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국정원 여파로 생긴 제2·제3의 귀태 논란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되고 있다.
'박정희-박근혜' 전·현직 대통령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먼저 포문을 연 건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1일 홍 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 과정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비판하던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의 ‘귀태'로,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으로 비유했다. 이 표현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란 책을 인용한 것이다.
이후 정부 여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어선 비하 발언이자 막말"이라며 십자포화를 던졌다. "당장 사퇴하라"라는 보수단체의 반발 등 귀태 파문의 후폭풍은 거셌고, 이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은 홍 전 대변인은 "책을 인용한 것이 확대해석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원내대변인에서 물러났다.
홍 전 대변인이 사의를 표했지만, 귀태 파문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야당 정치인들이 국정원의 정치 조작 의혹을 규탄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강도높게 꼬집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를 언급하며 "친일 매국세력, 다카키 마사오가 반공해야 한다면서 쿠데타로 정권잡고 유신독재 철권을 휘둘렀다"고 맹비난했다.
당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범 국민대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국정원 국정조사가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까지 국정원을 동원해서 권력을 차지한 사실이 드러나면 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지기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음날에는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 논란과 관련해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라며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기냐"고 질타했다.
당시 이 고문은 세종시에서 열린 충청권 당원 보고 대회에서 "4·19 혁명 뒤 자유당 내무부 장관 최인기 장관은 부정선거 혐의로 교수형을 당했다"며 "국정원과 경찰이 그에 못지않은 부정선거를 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호칭하며 "국정원은 97년 대선 때도 '북풍'을 일으켜 선거에 개입한 데 이어 이번에도 선거에 또 개입했다"며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 고문의 언급에 제2의 귀태 막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5일 취재진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고문의 발언을 막말로 규정하며 "국민의 뇌리에 많이 남아 있는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은 끝까지 말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도 당일 논평을 통해 "저질 막말을 내뱉는 민주당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국민들 앞에 부끄러운 저질 막말 폭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이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당신은 상대방이 없을때 높여 부르는 말이지 막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허영일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이정현 홍보수석이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당신’이라고 호칭한 것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며 “면전에 없는 사람에 대한 당신 호칭은 3인칭 존칭 대명사"라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하는 과정에서 막말과 대선 불복 조장을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헌재 의원 등 초선의원 35명은 이 고문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며 "6선 국회의원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비윤리적 발언을 유포했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 의원의 발언은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진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해 '당선 무효' 운운하며 대선 불복을 조장했다"고 힐난했다.
이처럼 '박정희-박근혜' 전·현직 대통령을 둘러싼 막말 논란은 정치권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여야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건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주장한 새누리당 책임에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박정희-노무현' 대립 구도를 장기화시킬수록 국민 피로감만 쌓일 거라는 지적도 들려온다. 이와 관련, 한 평론가는 "여야 모두 득보다는 실만 자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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