대 오나, Key는 윤석열? [개헌史 되짚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7공화국 시대 오나, Key는 윤석열? [개헌史 되짚기]
  • 이윤혁 기자
  • 승인 2024.05.18 12: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7헌법 37년째, 정파 관계 따라 번번이 무산
닿지 않는 제7공화국…개헌 시도의 역사 주목
22대 총선 계기로 정치권 개헌 논의 불붙었지만
4년 중임제 등 제도별 이해 천차만별, ‘첩첩산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여당이 유례없는 참패를 기록하면서 정치권에선 다시 한번 개헌 논의에 불이 지펴졌지만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시사오
여당이 유례없는 참패를 기록하면서 정치권에선 다시 한번 개헌 논의에 불이 지펴졌지만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시사오늘

제22대 총선, 여당이 유례없는 참패를 기록하면서 정치권에선 다시 한번 개헌 논의에 불이 지펴졌다.

신호탄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쏘아올렸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해 “윤 대통령 본인이 여기서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임기 단축 개헌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7일 개헌에 대해 “개혁과 진보를 위해 필요한 시점으로 인식한다”며 “다만 가능하다면 개헌특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수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시사오늘>은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제7공화국’으로 가기 위한 개헌 시도사(史)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향후 시사점에 주목해봤다. 

 

 ‘제7공화국’ 향한 개헌 시도의 역사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제헌헌법의 탄생 이후, 헌법은 9차례의 개정을 거치게 된다. 첫 개헌은 1952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발췌개헌’을 시작으로 1987년 현행 헌법까지의 과정을 거쳤다. 

‘제7공화국’을 향한 10차 개헌 논의는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 시작됐다. 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 당시 내각제로의 개헌을 합의했다. 15대 대선에서도 국민의정부는 내각제 고리의 ‘DJP 연합’으로 집권했지만, 그 둘의 목표가 달랐기에 끝내 개헌은 이뤄지지 못했다.

개헌 논의는 2000년대 들어와 정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더욱 복잡하게 얽혀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3월 헌법 개정 시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동시에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안이었다. 국정혼란과 갈등 요인을 제거하고 책임정치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는데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개헌안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개헌에 적극적이었다. 대표적 친이계로 꼽히는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2021년 1월 17일<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이 개헌 추진에 뜻을 두고 있음을 적극 어필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비공개 만찬에서 “현행 헌법은 변화된 시기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왕 개헌 논의를 하려면 정략적이 아닌 국운 융성을 위해 당에서 제대로 (논의)해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개헌 추진도 당내 친박(박근혜)세력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이재오 이사장은 “친이계 의원은 모두 개헌에 동의했고 야당 의원도 일부 공감한 상태였다. 그런데 친박 쪽에서 ‘다음에는 우리가 정권을 잡을 텐데 무슨 개헌이냐’고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자잘한 논의가 있었다. 2016년 박근혜․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휘몰아치면서 다시 한번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뒤이어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임기 첫해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 제37주기 민주화운동 연설에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개헌특위’가 설치됐다. 그러나 여야는 각종 사안마다 부딪치며 결국 개헌은 무산됐다.

 

 22대 국회…개헌 가능할까? 


올해로 37년째를 맞이한 헌법의 통치구조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사오늘

‘87년 헌법’은 올해로 37년째를 맞이한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저출산,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지방소멸 문제 그리고 최근에는 이념, 계층, 정당, 연령, 젠더 등 모든 사회 분야에서 심각한 수준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37년 전에 마련된 현행의 통치구조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일노삼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삼권분립보단 대통령의 권한을 유지하는 측면으로 헌법을 만들었다”며 “감사원이 정부 내각에 포함되는 것을 비롯해 대통령의 거부권 등이 현시대에는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여론도 다수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국회의장실이 지난해 6월 23~29일 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한국정치학회 등 3개 헌법 관련 학회를 대상으로 개헌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9.7%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시대 변화 반영’(69.2%), ‘정치 갈등 해소’(20.6%)가 주를 이뤘다. 

현행 선거제도는 ‘5년 단임 대통령제’와 사표 비율이 절반에 이르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로 엮여있다. 0.73% 차이로 승부가 갈려도 승자가 행정부의 모든 권력을 가져간다. 국회 역시도 마찬가지다. 22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은 5.4%포인트 차이였지만 민주당이 2배가량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이렇듯 작은 차이로 절대적 권력을 가져가기에 민의 반영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단임제’의 한계도 지적된다. 그로 인한 레임덕 문제도 필연적이다. 레임덕의 사전적 정의는 ‘임기 말의 현직 권력자에게 발생하는 권력 누수’ 현상이다. 대통령제는 레임덕에 가장 취약한데 단임 대통령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 강력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간은 2~3년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임기 중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했을 때 여권 내부의 권력 지형이 새로 그려지고, 기존 권력과 미래 권력의 교체 또는 충돌로 인해 국정 동력이 약화되는 현상은 매번 나타났다. 

김윤태 교수는 “단임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임기 말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4년 중임제가 거론된다. 4년 중임제는 정책의 지속성 문제와 ‘중간 심판’을 통한 책임 정치의 실현으로 볼 때 임기 말 레임덕이 반복되는 현상을 보완할 수 있다.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의원 내각제 또한 많이 거론된다. 내각제는 과반 의석을 가진 세력이 정부를 구성하기에 정책 추진에 있어 의회의 협력을 얻는데 효과적이다. 또 국민의 불신임을 받으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있다. 다만 의회가 대부분 여대야소로 구성되기에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약점을 지닌다.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의원내각제에 대한 신뢰가 낮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혼합 형태인 분권형 대통령제다.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국민의 여론 입장에서는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꼽힌다.

이 같은 방식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극복하려는 개헌 취지와도 맞아떨어진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권력의 상당 부분을 총리 내지 국회에 나눠주는 분권형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제도별 특성이 극명하다 보니 개헌의 방향에 대한 의견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문제점은 국민적 공론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도 논의가 진척될지는 미지수인 이유다.

22대 국회에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과 관련해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새로운 국회 초반부터 시동을 걸지 않는다면 개헌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교수는 “개헌의 키포인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정치적 코너에 몰린다면 승부수로 개헌을 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수 대표는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 ‘원포인트 개헌’을 여러 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22대 국회 구성을 볼 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는 말로 회의적 시각을 견지했다. 

한편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야당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는 거부권을 180석으로 하향시킨다는 등 정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도성이 순수하지 않기에 현재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