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 사업 속도 가장 빨라…‘공사비 협상’ 관건
사업성 높은 한남4, 삼성물산 수주…한남1은 사업해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혈투로 주목받은 한남4구역 수주전이 지난 18일 마무리됨에 따라 한남뉴타운 사업이 지정 20여년만에 8부 능선에 가까워 지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지구(한남뉴타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보광동·이태원동·동빙고동 일대 94만㎡ 부지에 1만2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메머드급 프로젝트다. 2003년 11월 서울시 뉴타운사업 대상지로 지정됐으며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2~5구역이 각기 다른 속도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한남뉴타운은 서울 중심에 위치하고 남산과 한강을 끼고 있어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다. 강남북 모두 접근성이 높은데다 용산개발과 연계돼 미래 가치가 높다. 하지만 주목받는 지역인 만큼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한남1구역은 2018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태원 관광특구가 포함돼 상가가 많다보니 일부 이태원 상권 반대에 부딪혔고 고도제한으로 낮은 사업성도 골칫거리였다. 이후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재추진 움직임이 보였으나 진척이 없다.
한남2구역은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총 1537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한남써밋' 브랜드로 개발중이다. 공사비는 3.3㎡당 770만원으로 총 7909억원 규모다. 일반분양 물량은 391가구로 예정됐다. 대우건설은 시공권 확보를 위해 △최저 이주비 10억원 △이주비 상환 1년 유예 △입주후 2년간 분담금 납부 유예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태원역과 가까운 역세권 입지가 강점이지만 한강조망은 아니다. 2012년 한남뉴타운 5개구역중 최초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대우건설은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최고 층수를 21층으로 높이려 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지상 14층으로 제한됐다. 대우건설은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책임 추궁을 당했지만 총회에서 재신임되며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한남3구역은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중이다. 이주율이 이미 95%를 넘겼다. 지하7층~지상22층, 총 5988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으로 2026년 착공, 2029년 준공 및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한남'을 내세워 수주에 성공했으며 △추가 이주비 LTV 60% 제공 △분담금 입주후 납부 △사업촉진비 5000억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현대건설은 수주 당시 단지내 상업시설에 현대백화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작년 총회에서 상업시설 면적 축소, 유통 트렌드 변화 등의 이유로 입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도 문제다. 2020년 현대건설이 수주할 당시만해도 평당 공사비 546만원, 총공사비 1조7700억원대로 책정됐으나 최근 자재비 인상 등으로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근 한남4구역(3.3㎡당 940만원), 한남2구역(770만원)과 비교했을때도 매우 낮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공사비 상승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북 최대어로 꼽힌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약16만㎡를 재개발해 지하7층~지상22층, 51개동, 총 2331가구의 아파트와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한남4구역은 한강변에 위치해 남산과 한강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입지를 자랑한다. 조합원수는 1160여명으로 상대적으로 적고 일반분양분이 1981가구에 달해 수익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은 조합에 단지명을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으로 정하고 △조합원당 최대 12억원 이주비 보장 △입주 후 조합원 분담금 납부 최대 4년 유예 △착공전까지 물가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분 최대 314억원 자체부담 △전 조합원 한강 조망 등을 약속했다.
한남5구역은 용산 동빙고동 일원 총 18만㎡ 부지에 지하6층~지상23층, 51개동, 총 259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판매·업무시설을 조성한다. 총공사비 1조7580억원에 평당 공사비는 916만원으로 책정됐다. 한강과 인접해 한강조망이 가능하고 대부분 평지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용산공원, 강변북로와도 가깝다.
한남5구역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광변전소 이전문제였다. 다행히 기존 5500㎡의 변전소 부지를 3100㎡로 축소하고 이전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한국전력과 합의에 성공했다.
작년 두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DL이앤씨가 단독 입찰했으나 유찰됐다. 타건설사들은 높은 공사비와 그동안 공을 들인 DL이앤씨와의 경쟁에 부담을 느껴 불참했다. 이에따라 조합 주변에서는 수의계약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경쟁입찰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조합 임원을 새로 뽑고 있는데 임원이 선임돼야 입찰 방식이나 일정 등이 정해질 것"이라며 "현상황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 속단키 힘들다"고 말했다.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이 순항중인 가운데 매물가격도 상승했다. 대다수 수도권 아파트가 2021년 고점을 찍은뒤 하락했지만 한남뉴타운 영향권에 있는 주택들은 고공행진을 달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보광동 신동아아파트 84㎡가 2021년 7월 22억원에 거래됐으나 작년 10월 같은 평형이 27억원에 계약되면서 3년새 5억원이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아파트가격도 재개발 기대감으로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용산 이태원동 청화아파트 106㎡는 작년 10월 2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해 1월 동일평형이 19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개월만에 7억8000만원이 올랐다. 한남동 한남힐스테이트 84㎡는 작년 12월 18억1500만원에 손바뀜됐다. 2020년 2월 매매가(14억9900만원) 대비 3억1600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한남뉴타운은 서울 중심부라는 입지적 장점과 재개발 완료후 프리미엄 기대감으로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불리 투자에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재개발 호재가 이미 반영된데다 초기 투자금액이 높고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가 분담금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업 완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한남3구역조차 입주가 빨라야 2029년이다. 다른 구역은 10년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 시간을 버틸 자금 계획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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