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치검찰에 의한 야당 말살행위” 주장하며 탄핵안 발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박순용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어졌던 ‘옷 로비’ 의혹 사건과 ‘파업 유도’ 의혹 사건은 사상 최초의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박순용 총장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박순용 총장을 다시 부딪치게 만든 건 ‘선거’였다. 2000년 4월 13일 제16대 총선이 치러진 후, 검찰은 선거법 위반 당선자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 수사에 긴장한 건 여야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좀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쪽은 역시 야당인 한나라당이었다.
여야는 18일 한나라당 김무성 당선자의 검찰 소환을 선거사범 수사의 신호탄으로 보고 당국의 수사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날 자기 당 소속의원이 첫 소환대상자라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수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질 경우 물리력을 동원한 강경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선거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여야의 관계가 극도의 대결구도로 치달을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 문제를 영수회담 실무접촉 과정에서 적극 부각시킬 방침이어서 선거사범 수사의 향방은 영수회담의 성사여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회창 총재 측근은 “검찰의 선거수사가 인위적인 정계개편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며 “그런 사실이 드러날 영수회담은 물론 정국운영에도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금·관권이 동원된 부정·혼탁선거였다”고 강조하고 검찰로부터 소환요구를 받은 당선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철저한 지원을 당부했다. (후략)-2000년 4월 18일 <매일경제> 한나라당 “수사 불공정 땐 영수회담 영향 줄 것”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한나라당 정인봉·김무성 의원, 민주당 장영신·이정일 의원 등 4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나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소된 의원 수가 같아 공정해 보이지만, 실상 여당에서는 사안이 경미한 의원들만 기소돼 의원직에 영향이 없고 야당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었다.
한나라당은 1일 검찰의 4·13 총선 선거법 위반사건 수사가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2일 당내 부정선거조사특위를 열어 이에 적극 대처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수집한 민주당 위법 선거운동 사실을 재점검, 법적대응 방법을 강구하는 한편 검찰 등에 항의 방문단을 보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권철현 대변인은 성명에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선 우리 당이 고발한 혐의내용은 외면하고 결과가 뻔한 경미한 사안만 모양 갖추기 차원에서 기소했다”면서 “이런 식의 편파 기소는 야당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이회창 총재도 이날 총재단 회의에서 “검찰의 편파수사가 극에 달했고 내 평생 이런 검찰은 처음 본다”며 당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2000년 6월 1일 <동아일보> 한나라당 “선거수사 편파기소” 강력 대응키로
한나라당의 편파수사 주장이 이어지던 와중, 검찰의 선거수사문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터진다. 대검 공안부가 작성한 제16대 총선 당선자 116명에 대한 수사·처리 현황 보고서가 <주간내일> 신문에 게재된 것이다. 이 문건에는 정당별로 선거법위반 혐의로 입건된 당선자 명단, 혐의요지, 수사상황, 처리결과가 도표형식으로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를 두고 ‘검찰이 여권과 사전조율을 해왔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2000년 8월 25일 열린 민주당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윤철상 제2사무부총장이 “‘제3의 정보’에 의해 우리가 알아서 대책을 세워 10명 이상은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발언한 사건이 있었는데, 민주당이 유출된 문건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한 것이다.
검찰이 작성한 4·13 총선 국회의원 선거사범 수사자료(문건)에 대해 한나라당이 31일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으로 검찰과 여권이 사전조율을 해 왔다는 증거”라고 주장, 수사자료 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에 유출된 수사자료로 여권이 검찰 그리고 선관위와 협의해 여당 의원 10여 명을 구제했다는 윤철상 의원의 발언 근거가 명백히 나타났다”고 말했다.
장광근 수석부대변인도 “결국 민주당과 검찰이 기소 문제를 두고 사전 조율해 왔다는 게 입증됐다”며 “문건을 작성한 의도와 배경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현미 부대변인은 “공문서가 유출됐다면 수사에서 철저히 밝혀야 할 사안이고, 문건과 민주당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문건 내용도 검찰이 수사진행 사항을 정리한 것인데 한나라당이 어떤 근거로 사전 조율설을 제기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후략)-2000년 8월 31일 <동아일보> 선거수사 문건유출 파문…野 “사전조율 증거” 與 “무관”
계속된 혼란 가운데, 검찰은 2000년 10월 11일 선거법 위반 혐의 당선자 2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발표했다. 25명 중 한나라당이 15명, 민주당이 9명, 자민련이 1명이었다. 한나라당은 또 다시 반발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고발건수가 180 대 48로 여당이 훨씬 많은 데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대검 공안부가 청와대와 수시로 교감하면서 처리수위를 조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선거법위반 대상자에 대한 검찰발표 직후 한나라당은 “야당 말살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으며, 민주당은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기소의원에 대한 법률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민주당 박광순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중략)
그러나 한나라당은 부정선거대책특위 위원장인 최병렬 부총재 및 당3역의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검찰에 의한 야당 말살행위”라고 규정하며 정면 반박했다.
특히 최 부총재는 “선관위가 고발건수가 180대 48로 여당이 훨씬 많은데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대검 공안부가 청와대와 수시로 교감하면서 처리수위를 조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을 사주해 편파사정을 하고 있다며 현정권을 ‘철면피 정권’이라고 비난했다.-2000년 10월 11일 <한국경제> 선거법위반 대상자 기소…野 “편파수사” 반발
결국 한나라당은 다시 한 번 박순용 검찰총장 탄핵 카드를 꺼내든다.
한나라당은 13일 ‘선거사범 편파수사’의 책임을 들어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차장에 대한 탄핵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이범관 대검 공안부장과 박철준 공안2과장을 같은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권오을·김문수·심재철 의원 등 25명은 13일 새벽 본회의 산회직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가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며 철야 항의농성을 벌였다.-2000년 10월 13일 <연합뉴스> 野 검찰총장 탄핵안 제출
그러나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여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의 본회의장 입장을 막아 안건 상정 자체를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순용 검찰총장은 말고 많고 탈도 많던 2년의 임기를 모두 마칠 수 있었고, 2001년 5월 25일 검찰을 떠났다.
여야는 17일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를 놓고 자정을 넘겨서까지 극심한 대립을 보이는 등 진통을 겪었다.
국회는 이날 탄핵소추안을 표결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대정부질문 후 정회하는 동안 이만섭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의 본회의장 입장을 막아 안건 상정자체를 막으며 본회의를 유회시켰다.
이에 따라 일단 여야 총무가 합의한 기한인 17일 탄핵소추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 처리시한은 18일 오후 10시 30분까지여서 탄핵안 국회 처리결과가 어떻게 결론 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법 130조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아니한 때는 폐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탄핵안이 ‘법률적 요건 미비’라며 본회의 상정과 표결거부 입장을 고수했고, 한나라당은 ‘총무합의 사항 위배’라며 탄핵안상정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4번이나 개최하고 대정부질의와 답변 과정에서 시간을 끄는 등 지연작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이 몇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만섭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후 상정·처리’입장을 밝히자 자민련에게 긴급지원요청을 했으나 자민련이 확실한 공조약속을 하지 않아 하루 종일 애를 끓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탄핵안 상정이 되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 국회동의와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해줄 수 없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이 같은 검찰탄핵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의 감정대립으로 공적자금국회동의안과 각종 법안, 그리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2000년 11월 18일 <매일경제> 검찰총장 탄핵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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