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1998년 현대그룹 계열분리…단일 손보사 출발
삼성화재와 경쟁…성장률 침체로 후발주자에도 따라잡혀
분식결산 사태로 물러났던 정몽윤 회장, 경영일선에 복귀
오너가 3세 정경선씨, 2023년말 CSO 선임…경영에 참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현대해상이 오는 10월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다. 1955년 동방화재해상보험으로 출발해 1983년 현대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해상은 이후 계열분리를 통해 현재 범(汎)현대가이자 하나의 금융기업으로 재탄생했다. 그룹 내 하나의 계열사에 불과했던 현대해상이 현재는 오롯한 금융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지난 70년간 지나온 발자취를 보면 현대해상의 역사는 독립과 위기, 재도약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라이프그룹 계열 동방화재해상보험이 27일 현대그룹에 넘어갔다. 재계에 따르면 라이프그룹은 경영합리화와 운영자금조달을 위해 계열사를 정리키로 하고 계열 동방화재해상보험을 2백30억원에 현대그룹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중략) 현대그룹에 넘어간 동방화재해상의 지난해 거수보험료는 3백34억원으로 10개 손해보험사중 6위였으며 자산규모는 5백5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아려졌다.
<조선일보> 1983.08.28. -동방화재해상보험 팔려 현대에 2백30억-
현대그룹 편입 후 2년 만에 동방화재는 현재의 사명인 현대해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금에야 그룹 내 자회사 편입 후 통일성 있게 사명을 맞추는 게 관례처럼 자리잡고 있지만 당시 사명 변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가와 현대가의 경쟁관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현대그룹이 지난 83년 인수한 동방화재해상보험을 오는 10월 중순경 회사상호를 현대해상화재보험으로 변경할 방침. 상호를 이처럼 바꾸게 되는 것은 그룹이미지를 보다 부각시킨다는 뜻도 있고 특히 삼성그룹의 동방생명과 한글표현이 같아 혼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와 삼성이 불화관계에 있을때부터 현대그룹 고위층이 ‘동방’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보였던 것을 상기시키고 이번 상호개편이 해묵은 생각때문이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매일경제> 1985.09.25. -동방화재, 현대화재로 변경-
1990년대 들어 현대해상은 현대그룹의 지원 아래 손보업계 최상위권을 노리는 대형보험사로 자리잡았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7남인 정몽윤 당시 사장은 1995년 현대해상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비전인 ‘하이비전 2000’을 수립하기도 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이 17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21세기 초일류 보험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하이비전 2000’ 실천 원년을 선언했다. 정몽윤 사장은 이날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창립기념식 및 한우리대축제 행사에 참석, “21세기 초일류기럽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2000년까지 정보시스템부문에 4백억원, 순수교육부문에 5백억원을 투자하겠가”며 “현대해상가족 모두가 하이비전 2000을 달성하기 위해 단합된 마음으로 함께 나가자”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1995.10.18. -현대해상화재 창립 40돌-
정몽윤 당시 사장은 ‘대화합’을 강조하며 과격한 노조활동 등으로 처벌을 받았던 직원들의 징계 기록을 말소해주는 한편 우수직원에게는 포상휴가를 주는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는 당시 현대해상의 자산이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고속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 현대해상은 보험 준비금 과소적립이 금융당국 검사에 의해 드러나면서 그 책임을 지고 정몽윤 사장이 물러나는 등 부침을 겪었다.
보험감독원은 결산과정에서 2년동안 9백87억원의 분식결산을 한 것으로 드러난 현대해상화재보험(대표이사 정몽윤)에 대해 사장 해임요구 등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보감원은 23일 오후 감독위원회를 열어 현대해상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이 회사가 전산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책임준비금을 지난 94회계연도 8백52억원, 95회계연도 1백35억원을 적립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7남인 정몽윤 사장은 지난 21일 이미 사표를 제출했다.
<한겨레> 1996.09.24. -현대해상 분식결산 중징계-
또한 금산분리 원칙이 강화되면서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현대해상의 독립 문제도 불거졌다. 결국 현대해상은 1998년 현대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출발을 하게 된다. 현대그룹과의 독립 후 현대해상은 IMF(외환위기) 및 손보사 간 출혈경쟁 등 각종 위기에서도 살아남았다.
손해보험회사들이 과도한 보험료할인경쟁 등으로 올 2분기 2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1개 손보사는 지난 4~6월중 보험영업부문에서 이익을 전혀내지 못하고 총 2048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별 적자규모는 삼성화재가 328억원으로 가장 많고 △LG 274억원 △현대 253억원 △동부 251억원 △동양 218억원 등으로 대형사일수록 적자폭이 컸다.
<동아일보> 1999.09.08. -11개 손보사 2048억 적자-
2000년대 들어서도 현대해상은 삼성화재의 뒤를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00년 8월에는 현대건설 광화문 사옥을 현대해상이 약 700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건물 일부를 빌려쓰던 임차인 신분에서 건물주가 된 셈이다.
현대건설이 자구계획에 포함한 서울 광화문 사옥을 최근 678억원에 현대해상화재에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받았다.현대해상 관계자는 22일 “금융감독원이 광화문 사옥 매입건을 승인한 직후 지난주 사옥 매입을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 현대해상은 현대건설로부터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광화문 사옥을 678억원에 매입했으나 현대건설은 임차보증금 등을 감안, 실제 확보 자금은 463억원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2000.08.22. -현대건설 광화문사옥 매각 현대해상에 678억원 받아-
당시 최상위 손보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現 DB손해보험), LG화재(現 KB손해보험)는 현재의 손보업계 빅4 체제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현대해상 입장에서는 후발주자들에게 업계 2위 자리를 내준 셈이기 때문에 빅4도 일종의 꼬리표처럼 느껴졌다.
올 회계연도 들어 LG화재가 현대해상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서면서 2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략) 1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 들어 4~5월 원수보험료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업계에서 4위에 머물던 LG화재가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를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뉴시스> 2004. 07.11. -LG화재, 현대해상 제쳤다…2위 경쟁 치열
이처럼 업계 2위 자리가 위협받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정몽윤 회장이 2004년 말 ‘이사회 의장’ 신분으로 전격 복귀했다. 앞서 분식결산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무려 8년만이었다.
2023년에는 정몽윤 회장의 장남 정경선씨가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 선임되며 경영일선에 참여, 경영승계가 본격화됐다.
올해 10월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현대해상은 최근 기념 앰블럼을 제작하고 이를 공개했다. 혐대해상에 따르면 이번 엠블럼의 디자인 모티프를 ‘Heart(마음)’로 삼고 진심과 전심을 다해 고객과 구성원의 삶 속에서 함께해 온 70년의 여정을 담았다. 함께 공개된 슬로건 ‘Sincerely yours 1955·2025’는 정성스러운 편지의 맺음말처럼 현대해상의 지난 여정을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애정과 존중을 표하는 의미를 표현했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오너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한 현대해상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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