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세운 기자)
김영춘 전 의원의 정치이력을 더듬어 올라가면‘철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당적을 이리저리 옮겼다.
하지만 김영춘 전 의원을 철새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철새로 불리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적을 바꾼다.
김영춘은 달랐다. 기득권을 던져가며 정치를 해왔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이렇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16대 총선을 통해 첫 금배지를 달은 김영춘은 자신의 보스(BOSS)가 있었다. 김덕룡이다. 김영춘은 김덕룡과 함께 해수욕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정도로 최측근이었다.
부산출신인 김영춘은 “한나라당이 새롭게 변하려면, 지역주의가 없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남출신인 김덕룡이 당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다녔다.
필자의 눈에는 김영춘의 이런 말들이 레토릭으로 들렸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한나라당 상황을 몹시 힘들어했다. 이회창의 독선적 당 운영 때문에 미래가 없다는 얘기를 늘어놨다.
“모든 공천권을 독점하던 YS도 이러지는 않았다. 이회창은 비주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고도 정권을 잡겠다고 한다. 이게 가능하다고 보느냐?”
괴로워하던 김영춘은 결국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거대야당의 꼬리표를 떼버린 것이다.
그의 탈당보다 놀라웠던 사실은 김덕룡과의 결별이다. 그가 한나라당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보스를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가 염원하던 한나라당의 호남 당대표론도 물거품이 돼 버렸다. 필자는 이에 대해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2006년 금감원 국정감사 때 화장실에서 김영춘과 마주쳤다. ‘탈당할 때 김덕룡과 얘기가 없었냐’는 필자의 질문에 김영춘은 “얘기했다. 김덕룡은 ‘탈당하면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견디기 힘든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이 옳지 않았느냐”고 웃었다.
김영춘이 노무현 탄핵 역풍에 힘입어 17대 국회에 여유 있게 입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김영춘에게도 시련이 왔다. 노무현의 인기추락 때문이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은 갈기갈기 찢겼다.
갈 곳을 헤매던 김영춘은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이제 여당 정치인의 꼬리표를 떼버렸다. 그러더니 문국현 캠프에 합류했다.
여러 문제만을 남기고 김영춘은 문국현과 갈라섰다. 이후 김영춘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시 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 간판을 들고 19대 총선에 출마했다.
총선을 한 달 앞둔 2012년 3월, 필자는 부산에서 김영춘과 만나 “도대체 언제까지 당신의 정치실험은 계속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김영춘은 “이제 당적을 바꾸거나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의 정치실험은 40대에서 끝났다. 지역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필자의 머릿속에는 ‘김영춘이 양지를 버리고 굳이 음지만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거대야당 탈당→여당탈당→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출마’등. 그의 정치적 행보가 음지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예측대로 그는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아무튼 김영춘의 정치적 행보가 안철수 의원의 뇌리에 깊이 박힌 듯싶다. 안철수 의원이 거의 공개적으로 김영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흔히 얘기하는 증권가 찌라시에서는 김영춘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기회있을 때마다 ‘김영춘은 안철수 신당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람들한테 공언했다.
6일 김영춘은 필자의 예측대로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춘이 지난해 총선 전 필자에게 ‘민주당을 탈당하는 일도, 지역을 바꿀 생각도 전혀 없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그가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예측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굳건히 떠받들고 있는 지역주의. 이를 깨야만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김영춘은 생각한 듯싶다. 때문에 십수년 간을 한나라당에서 호남출신의 당대표를 만들기 위해 뛰었고,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건 노무현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 또한 실패하자 본인 스스로가 나섰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출마….
김영춘이 십년 전 필자에게 들려줬던 얘기가 2013년 6월 시점에서는 레토릭으로 들리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새롭게 변하려면 지역주의가 없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호남출신의 당대표가 꼭 필요하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신정당을 만들어야됩니다 혁명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