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부담스러운 이유…크리스마스 케이크에 투영된 소비 양극화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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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부담스러운 이유…크리스마스 케이크에 투영된 소비 양극화 [주간필담]
  • 조현호 기자
  • 승인 2024.12.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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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가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연이어 출시…최고가 ‘40만 원’
대형마트·편의점 업계, 호텔과 대비되는 ‘가성비 케이크’로 인기
소비 양극화 막기 위해 케이크 외의 다양한 연말 문화 정립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현호 기자]

신라호텔의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제품 모습. ⓒ뉴시스
신라호텔의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제품 모습. ⓒ뉴시스

매년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격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올해는 40만 원짜리 케이크가 등장해 이러한 논쟁에 불을 지피는데요. 물론 정반대의 가성비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에조차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그대로 투영되는 듯 보입니다.

일례로, 최근 국내 유명 호텔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더 높아진 가격의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신라호텔이 출시한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라는 이름의 40만 원짜리 케이크는 올해 최고가로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데요. 4명이 나눠 먹는다고 해도 인당 10만 원씩 부담해야 하는 큰 금액입니다. 물론 호텔 측은 값비싼 재료들이 사용되었다는 설명이죠. 실제로 홈페이지를 통해 유럽산 블랙 트러플과 유명 와인에 절인 무화과와 넛츠가 사용됐다는 고급진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에도 지나친 가격 상승률로 인해 논쟁은 격화됩니다. 지난해 해당 케이크 가격은 30만 원이었습니다. 1년 동안 10만 원, 무려 30%가 넘게 가격이 오른 것인데요.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의 지갑이 닫힌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파격적인 상승률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없어서 못 먹는 케이크’로 품절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붕어빵 가격이 1000원 인상된 것에 대해 씁쓸함을 느꼈던 서민들의 마음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다른 호텔들의 케이크도 만만치 않은 가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35만 원짜리 ‘위시 힐’ 케이크를 출시했습니다. 대관람차 모양의 케이크로 실제 바퀴가 회전하는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는데요. 20일 기준, 하루를 빼놓고 올해 예약이 마감된 상태입니다. 롯데호텔도 종 모양의 ‘트윙클벨’ 케이크를 18만 원에 선보였습니다. 앞서 등장한 케이크들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하게까지 느껴집니다.

호텔 케이크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딸기 케이크들의 가격도 어느덧 10만 원대 초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5만~7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했는데요.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느껴지던 10만 원 벽은 일찌감치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정반대의 모습도 보입니다. 마트와 편의점에선 가성비 케이크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자체 베이커리 매장에서 9980원 케이크를 판매 중입니다. GS25와 CU도 1만 원 이하의 미니 케이크를 주력으로 가성비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확연히 대비되는 케이크 값 때문에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알아서 본인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케이크를 구매하면 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SNS’ 문화와 ‘스몰 럭셔리’ 풍토가 소비자를 등 떠밀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데요. 특히 MZ세대에게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연말의 큰 자랑거리로 통한다는 겁니다.

양극화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법으로 케이크 가격 상한선을 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일반적인 디저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고가의 케이크 구매는 ‘그들만의 리그’로 냅두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문화 발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먼 미래엔 크리스마스 케이크 100만 원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앞에 붙었다고 상식 밖의 가격과 인상률이 용인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날 저녁 식탁에 케이크를 놓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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