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싸움만 하는 것 아닌 시민들의 권리 찾아주는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경민 기자]
“정치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다.”
영국의 역사가 허버트 피셔(Hubert Fisher)의 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국가를 만들 것인가, 국민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는 정치인의 사명이다.
이에 행복한 사회를 위한 정치의 길을 알아보고자 <시사오늘>은 지난 3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국민의 행복을 주는 정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재준 전 고양시장의 강연을 들어봤다.
국민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고,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199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종로 국회의원 선거 출마 당시 선거캠프에 합류 후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제8·9대 경기도의회 의원을 거쳐 제10대 경기도 고양시장을 역임한 뒤 현재 경기도주식회사 제4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우연과 우연의 만남은 필연”
이재준 이사는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인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로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1955년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 여성이 몽고메리 페어 백화점에서 일을 마치고 버스를 탑니다. 버스 뒷부분에 위치한 유색 인종칸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백인들이 승차했습니다. 그때 운전기사가 로자 파크스를 포함한 흑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합니다.
당시 법은 백인이 오면 흑인은 자리를 양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로자파크스는 일어나지 않았죠. 운전기사가 왜 일어나지 않냐고 묻자 로자 파크스는 “내가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많은 흑인들에게 영감을 줬고, 흑인 민권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연이었지만 그것이 표현되고 운명이 됐던 거죠. 우리 삶 속에서도 우연한 만남과 계기로 친구 관계가 되기도, 직업이 되기도 합니다. 우연한 것이 내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어 그에게 있어서 우연이 필연이 됐던 두 가지 사건들이 소개됐다.
“1973년 3월 7일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날은 1학년 때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청문회‘의 동아리 선배가 단상에 올라와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때 학생과 직원들이 단상에 올라와 선배를 끌고 내려갔습니다. 그 계기로 3월 7일 동아리에 입회하게 되죠.
두 번째는 옥중문학인의 밤이었습니다. 79년도 5월에 기독교 방송국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김남주 시인이 고문당해서 위독하시니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했지만 결국 못 받았습니다.
그 후 79년 10·26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 인생과 다른 삶을 살았을 겁니다. 그래서 이게 우연인가 운명인가 생각이 많이 듭니다.”
“거대한 저항은 정치인의 사명”
"국민을 위해 기꺼이 저항할 수 있는 좋은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이 이사는 고양시장 재임 중 이뤄낸 사례를 언급하며 그 의미를 더 깊이 전달했다.
“경기도에서 버스를 타면 청소년 버스 요금 할인이 옛날에는 20%였습니다. 서울은 예나 지금이나 40%인데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시내버스 운송 사업자가 보낸 7000페이지의 모든 자료를 다 봤습니다.
그 후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청소년들의 버스요금 인하를 강력히 요청하면서 최종적으로 30%로 만들어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도의원한테 들켜 버스 운송 조합이 버스를 할인해 주고 자체 예산으로 처리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치란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부당함에 대해 시민들의 권리, 이익을 찾아 줘야 합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정치’를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치는 끊임없이 저항하는 겁니다. 제가 앞서 말한 것들은 평범하고 익숙한 것들에 대한 부당한 것들에 대한 저항입니다. 여러분들이 거대한 것들에 저항을 하며 무엇인가 새롭게 바꿔낸다면 그것이 바로 국민한테 행복을 주는 정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바꿔나갈 미래에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권력의 생성 과정이 아닌 이 세상을 좀 더 밝게 해주는 정신으로서 발현될 수 있도록 힘을 써주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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