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오는 4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8주년을 맞이한다. 고착화된 은행권에 포용금융과 혁신금융을 확산시키고 기존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위해 등장한 인터넷은행은 최초의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출범(2017년 4월) 이후 지난 8년간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러면서도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때론 기존 은행권에서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고객 서비스 질을 끌어올렸다. 다만 인터넷은행에 당초 기대했던 성과보다는 여전히 못하다는 지적이 금융권과 학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인터넷은행 출범 8주년을 맞아 인뱅 3사가 처해있는 현주소와 당면과제, 그리고 앞으로 나올 4인뱅의 역할 등을 살펴본다.
“시중銀보다도 못했던 포용금융, 이젠 달라졌어요”
인터넷은행 출범 후 2023년까지만해도 포용금융 성적은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1년 5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비중 목표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향후 신사업 인허가 등에서 고려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인터넷은행 자율에 맡기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까닭은 포용금융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설립 당시 특혜를 받아온 인뱅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일어나면서다.
실제로 2021년말 당시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간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살펴보면 시중은행이 24.2%로 인터넷은행(12.1%)보다 오히려 2배 높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3년 말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목표치를 30% 상회로 대폭 확대하며 포용금융 실천을 압박했다.
이후 4년여가 흐른 지금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은 모두 30%대를 넘겼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뱅3사의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은 케이뱅크 35.3%, 토스뱅크 34.7%, 카카오뱅크 32.2% 순이다.
이는 인터넷은행 자체 노력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측면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3년 7월 사실상 목표치 완화를 통해 인터넷은행의 부담을 완화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의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목표비중을 30% 수준보다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4~2026년 대출 목표를 ‘30% 이상’으로 설정하면서 안정적 관리를 위해 ‘평잔’ 기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말잔 기준으로 운영해왔다. 가장 큰 수혜는 토스뱅크가 누렸다. 토스뱅크의 경우 기존 목표치가 44%에 달했지만 이후부터는 30%대 이상으로만 유지하면 돼 관리부담을 크게 줄였다.
디지털혁신 공로 세워…금융상품 혁신은 물음표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에 불어넣은 새바람 ‘디지털혁신’, 즉 디지털전환은 은행업의 새로운 경쟁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히 은행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뱅킹앱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 및 금융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면서다.
멀티앱 전략을 구사하던 시중은행들도 원앱, 슈퍼앱에 관심을 보이며 뱅킹앱 고도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배경에는 비대면의 일상화에 따른 인터넷은행의 약진이 거론된다. 금융당국과 학계에서도 인터넷은행 출범 후 금융권 전반에 걸친 디지털혁신이 가속화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린다.
디지털혁신 외 혁신적 금융서비스 및 금융상품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긍정적 평가는 ‘지금 이자받기’, ‘모임통장’ 등 기존에 없던 서비스들이 인터넷은행 출범 후 등장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가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는 2022년 3월 출시 이후 ‘이자는 매월 한 번 지급된다’는 기존 관행을 깨고 고객이 원할 때 즉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비스 출시 이후 650만명의 고객에게 총 6100억 원의 이자가 전달됐다.
인터넷은행이 시장을 선점한 ‘모임통장’의 경우도 시중은행이 후발주자로 뛰어들 정도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이같은 금융혁신이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와 함께 ‘메기 효과’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인터넷은행도 일반 시중은행처럼 가계대출 상품을 선보이며 수익성 증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도입이 논의중인 제4의 인터넷은행(이하 제4인뱅) 무용론마저 등장하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제4인뱅이 등장한다고 해 급격한 금융혁신과 메기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익성 개선 해야하는데…이젠 밸류업까지 골머리
인터넷은행 중 현재 유일하게 상장한 카카오뱅크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기업가치제고, 바로 ‘밸류업’이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공모가 3만9000원으로 증시에 상장해 같은해 8월 19일 역대 최고가인 9만2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 6개월이 흐른 지금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하는 2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4일 오후 2시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 2950원을 기록중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 열린 ‘2024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밸류업 계획과 함께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가 내세운 밸류업 전략의 방향성은 ‘성장’과 ‘혁신’이다. 오는 2027년까지 고객 수를 3000만명까지 늘리고, 이를 통해 자산 100조 원 규모의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투자와 M&A,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영업수익 중 여신 이자수익을 제외한 비이자수익 비중(수수료·플랫폼, 투자금융자산, 기타 수익)을 4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특히 주주환원 정책으로 향후 3년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직전 연도 주요 시중은행 평균을 웃돌 경우 주주환원율(배당+자사주 매입·소각)을 현행 20%에서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주가반등에는 실패했다. 밸류업 발표 후 우상향하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최근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상장 당시부터 발목을 잡았던 ‘고평가’ 논란이 현재까지도 이어지면서 카카오뱅크 적정주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오랜 기간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케이뱅크 역시 그 부정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 침체 등을 이유로 벌써 삼수를 넘어 사수 도전을 앞두고 있다.
기존 금융권과는 차별화 된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인다던 인터넷은행이 혁신금융 부문에서는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면서 기업가치 역시 하락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도입의 논의되는 제4인뱅조차 혁신금융보다는 포용금융 부문에 무게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당초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을 보면 기존 은행권이 경쟁 없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금융혁신을 이루기 위해 이른바 ‘메기’를 넣어 ‘미꾸라지’들의 생존경쟁을 자극하겠다는 목표였다”면서 “하지만 포용금융과 달리 혁신금융의 경우 수치로 표기할 방법이 없어 최근 들어 인뱅 내 중요도가 떨어지는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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