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상식 밖의 일…헌정 질서에 오점”
“與, 탄핵 동조해선 안 돼…조기 대선은 패배 뻔해”
“국민의힘, 용병은 이제 그만…스스로 인재 키우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요구를 수용하며 비상계엄을 해제했지만, 후폭풍까지 막지는 못한 모양새다. 정치권은 이미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었고,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올스톱’된 상태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이라는 미증유(未曾有)의 사태에 국민은 불안 가득한 눈길로 여의도를 주시하고 있다.
이에 <시사오늘>은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에게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룩한 ‘민주화 투사’이자 국민의힘 당사에 사진이 걸려 있는 ‘보수 대통령’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그 자신도 뛰어난 선거 전략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허허. 이것 참. 기가 막힙니다. 지금까지는 야당의 비정상적 입법 활동이 문제였어요. 말도 안 되는 예산 삭감이라든가 감사원장 탄핵 같은 것 말입니다. 이건 월권 중의 월권이었습니다. 입법 권력을 가지고 행정·사법 영역을 침해한 것 아닙니까. 윤 대통령이 거기에 격분한 것 같은데 방법이 너무너무 잘못됐습니다. 야당의 부당함은 국민에게 호소했어야죠. 상식 밖의 일을 저지른 겁니다.
사실 이번 계엄 선포 전까지는 야당이 집회를 하고 탄핵을 외쳐도 동조하는 국민이 많지 않았잖아요. 야당도 명분이 없으니 탄핵까지 가지는 못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계엄 선포로 아주 작은 불씨에 기름을 끼얹어준 꼴이 됐어요. 야당이 비정상적으로 나올수록 대통령은 더더욱 대화와 타협을 시도했어야 하는데 극한 대립을 하다가 결국 악수를 둔 거죠. 심각한 오판이자 탄핵의 구실을 스스로 제공한 거라고 봅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계엄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지만, 그것과 탄핵은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한 대표도 탄핵에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잖아요. 저도 탄핵은 절대 안 되고,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당 전체가 다 모여도 192명이니까 가결 정족수에 8명이 부족한데, 국민의힘에서 동조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에 탄핵에 동조하면 바로 차기 대선을 치러야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인용한다는 걸 전제로 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해야 해요. 그러면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오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바보가 아닌 이상 국민의힘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그럼 국민의힘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정국을 끌고 갈 것 같습니까.
“투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탄핵에는 반대하되 탈당을 요구하는 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보여줘야죠. 지금 헌정이 중단되면 한동훈 대표도 유리할 게 없습니다. 절대 탄핵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지금 이재명 대표에게는 엄청난 사법적 리스크들이 남아 있잖아요.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만 해도 종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이상을 받았어요. 종범이 그렇게 됐으니 주범인 이재명 당시 도지사도 엄청난 실형을 받을 거라고 봐요. 대장동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가 다 사법적 판단을 받으면 결국 대선에 출마도 못하게 됩니다. 사실 그게 정해진 수순이었잖아요. 윤 대통령이 그걸 못 참고 엉뚱한 일을 벌여서 이렇게 됐지만, 국민의힘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잘 생각해보면 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한동훈 대표도 그렇게 방향을 잡은 것 같아요.”
-윤 대통령이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이라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해요. 버티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87년 체제가 수립된 후에 40여 년 동안 민주주의가 잘 정착돼 왔잖아요. 여러 문제도 있었지만 8명의 대통령이 배출되면서 민주 헌정 질서가 유지돼온 것 아닙니까. 윤 대통령은 거기에 오점을 만든 거예요. 아무리 야당이 미워도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은 절대 아니잖아요.
어쨌든 일이 벌어졌으니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를 하고, 상황을 수습할 수 있도록 당에 주도권을 넘겨줘야 할 겁니다. 지금 윤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한동훈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수습할 수 있도록 해줘야죠.”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봅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죠. 다만 탈당이 옳은 선택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어쨌든 임기가 2년 6개월 가까이 남아 있는데 탈당을 하라는 건 대통령에게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비상시국에 당이 잠깐 주도를 하는 건 몰라도 2년 6개월을 당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진 않아요. 지금은 당과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한 목소리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의힘이 어느 때보다 위기 국면에 몰린 것 관련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민주주의의 요체는 결국 선거입니다. 다음 지방선과와 대선에서 이길 방안을 강구해야 해요. 내부적으로 인재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좋은 후보들이 어디서 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당내에 있는 사람들, 또 정치를 조금 해본 사람들 중에서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죠.”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