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성장 가능성 기대하지만 전용공장은 ‘머뭇’…비용 부담·수요 부족 탓
美 IRA·EU 의무화에 예산 책정…韓, 2027년 의무화하고 업계 의견 청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국내 정유 기업들이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생산 및 공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국내외 탈탄소 규제에 따라, SAF 전환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전환에 한계가 있을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정유 4사, SAF 국내외 판매 ‘박차’…배경엔 국내외 규제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정유사 생산 SAF의 국내외 판매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에너지는 지난 4일 자사 SAF를 유럽에 수출했다. SAF는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 원료로 만든 항공유를 가리킨다. 기존 석유로 만든 항공유 보다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게 강점이다. 국내 기업이 자사 생산 SAF를 유럽에 수출한 건 SK에너지 사례가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선 HD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6월 SAF를 일본 마루베니 사를 통해 ANA항공사(전일본공수)에 공급하면서 국내 최초 자체 생산 SAF 상업판매 기록을 세웠다. GS칼텍스는 같은해 9월 핀란드 네스테(Neste)의 100% SAF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기존 항공유와 섞은 다음, 이를 일본 나리타 공항 향으로 공급한 바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항공사를 타깃으로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주 1회 진행중인 대한항공 여객기 향 급유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정기 여객노선에도 SAF를 공급 중이다.
국내 정유사가 이처럼 SAF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는 탄소배출 규제와 이에 따른 SAF 시장 성장 가능성이 꼽힌다.
EU는 올해 1월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SAF를 최소 2% 혼합한 항공유만 급유하란 게 골자다. SAF 최소 혼합 비율은 2050년 70% 등 수준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미국 역시 오는 2050년 SAF 사용 100%를 목표로 삼고 있다. 업계는 SAF 시장 규모가 지난 2022년 24만 톤에서 오는 2030년 1835만 톤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프로세싱 설비 있지만, 전용공장 ‘아직’…효율 제한적
국내 기업들은 조심스러운 움직임도 내비친다. 국내 100% SAF를 생산하는 전용공장 설치는 아직이라서다.
현재 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SK에너지 3사는 자체 코프로세싱(Co-processing) 설비를 갖추고 있다. 기존 정제 설비를 대부분 그대로 두고 원유와 함께 바이오 원료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특히 SK에너지는 △바이오 원료 저장 탱크 △5km 길이 전용 배관 등을 함께 설치해 대량·상시 원료 투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에쓰오일 역시 관련 설비를 현재 설치 중이다. 하지만, 비용 및 수요 부족을 이유로 전용공장 설치는 아직이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용공장을 갖추지 못하면, 이미 전용공장을 갖춘 전 세계 정유기업 대비 SAF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같은 양의 원료를 넣었을 때, 전용 설비 대비 코프로세싱 설비에서의 SAF 생산량은 낮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SAF 시장은 바이오 원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또 하나의 과제인 시장이다. 수율 문제가 더 중요해지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설비를 통해서는 SAF 혼합률을 일정 이상 높일 수 없단 점도 단점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코프로세싱 방식은 기존 설비를 개조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합 비율이 높아지면 설비 이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 필요” 목소리…정부, 사용 의무화·업계 의견 청취
업계는 수요 확보와 생산설비의 적극적인 증설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SAF 전용공장이 세워지고 있는 국가들은 관련 제도를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예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에서 SAF를 생산 혹은 사용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U는 직접 인센티브는 없지만, 항공사에 2000만 유로 규모의 배출권 거래 시스템 내 SAF 허용량을 지원하는 등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0% SAF를 만드는 설비는 공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공장이 아직 국내에 없는 이유”라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대응에 나서곤 있다. 오는 2027년부터 SAF 혼합 의무화에 나선다. 또, 인센티브 강화와 같은 업계의 목소리도 들을 계획이다. 윤창현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지난해 12월 SAF 혼합의무제도 설계 TF 2차 회의에서 “정유·항공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예측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확실하게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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