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우상향’ 주가는 ‘우하향’…밀리의서재, 밸류업 동참할까 [박준우의 준V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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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우상향’ 주가는 ‘우하향’…밀리의서재, 밸류업 동참할까 [박준우의 준VEST]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7.10 10: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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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 주가, 9일 장마감 기준 1만6960원…공모가 대비 26% ↓
상장 이래 주주환원정책 공개 無…국내 증시는 밸류업으로 떠들썩
호실적 속 유보율은 1270%…“밸류업 참여 관련 확정된 것 없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금융투자라는 단어를 보면 ‘재미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생소한 단어와 투자상품은 우리를 금융투자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한 평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흔한 예금조차 투자다. 결국 금융투자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준VEST] 코너에서는 증시부터 각종 정책, 이슈, 사건사고, 자본시장까지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투자의 모든 것을 다루고자 한다.

밀리의서재 로고. ⓒ사진제공 = 밀리의서재
밀리의서재 로고. ⓒ사진제공 = 밀리의서재

주식 투자자들에게 주가 상승을 이끄는 대표적 모멘텀을 묻는다면 대부분 ‘실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기업의 호실적이 주가 상승 동력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증권사 리포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실적이다. 그만큼 실적과 주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실적이 주가 상승을 이끈다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어서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밀리의서재다.

 

공모가 밑도는 주가…실적은 역대급


2만3000원. 밀리의서재 공모가다. 지난해 9월 27일 상장한 밀리의서재는 상장 당일 4만1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만 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심은 단 1거래일 만에 꺾였다. 추석 연휴를 지나 두 번째 거래일이었던 10월 4일 주가가 약 30% 밀리면서 하한가로 직행했다.

주가가 상장일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 흐름을 타는 건 주식시장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상장일엔 상·하한가(일일 ±30%) 제한이 없어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투심이 집중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후 주가는 등락을 거쳐 제자리를 찾아간다.

어느덧 상장 10개월 차를 맞이한 밀리의서재는 어떨까. 이달 9일 종가 기준 밀리의서재 주가는 1만6960원으로, 여전히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상장일 종가 대비해서는 59% 빠진 상태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보니 투자자들도 대부분 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KB증권 인사이트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30%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과 달리 밀리의서재는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적자 늪에 빠져있었다. 이 기간 영업손실과 순손실만 각각 145억 원, 348억 원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인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니 2023년에는 영업이익이 100억 원을 넘어서며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이란 쾌거를 이뤘다.

올 들어서도 순항 중이다. 1분기에 구독과 사업 확장 호조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났고, 매출은 역대 1분기 최대치를 달성했다. 실적이 큰 폭으로 늘 수 있었던 중심에는 B2B(기업 간 거래)가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와 KT, LGU+ 등 통신사와의 요금제 번들링 상품 출시에 따른 B2BC(제휴고객 거래) 매출 증가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임직원 스톡옵션에 창업주는 엑시트…밸류업 흐름 받아들일까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IPO 과정에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던 2022년보다 몸값을 낮추고, 구주 매출을 없애는 선택을 했다. 지니뮤직이 2021년 9월 기존 밀리의서재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구주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페널티 풋옵션과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 등의 계약을 맺은 탓에 오는 2024년 9월까지 반드시 상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을 위한 자발적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밀리의서재는 상장 과정에서 주주친화적 공모구조를 선보였다. 이렇듯 상장에 만전을 기했던 과거와 비교해 상장 후에는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밀리의서재의 상장 후 첫 공시는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였다. 상장일로부터 6거래일째 되는 날인 지난해 10월 10일 밀리의서재는 스톡옵션 행사(2~4회차 물량)로 인해 신주 28만900주(상장주식 대비 3.5%)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달 26일에는 기존 행사량보다 0.1%포인트 줄어든 3.4%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이후 KB인베스트먼트가 8만8465주를 장내매도했고, 뒤이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가 각각 10만3298주, 46만5000주를 처분했다. 올 3월에는 밀리의서재 창업주인 서영택 대표마저 본인과 본인이 보유한 경영컨설팅 회사 (주)밀리 지분을 최대주주인 지니뮤직에 넘기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와 FI 그리고 창업주의 엑시트는 주가가 고점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투자자들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다만,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수년간 회사를 성장시키거나 투자한 데 따른, 받아 마땅한 성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회사가 주가 부양을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증시의 고질병처럼 여겨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첫 가이드라인이 지난 2월 공개된 이후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향후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는 밸류업 공시가 시작됐다. 이달 들어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법인·배당소득·상속세 등의 세제 지원안이 담긴 역동경제 로드맵도 공개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강제성이 없다. 기업의 참여 의지만으로 결정된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가운데 별다른 주주환원정책을 밝히지 않고 있는 밀리의서재다. 새롭게 부임한 박현진 대표 개인이 자사주 2000주를 매입한 게 전부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되기 전인 올 초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향후 주주환원정책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검토 중”이라면서도 “‘하겠다’ 또는 ‘안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주주환원 여력은?…유보율 1270%


주주환원, 나아가 밸류업 참여 의지와 별개로 계속되는 호실적으로 밀리의서재 곳간 상황은 꾸준히개선되고 있다. 2022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결손금 규모가 885억 원이었지만, 올 1분기 기준으로 이제는 131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게 됐다. 불과 1년 사이 885억 원의 결손금을 해소한 것으로, 여기에는 밀리의서재의 자체적인 노력이 있었다.

밀리의서재는 2023년 3월 31일 주총 결의에 따라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 844억 원을 결손금 보전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결손금 규모는 약 40억 원으로 줄었다. 2023년 순이익(133억 원)과 올 1분기 순이익(27억 원)이 더해지면서 어느덧 이익잉여금 규모가 100억 원을 넘어서게 된 것.

올 1분기 기준 밀리의서재 유보율은 1270%다. 잉여금(자본+이익잉여금)이 납입자본금보다 12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통상 시장에서는 유보율이 1000%를 넘으면 무상증자를 할 여력이 있는 수준으로 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밀리의서재는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며 상승 기미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각종 주식커뮤니티 등에선 주가가 공모가에 가까워지면 곧장 매도에 나서겠다는 의견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증시가 밸류업으로 떠들썩하다.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향후 밀리의서재가 주주친화정책을 펼칠지, 나아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 공개할지 여부다.

밀리의서재는 여전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에 동참할지 여부는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밸류업 참여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향후 밸류업에 동참할지 말지 여부는 오직 밀리의서재의 선택에 달렸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자산운용·가상자산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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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진 2024-07-10 20:32:31
검토는 무슨. 밸류업 아는게 없는거 아닐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