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홈플러스 점포 담보로 보유 중이며 가치 4~5조원으로 자금 회수 무리 없다"
업계 "우수한 LTV 감안 시 메리츠그룹 손실 우려 적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주현 기자]

대형 마트 홈플러스가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난 4일 기업회생 신청을 한 이후 1조3000억 원 한도의 부동산담보대출을 실행한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그룹)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회사나 업계 모두 자금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당일 회생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D등급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무의 적기 상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홈플러스에 대규모 대출을 제공한 메리츠그룹에 미칠 영향이 화두에 올랐다. 홈플러스의 차입금(1.4조 원) 중 메리츠그룹 계열사 비중이 82%이기 때문이다. 메리츠그룹은 지난해 5월 22일 홈플러스와 1.3조 원의 대출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메리츠증권이 약 7000억 원을,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및 메리츠캐피탈은 각각 3000억 원을 대출했다.
일부 원금 조기상환으로 지난 2월 28일 기준 홈플러스의 대출잔액은 메리츠증권 6551억 원, 메리츠화재 2808억 원, 메리츠캐피탈 2808억 원으로 총 1조2167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만기일은 2027년 5월 22일이나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해당 대출의 기한의이익상실사유가 발생했다.
그러나 메리츠금융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합정점 외 61개 점포를 부동산 담보 신탁한 후 메리츠그룹을 해당 신탁의 1순위 우선 수익권자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우선 수익권 설정 규모는 대출원금의 약 120% 규모다. 그 외에도 차주 주식 1순위 근질권, 임대차보증금 수취 계좌 및 보험금 수취계좌에 대한 1순위 근질권을 메리츠그룹에 담보로 제공했다.
메리츠그룹 관계자는 "대출 전액은 홈플러스 점포를 담보로 삼았고 해당 신탁 가치가 4~5조 원으로 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회사 관계자 말대로 메리츠그룹이 담보로 확보한 홈플러스 합정점 외 61개 점포의 감정가액 합계는 약 4.8조 원으로 담보 대비 대출금 비중(LTV)은 약 25%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담보자산의 우수한 LTV를 감안할 때 최종적인 손실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는 "메리츠그룹 차원에서 아직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확정하지 않았으나 담보권 행사 등 채권보전절차 실행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메리츠그룹이 홈플러스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담보대출 원리금 회수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메리츠그룹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이후에도 기업금융을 강화해 강자로 거듭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메리츠화재 자산운용실장 전무, 메리츠화재 자산운용실장 부사장을 거쳐 메리츠그룹 그룹운용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는 김종민 이사를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해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했다.
지난 2월에 열린 2024년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는 김용범 메리츠그룹 부회장이 "메리츠증권은 정통 기업금융(IB) 핵심 인력 영입, 부동산 외 기업금융 부문의 이익 기여도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2025년에는 그룹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김 부회장은 메리츠증권이 "자기자본 확대 및 인력 확장으로 최근 몇 년간 롯데그룹, 고려아연 등 일반 기업금융 빅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가 있다"며 "기존 강점인 부동산 금융 및 스페셜 시추에이션 딜을 유지해 기업금융을 추가 확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메리츠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 강력한 자본력, 인적 경쟁력을 기반으로 최상의 IB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단,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신평은 "메리츠그룹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기가 저하된 최근에도 국내기업에 대한 거액의 담보부 대출을 통해 위험자산 인수를 이어가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기업금융 부문에 내재한 높은 위험수준 대비 우수한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으나 그룹 내 위험익스포저(노출) 수준을 고려한 주의 깊은 투자집행 및 관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관건은 (홈플러스) 담보권 실행 이후 자산 처분 경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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