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이용료율 상향 결정 ‘철회’…출혈 감내할 수 있었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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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이용료율 상향 결정 ‘철회’…출혈 감내할 수 있었는데 왜?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7.2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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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도 채 안돼 철회 결정…이용료율 4%→2.2% 복귀
보유현금만 5000억 원 이상…이익잉여금도 1조2307억 원
금융감독원 빗썸 고위 관계자 호출…“자금 이탈 우려한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빗썸 로고. ⓒ사진제공 = 빗썸
빗썸 로고. ⓒ사진제공 = 빗썸

4%라는 업계 최고 이용료율(1년 기준)을 지급하려던 빗썸의 계획이 무산됐다. 당장 높은 이용료율을 감당해낼 여력은 충분했지만, 증시 내 대기성 자금의 이탈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다.

2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예치금 이용료율을 기존 2.2%에서 4%로 상향하겠다는 기존 결정을 철회했다. 상향 결정부터 철회까지 걸린 시간은 반나절도 채 되지 않는다. 당초 빗썸은 지난 23일까지 2.2%의 이용료율로 이자를 적립한 뒤 이날부터는 상향된 4%의 이용료율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앞서 빗썸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올 2월 5일까지 고객 유치를 위해 재정적 출혈이 동반된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이번 이용료율 상향안 역시 이전 사례처럼 투자자 친화적 정책을 통해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4%의 이용료율은 제휴은행인 농협이 2%를, 나머지 2%는 빗썸이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예를 들어 고객 예탁금의 평균값이 55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농협이 110만 원을, 나머지 110만 원은 빗썸이 부담하는 식이다.

올 1분기 기준 빗썸의 고객 예탁금은 1조7365억 원이다. 당장 1분기만 놓고 봤을 때 4%의 이용료율이 적용됐다면 빗썸은 347억 원을 자체적으로 고객들에 지급해야 했다. 같은 기간 빗썸의 현금성자산은 2조892억 원으로, 고객 예탁금 1조7365억 원을 제외한 현금성자산은 3527억 원이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2058억 원)을 더한 금액인 5585억 원이 실제 빗썸이 보유한 현금이다. 추가로 1조2307억 원의 잉여금도 보유하고 있어 튼실한 곳간을 자랑한다.

빗썸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인해 한 달간(1월~2월 5일) 출혈이 발생했음에도 고객 점유율 향상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83% 늘었다. 동시에 영업이익률도 32%에서 45%로 상승했다. 빗썸 입장에선 점유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향상 효과를 톡톡히 봤고, 여기에 더해 출혈을 감내할 자금력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가상자산업감독규정 제5조(예치금 이용료)에서는 운용수익과 발생비용 등을 감안해 이용자에게 지급할 예치금 이용료 산정기준 및 지급절차를 가상자산사업자가 마련토록 하고 있다. 빗썸이 자체적으로 출혈을 감내하고 이용료율을 올리더라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빗썸이 갑작스레 이용료율 상향 방침을 철회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개입 때문인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금감원은 빗썸이 이용료율을 상향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빗썸 고위 관계자를 호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빗썸은 이용료율을 종전과 같은 2.2%로 유지하겠다고 공지했다.

금융당국이 입·출금의 자유로움과 높은 이자로 인해 증시 내 대기성 자금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흐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4%의 이용료율은 은행과 증권사들의 파킹통장 금리보다 높아 투자자들의 대기성 자금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대규모 이동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빗썸 관계자는 이용료율 상향 결정을 철회한 데 대해 “가상자산 이용자들에게 혼선을 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용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자산운용·가상자산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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