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브랜드 집중, 2G 서비스 종료로 사라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지금은 ‘010’으로 핸드폰 번호가 통일돼 있지만, 전에는 017, 016, 019 등 다양한 번호가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SK텔레콤의 채널 명인 ‘스피드 011’은 휴대전화 시대를 주도했다. 서비스 시작부터 종료까지 800MHz라는 황금 주파수를 운영하며 한국인의 대표 번호로 인정받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스피드 011의 추억을 떠올리며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SKT 011, ‘디지털’에서 ‘스피드’로…대한민국 NO.1 번호 자리매김
“SK텔레콤이 자사 이동전화 상표인 ‘디지털 011’을 스피드(speed) 011로 바꾼다.”
-1997년 9월 3일 <매일경제> SK텔레콤 스피드 011로 변경
1997년 디지털 011을 사용하던 SK텔레콤이 상표 변경에 나섰다. 전국 통화는 물론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글로벌 통신 서비스와 차세대 종합 멀티미디어 통신 사업자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감지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라는 TV 광고로 친숙한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서비스 스피드 011이 지난 10월 23일로 가입자 42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실적은 무엇보다도 안정된 서비스에서 기인한다.”
-1997년 12월 17일 <경향신문> SK텔레콤 스피드 011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고객 400만 돌파
SK텔레콤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주목했다. 국내 최초로 아날로그 방식의 이동전화서비스를 제공했고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객 400만 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대표 번호로 자리 잡았다.
스피드 011 대신 ‘T 브랜드’ 집중…상표권 무효에 2G 서비스 어려움 가중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경부터 스피드 011을 이용한 공식적인 마케팅을 일체 중단했다. 대신 SK텔레콤을 회사의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면서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 2월 17일 <아이뉴스24> ‘스피드 011’ 브랜드 파워, “아 옛날이여!”
“SK텔레콤이 8월 1일부터 출시하는 새 이동통신 브랜드 'T'를 적용한 HSDPA 서비스, 요금제, 고객 체험형 매장을 선보인다.”
-2006년 7월 31일 <매일경제> SKT, 1일부터 새 브랜드 ‘T’ 적용키로
2004년부턴 위기가 시작된다. 그해 시행된 010 통합번호 시행과 번호이동성 제도로 말미암아 식별 번호 브랜드 파워가 약해지기 시작한 것. 더욱이 특허심판원이 SK텔레콤의 011, 스피드 011 등에 대해 상표권 무효 심결을 내렸다. 국가 통신 식별 번호 자원인 011을 SK텔레콤 고유의 상표(브랜드)로 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SK텔레콤은 쓰린 속을 안고 스피드 011을 포기했고, 신규 마케팅 ‘SK텔레콤을 쓴다는 것’을 내세웠다. 이후 SK텔레콤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브랜드 론칭 시도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T 브랜드를 도입했고, 시장 안착을 이뤘다. T 브랜드는 새로운 SK텔레콤, 그 자체로 인식됐다.
“SK텔레콤이 10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G 서비스 종료를 신청할 예정이다. 2G 고객 비중을 전체 무선 가입자의 1% 미만으로 줄이지 못했지만, 장비 노후화 및 단말 생산 중단에 따른 운용상 어려움을 명분으로 2G 서비스를 끝낼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0월 10일 <IT조선> 스피드 011 역사 속으로, SKT 연내 2G 서비스 중단 추진
대한민국 NO.1 번호로 자리 잡았지만, 장비 노후화 및 단말 생산 중단에 따른 운용상 어려움으로 SK텔레콤은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SK텔레콤은 2G용 주파수로 800㎒ 대역을 활용했는 데, 서비스 종료 시엔 해당 대역을 LTE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경쟁사인 KT가 2011년 11월 2G 서비스를 종료한 것과 달리 SK텔레콤은 8년이나 더 해당 서비스를 이어갔다. 프리미엄이 높은 011 번호에 애착을 가진 가입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종료에 따른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SK텔레콤은 ‘2G 서비스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3G·LTE·5G 서비스로 변경 시 휴대폰 값 지원 및 월 요금 할인 등을 지원했다. 대상자는 휴대폰값과 24개월간 매달 통신요금 1만원 지원이나 24개월간 매달 통신요금 70% 할인을 제공받았다.
이를 끝으로 스피드 011로 대변된 '찬란했던' 2G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이제는 스피드 011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마저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지난해 창사 40년을 맞은 SK텔레콤이 존재하는 한, 스피드 011의 찬란한 역사 그 안에서 여전히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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