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순자 자유기고가]
일단 영순은 선용의 입을 막았던 손을 놓으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야 해. 우선 내가 주방의 보조로 들어가서 놀란 것은 그곳 고아원 원생이 모두 70명이라고 했는데 음식 재료는 그에 비해 너무 부족했다는 거야. 인원수를 생각하면 내가 보기에 턱없이 부족한 거야, 우선 이게 1차적으로 비밀이었지.”
“그래서요, 그다음은 또 뭔데요?”
선용은 궁금했다.
“그다음은 더 놀라운 일이었어. 70명 고아들에게 일일이 개인 쟁반 밥과 반찬을 주었는데, 예를 들자면 8살짜리 일학년 아이의 밥그릇과 반찬 그릇이 일반 아이들 4살짜리의 밥그릇과 반찬 그릇이었어. 암튼 제 나이보다 세 살 정도 작은 아이들이 먹는 양의 밥과 반찬을 주고 있었다는 거지.”
선용의 듣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러면 그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작은 양의 밥과 반찬을 먹고 살아요?”
얼굴에 동정과 연민의 표정이 감돌았다.
“그러니까 아이들 얼굴이 항상 노랗고 영양실조가 돼서 핏기가 없고 힘이 없는 거야. 그저 죽지 않을 만큼만 주는 거야….”
“아니 나라에서는 그렇게 돈을 조금 줘요?”
그 말에 영순은 손을 내저으며 머리를 저었다.
“아냐, 그렇지 않아, 나라에서 주는 돈은 충분하지. 원장은 원생들에게 줄 돈으로 자기 친자식들 미국 유학까지 보내고 말이야.”
선용이 알겠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형님, 그러면 그 고아원 원장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영리사업을 하는 거네요. 그럼 형님네 애들은 어떡했어요?”
남편을 피해 도망 나온 영순은 아이들과 새로 취직한 고아원에 함께 있었다.
“우리 애들은 따로 있는 우리 방에서 먹였기 때문에 양껏 먹을 수 있었어. 그리고 항시 밥이 많이 남았어. 매일 주방 아줌마가 누룽지를 만들어 싸 가지고 갔어, 반찬 남는 것도 다 싸가고….”
“그렇게 많이 남으면 고아원 아이들이 먹으면 되잖아요?”
“원장이 못 먹게 했어. 딱 정해진 분량만 먹게 했어.”
“아니 왜요?”
“몸이 왜소해야 동정이 생겨 가끔 오는 외부 사람들한테서 후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인지. 그래서 일부러 밥 양을 조금 준 거야….”
선용은 자신도 모르게 치가 떨렸다. 대놓고 피를 빨아먹다니…. (계속)
※ 시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체험소설이며 글을 쓰는 이순자 씨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8세 할머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