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式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 되새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유경민 기자]

‘김대중의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 6·15 시대를 열다’ 주제의 故김대중(DJ) 전 대통령 10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가 사단법인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주최, 박수현 의원실 주관으로 31일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에는 권노갑·김덕룡 민추협 공동 이사장, 정균환 민추협 공동 회장, 이학영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최락도 노인위원장(이재명 축사 대독),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전했으며 특강에는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주제발표 및 대담에는 김병로 서울대 교수, 김귀옥 한성대 교수, 김학노 영남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날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른 아침 북한에서 탄도미사일과 ICBM을 발사하며 도발에 나섰는데 정치권 참석자들은 선후배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이러한 상황일수록 김대중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 선배들의 조언과 인사말
권노갑 민추협 공동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면서, 특히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하며 봉사해 왔다. 그 결과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이산가족 만남이 정례화되고 경제사회 교류와 만남이 봇물 터지듯 퍼지며 한반도 평화가 정착됐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현재는 안타깝게도 남과 북이 과거보다 더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양국 간의 화해와 협력, 평화, 공존으로 평화통일 정책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덕룡 민추협 공동이사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모진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굳건히 한 업적을 이룬 대통령”이라며 “6·15 남북 공동선언은 반세기 넘는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북한은 통일을 거부하고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나누는 상황인데 이러한 시기에 김대중 정신의 의의를 되새기고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정균환 민추협 공동회장은 “우리가 IMF를 겪고 경제·정치적으로 대단히 어려울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성공하면서 전 세계 자본이 한국으로 몰려왔다. 지금 대한민국의 내일이 어떻게 될지를 가늠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6·15 정상회담을 재조명하는 세미나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고 중요하다”고 호평했다.
존경심 표하는 정치 후배들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대한민국이 위기의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회고하고 업적을 기리는 행사를 열어준준 대선배님들께 감사하다”며 “아침에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에 가만히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움직이겠다는 표현인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된다”고 일갈했다. 이어 “선배님들께서 김대중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이 함께 잘사는 평화롭고 전쟁 없는 나라로 후배들을 이끌어주길 바란다”며 “국회에서도 김대중 정신을 따라 평화를 바탕으로 남과 북이 세계 속에서 교류하며 성장의 걸음을 멈추지 않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여기 계신 선배님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삶을 함께 나눴지만 저는 한참 후배이기에 학습을 통해 배웠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살아온 선배님들을 뵈니 경이롭고 떨리는 마음이다. 제 삶은 김대중 자서전을 만난 이후로 갈린다. 저 같은 후배 세대가 잘 배울 수 있게 많이 알려주시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이 자리에 김영삼 민주센터 김덕룡 이사장과 김대중 재단의 권노갑 이사장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느낀다”며 “평소 김대중 대통령이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경제라는 통찰력을 선지자적으로 설파하고 3단계 통일론을 전파했다. IT강국을 만들어서 30년간 후손들을 먹여 살릴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열거했다. 그러면서도 “김영삼 대통령이 없었더라면 김대중 대통령이 문화·경제·국제적으로 번영의 시대를 열지 못했을 것”이라며 “문민정부에서 하나회 척결·금융실명제와 같은 업적을 이룩해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이 꽃피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설문을 대독한 최락도 노인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평화를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 공조로 북핵 위협에 대응해 김대중 대통령이 일구었던 평화를 복원해, 한반도에 다시 따듯한 바람이 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반도 평화 놓고 치열한 토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특강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사상은 반세기 전인 1970년대 초부터 다져졌다. 젊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의정 활동을 통해 전쟁을 반대하고,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하면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평화통일론을 주장했다”고 회상했다. 임 전 장관은 “평화통일론은 역사적인 상황 변화에 적응하면서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으로 완성된다. 남북관계 개선과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정상화, 그리고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군사정전협정이 평화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준비된 대통령인 김대중은, 집권 후 마침내 그의 평화 사상과 평화통일론을 실천에 옮기게 된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정책 공조를 통해 한반도평화 만들기 노력을 병행 추진하는 2중 접근 전략을 사용했다. 끝으로 우리의 나갈 길은 명백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민족 화해 및 남북관계 개선 발전의 노력을 통해 미·북관계 개선과 핵 문제 해결을 견인해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확언했다.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 평화연구원 교수는 발표에서 “최근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면서 국내에서는 통일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데,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통일 구상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제의했던 남북연합 통일 방안이 매우 현실적이다”고 주장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의 국가 통일 제안은 오늘날의 변화된 한반도 환경에서도 적합한 통일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교류를 넘어 북한을 세계와 연결하는 한반도 평화 대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학노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병호 교수의 발언에 반론했다. “국가 연합 통일 방안이 적합한 통일 방안이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초기에는 국가 연합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사람들은 통일하면 하나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연합을 통해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힘들 것이다. 상부층위를 만들어 둘이면서 하나인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발언했다. 뒤이어 김 교수는 “국제 협력과 경제협력이 병행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넘어 경제·정치 통합까지 같이 해야 된다”며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변해야 한다. 남북 관계가 자꾸 후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정책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김귀옥 한성대학교 교양학부·사회학과 교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사항은 주체의 문제, 즉 최고 결정권자의 정치 리더십에 있다”며 “대통령마다 가지고 있는 철학과 사상, 이념과 학력, 정치 이력, 평화와 통일문제를 대하는 관점, 태도, 실천 방식도 실로 다양한데 현재의 한국 정치 상황은 압도적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만이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고, 수십년간 그러한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을 지도자로 민중이 뽑아놓고, 그에게 평화만들기, 평화건설하기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김대중 같은 지도자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중우정치,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우민이 아니라, 전쟁 없는 한반도, 나의 자긍심과 국가적 존엄성을 간절히 원하는 민중, 민주시민이어야 그러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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