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이 시작”…고려아연vs. MBK, 경영권 분쟁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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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이 시작”…고려아연vs. MBK, 경영권 분쟁 2라운드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5.01.24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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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 부회장, 24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
“SMC 주식취득·영풍 의결권 제한 탈법적” 목소리
고려아연, MBK에 “경영 참여 길 열 것…협업하자”
“SMC 블록딜, 법률적 검토 충분히 했다” 반박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하 MBK·영풍 측)과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이하 고려아연 측)이 나란히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예고했다. MBK·영풍 측은 지난 23일 임시주주총회 결과 관련 법적 대응에 나선단 방침이다. 고려아연 측은 대화에 나서자면서도 MBK·영풍 측의 공격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MBK·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은 각각 오전, 오후에 전날 임시주총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측은 지난 23일 임시주총에서 각자가 상정한 안건을 두고 다툰 바 있다.

시장은 고려아연 측의 압승이었단 평이다. 고려아연 측은 23일 주총에서 상정 안건이었던 △이사진 19인 상한제 △추천 이사 7인 선임 등을 모두 가결시켰다. 반면,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 △추천 이사 14명 선임 등 안건은 부결됐다.

고려아연 측 승리의 배경으로는 고려아연 측이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5%의 의결권 없는 표로 만든 전략이 꼽힌다. 고려아연은 지난 22일 호주 소재 손자회사 SMC(선메탈코퍼레이션)가 영풍 주식 10.3%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국내 상법 상, 이런 경우 영풍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와 관련 MBK·영풍 측은 24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임시주총 결과에 불복한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탈법행위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주장이다.

MBK·영풍 측은 SMC의 영풍 지분 확보가 현행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순환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제22조를 통해 순환출자를 금지하면서, 어떤 시도가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를 정한다. 시행령 제42조 제4호에 해당하는 ‘자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도 그중 하나다.

MBK·영풍 측은 SMC 사례가 여기 해당한다고 봤다.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 방어라는 ‘자기의 계산’을 목적으로 ‘타인’에 해당하는 SMC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인 영풍의 주식을 취득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탈법의 여지가 있단 걸 알면서도 진행했다면 업무상 배임 혐의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과징금 등 손해를 알고도 영풍 주식 취득을 진행했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할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이날 오후 고려아연 측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협업을 위한 제안과 MBK·영풍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을 내놨다. 기자회견 단상에는 현 경영진뿐 아니라 노조도 자리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를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MBK에 경영참여나 이사회 참여의 길을 열겠단 게 골자다. 최윤범 회장의 의장직 해소를 약속대로 이행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박기덕 사장은 “MBK의 바람과 기대와 목적도 고려아연의 성장이라면 우리는 그 뜻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제기한 SMC 관련 문제제기에 대한 반박도 내놨다. SMC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 문제와 무관한 공정거래법상 ‘타인’이 아니란 것이다. 또, SMC가 손해를 입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영풍의 주식을 저렴한 값에 산 상황이라서다.

박기덕 사장은 “SMC는 고려아연의 100% 자회사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사모펀드에 장악됐을 때, SMC가 겪는 것과 고려아연이 겪을 것은 같다”고 강조했다. 또, 박 사장은 “SMC의 영풍 주식 매입 단가는 과거 3년 평균의 50% 이하”라며 “미래 자산 가치를 평가해보면, 미래 가치가 있는 투자다. SMC의 경영진도 똑같이 판단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SMC의 영풍 지분 확보는 법리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결정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박 사장은 “법률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해 논의할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말하긴 곤란하다”며 “충분한 검토를 했다고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만일 이같은 제안과 반박에도 MBK·영풍 측이 공격에 나선다면, 전사 수준으로 대항에 나서겠단 방침도 전했다. 박 사장은 “적대적이고 소모적인 전쟁을 계속 원한다면, 고려아연의 전 임직원과 기술진, 노조는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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