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전주는 호남의 첫 관문이자 큰 어른과 같은 전통의 도시다. 하지만 요즘 조용한 양반의 고장이었던 ‘전주’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송하진 전주시장이 있다. 송하진 시장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힘 솟는 전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2006년부터 지난 8년 간 전주시정을 이끌었다.
특히 탄소산업도시로서 탈바꿈한 전주를 전북의 성장을 이끌 중심동력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195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송 시장은 호남의 명문 전주고를 거쳐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학 석사와 고대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제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30여 년간 전북과 중앙정부의 행정업무를 담당한 행정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05년 명예퇴직한 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선 4기 전주시장에 당선됐다.
2010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이제 송 시장은 6월에 있을 전북도지사에 도전키로 했다. <시사오늘>은 송시장이 가진 전북발전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이 궁금해졌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오후 전주시장실에서 이뤄졌다.
- 지난 8년 간 전주시장으로 재임하셨습니다. 그동안의 성과와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8년은 시민의 행복과 지역발전을 위해 뛰고 또 뛰어 온 가슴 벅찬 시간들이었습니다. 조용한 양반의 고장이었던 전주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주는 지금 문화가 숨 쉬고 지역경제가 생동하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힘 솟는 전주’로 전통 한 스타일과 첨단 탄소산업도시 육성, 그리고 한국 관광의 별, 국제슬로시티 지정,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인증 등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관광도시로 문화가 살아나고, 사람과 돈이 몰려드는 ‘전주 중흥기’를 열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 아트폴리스 도시재생은 전국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고요. 이런 성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실질적으로 전주로 사람과 돈이 모일 수 있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2014년 올해는 그동안의 시정을 마무리하는 시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8년여 동안 전주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주한옥마을에 실개천과 은행로를 개설할 때에는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고, 탄소산업단지를 조성할 때는 토지 보상가를 둘러싼 논란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가장 적극적으로 힘을 주시고 나섰던 분들이 시민들이었습니다. 현재 한옥마을은 ‘도시재생’의 선도 사례로 손꼽히고 있고요. 탄소산단 조성 당시에는 2천만 원을 기탁한 ‘탄소기부천사’가 나타나기도 했었습니다. 시민들의 전주의 역량과 가능성을 인지하고 함께 힘을 모으는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특히 탄소산업의 성과에 대해 많은 관심들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 성과는 무엇입니까?
“지역 연구 인력의 자발적인 의지로 대한민국 최초로 탄소섬유 기술을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힘으로 국가사업 지정을 이끌어 내고, 대기업을 3곳이나 유치한 것은 지방자치 역사상 전무한 기록이라고 자부합니다. 효성은 이미 2020년까지 1조 2천억 원 투자를 약속한 상태로 제 1공장을 전주의 산업단지 내에 조성하고, 연간 2천 톤 규모로 탄소섬유를 생산 중입니다. 1공장에는 이미 순수 지역 인력 100여명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피치계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GS칼텍스도 지난 해 전주와의 공동연구를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주는 탄소섬유의 주요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팬계와 피치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탄소섬유는 타산업의 소재와 매우 잘 섞이기 때문에 활용 범위가 높아 자동차기계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능성을 눈여겨본 국내 굴지의 자동차부품업체인 현대성우오토가 전주에 투자를 약속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 중소기업 200개, 2만 개의 일자리, 세계 경쟁력 3위라는 전주시의 미래 비전이 충분히 달성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무엇보다도 탄소섬유는 전북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기계, 풍력, 조선 등과 결합하면 큰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북의 성장을 견인할 중심동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 뒤돌아보며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전주-완주 통합이지요. 일제에 의해 갈라진 행정구역을 원래대로 해서 지역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회복하고 싶었으니까요. 또 새만금 배후도시로서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95%에 달하는 찬성율과 시의회의 압도적인 지지, 그리고 각종 봉사에 나서 준 전주 시민 여러분의 성원에 부응하지 못해서 굉장히 미안하고, 완주 군민 여러분께 지역발전이라는 진정성을 전달하지 못했나 싶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지난 1997년과 2009년에 이어 세번째 통합을 시도했으나 지난해 또 실패했다. 완주군민들이 통합 이후 완주가 전주에 일방적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앞섰던 것이 통합의 실패 이유로 알려졌다.
- 시장님의 행정 철학이라고 할까요. 지난 8년 전주시정을 이끌어 오면서 어떤 자세로 일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삶을 지탱해 온 생각이 있다면, ‘나를 간직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한다’는 뜻의 ‘화이부동(和而不同)’입니다. 또한 옛 것을 본받아 새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시정발전에 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인 전주한옥마을과 최첨단산업인 탄소산업을 함께 육성하면서 조화를 이뤄나가고 있으니까요.”
전북은 상대적 낙후와 소외에 빠져있어…
-전북도지사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히셨습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960년대부터 전북의 시계는 멈춰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늦춰지고 있습니다. 산업화 과정과 정치권력의 변화 과정에서 우리는 항상 중심부에서 주변으로, 그리고 뒤안길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풍요로움 속에서 상대적인 낙후와 소외를 철저히 겪고 있는 것입니다. 전북은 상대적 낙후와 지구적 차원의 위기를 극복하면서도 문명의 흐름에 앞서야 하는 삼중고의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 뛰어난 자연경관, 농업 등 전북의 강점과 특성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성장 원동력이 될 만한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이런 강점을 살릴 수 있기 위해 전북을 이끌 리더에게는 인문학적 소양, 인간중심의 사고, 정책적 기획능력, 중앙과 지방을 잇는 인맥, 전북발전을 염원하는 애향심이 고루 갖춰져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33년 동안 행정과 정치현장에서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일해 온 만큼, 그 능력을 전북 도민을 위해 쏟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시장님은 전주 호남 제일문 현판 글씨로도 유명한 유학자이자 서예가인 강암 송성용 선생의 4남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적 성장과정을 간략하게 들려주실 수 있는지?
“아버지가 유명하시다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전주로 나오시기 전엔 김제 백산면에 살았는데 평범한 농가였어요. 저 역시 공부를 좀 잘하는 것 빼고는 장난 좋아하는 말썽꾸러기였지요.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부분은 부모님의 생활철학이라고 할까? 교육관이 저희 형제에게 미친 영향입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셨지만 아버지는 특히, 화를 내시거나 훈계를 하신 적이 거의 없으셨거든요. 그저 묵묵히 책 읽고 글씨 쓰시는 데에 매진하셨고, 두 분 모두 항상 근면하고 검약하셨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부모님의 조용한 실천이 제 삶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있는지 새삼 놀랄 때가 많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끊임없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던 두 분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지요.”
- 평생 공무원 생활과 지방도시 수장을 거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에피소드를 들라면?
“국민의 정부 시절에 초대 민간협력과장을 하면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제정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대가 되어서야 현대적이고 발전된 형태의 민관협력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 기초를 닦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교부세 과장도 기억납니다. 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원칙이라든가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지금까지 예산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전주시장으로서 가장 큰 관심을 쏟은 분야는 단독주택 도시가스 공급이라든가 농로 100% 확장 포장, 맑은 물 공급사업, 도서관 확충 같은 시민편의 확대입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께 전하는 신년 인사 및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도민 여러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일 모두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올 한 해는 ‘시대정신에 맞춰 함께 전진하자’는 뜻의 ‘여시구진(與時俱進)’의 정신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고민하고 한 걸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함께 뛰는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도 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도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