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후 정부 개입’ 한계…‘해상풍력 특별법·종합계획’ 절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에너지(Energy) 업계 내 ‘이 사람 저 사람’(이런 이 저런 이)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들을 그러모아 한데 꿰어보려 합니다. 손에 안 잡히는 수치나 전문용어로 가득한 설명문보다는, 사람의 목소리로 전했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현장도 있지 않을까요.
한동안 침잠해 있던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훈풍이 부는 모습입니다. 정부가 입찰 시장을 다듬고 공급 계획을 내놓고 있어섭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는 나옵니다. 정부 로드맵을 뒷받침할 제도와 계획이 아직 부족하단 겁니다.
입찰시장 다듬고 부유식 해상풍력 新 시장 열고…정부, 해상풍력 공급 ‘속도’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계는 국내 해상풍력시장이 개화할 거란 기대감을 비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면섭니다.
지난 8월 정부는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오는 2026년까지 7GW~8GW(기가와트)의 풍력 설비를 추가 공급하고,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입찰을 3~4회 진행하는 게 골자입니다.
평가지표에선 산업·경제 효과 등 비가격 지표의 비중을 높인 점이 눈에 띕니다. 그간 업계는 해상풍력이 태양광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입찰시장에서 가격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기여 정도 등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태양광의 경우,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패널 등이 국내 입찰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내수 시장이 커질수록 되레 국내 패널 조립 기업은 문을 닫아야 했던 겁니다. 이런 상황이 심화하면, 내수 시장은 외부 변수에 휘둘릴 수 밖에 없겠습니다. 업계 관계자 A씨의 부연입니다.
“밸류체인을 국내에서 탄탄하게 가져가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급망이 해외에 있으면 무역장벽, 관세 등 변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가스 시장만 봐도, 러시아에서 쭉 저렴한 가격에 가스를 공급 받았던 나라들이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책을 바꾼 사례가 있고요.”
때문에 업계는 정부의 풍력발전 시장 확대 움직임에 참여 의사를 밝히며 호응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부유식 해상풍력 입찰 시장이 별도로 생겼습니다. △문무바람 △이스트블루파워 △해울이 △반딧불이 △귀신고래 등 5개 사업이 부유식 해상풍력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 참여를 두고 검토 중입니다. 각 사업은 국내외 기업들이 손잡고 추진 중입니다. 업계 관계자 B씨의 말입니다.
“해상풍력이란 게 한국에선 ‘신 시장’이다 보니, 현재 업계·정부·다른 이해관계자 등과 발맞춤하면서 시장을 만들어가는 단계입니다. 이 와중에 이런 가이드라인이 나온 걸 보면, 정부가 업계를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육상풍력 보다 갈등 소재 적어…비합리적 행정절차·미진한 계획 ‘과제’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 인프라 육성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신재생 에너지 공급 필요성과 환경 문제 최소화 이점이 꼽힙니다.
최근 RE100(재생에너지 전환 100%) 등이 산업계 화두가 되면서, 제조업 유치에 신재생에너지 공급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태양광, 육상풍력 등 기존 국내 공급이 집중됐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환경 파괴 우려, 주민수용성 이슈 등으로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해상풍력발전은 이 같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특히, 최근 입찰 시장에 신설된 부유식 해상풍력은 더 그렇습니다.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부연입니다.
“육상풍력에는 ‘녹녹갈등’이 따릅니다. 환경문제 등을 두고 갈등이 생기는 거죠. 환경 문제에서 자유로운 땅이 더이상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요.”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경제 효과 등에 대한 기대도 나옵니다. 업계는 1GW 규모 해상풍력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 발전기 약 200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건설비는 약 5조~7조 원이 들어갈 전망입니다. 고용창출 등도 기대를 모읍니다.
이같은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각 사업체가 사업을 개발하면, 이후에 정부가 개입하는 형태라섭니다. 현재 해상풍력사업은 발전사업자가 입지 발굴, 주민수용성 확보, 인·허가 절차 등을 모두 수행하는 형태입니다. 인·허가 절차는 발전사업 허가 이후 이뤄지고요.
해상풍력 사업의 개발 지연 빈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를 방증하듯,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프로젝트 용량은 약 20.8GW이지만, 해상풍력 보급량은 2022년 기준 124.5MW(메가와트)에 그쳤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상풍력특별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난립한 행정절차를 단일화해, 정부가 입지를 발굴하고 어민 등 지역 관계자와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해당 법은 지난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도 여러 건이 발의돼 있습니다. 조공장 선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특별법이 도입된다면, 지역수용성 확보가 수월해질 겁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요. 어민도 사업자도 윈·윈하는 제도가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정부의 풍력발전 종합계획이 부재한 점은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로 지목됩니다. 지역에서 해상풍력 발전단지 유치를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입니다. 고용 창출, RE100 수요 기업 유치 등을 기대할 수 있단 겁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항만 계획, 산업 계획 등을 마련해야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단 조언이 뒤따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발전량을 늘리는 것 만큼, 발전 전기를 어떻게 활용할 건지도 중요합니다. 해상풍력 발전을 해서, 그 지역에 RE100 수요가 있는 회사를 유치하고, 지역이 잘 살기 위한 계획도 세우고 그러면 지역 인구가 늘어나고 발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해상풍력이 이걸 위한 돌파구가 되는 건데, 생산 전기를 서울로 다 올려버리면 의미가 없어져요. 각 지역의 산업·경제 활성화 방안을 포함한 해상풍력 종합계획, 요컨대 해상풍력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