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홍세미 기자]
지난 대선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화려했던 극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과 함께 막을 내렸다. 주인공은 박 대통령이었지만, 무대 뒤‘연출가’가 있다. 바로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이다. 박 의원은 <모래시계> <태왕사신기>등 온 국민에게 알려진 유명 드라마의 PD 출신으로, 방송 분야의 전문가다. 박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유세지원본부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며 국회에 입성했고 대선 때는 중앙선대위 미디어본부장으로 활약하며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아직까진 ‘정치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박 의원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PD에서 정치가로, 방송가를 대변하다
명PD로 이미 유명한 박 의원이지만, 정치인으로는 초선의원이다. 그럼에도 의욕적인 의정활동을 보이고 있는 박 의원은 이미 여러 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대표발의 법안은 대중문화산업발전법, 소위 ‘장자연법’이라 불린다. 박 의원과의 인터뷰는 의정활동에 관련된 질문으로 시작했다.
-일명 ‘장자연법’의 대표발의자다. 어떤 법안인가?
“연예인에게 성매매나 성 접대를 알선, 권유나 유인할 시 징역을 살게 하는 법이다. 기획사 등록제와 표준계약서 마련 등의 내용도 들어있다. 너도나도 연예기획사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을 없애야 한다. 지금 언론에 알려진 것만도 엄청난데, 알려지지 않은 것은 얼마나 많겠는가. 제대로 된 사람만 할 수 있도록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 곧 통과될 예정이다.(‘장자연법’은 인터뷰 다음 날인 31일 통과됐다)”
"-최근 연예계 종사자들의 처우와 관련한 법안들도 발의했는데.
“양극화가 굉장히 심한 곳이 방송가다. 연기자들 중엔 억대로 받는 사람들도 있다. 그 친구를 썼을 때 선판매를 통해서 해외에서 만 불 받을 걸 15만 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밑에서 일했던 스태프들은 어떠한가. 내가 PD 시절 드라마를 만들다 보면, 애가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도 못 가는 경우를 봤다. 그래서 그 스태프를 위한 제도 개선을 계속 강구 중이다.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에 함께 현장에 가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자세하게 질문하고 둘러보더니, 당선 이후에도 취임식 때 다 부르고 하더라. 난 신경도 못 쓰고 있었는데 말이다."
방송가에서 일가를 이룬 박 의원은 그 속사정에도 밝아 보였다. 그가 앞길이 보장된 PD생활을 그만두고 정계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잘나가는 PD에서 국회에 입성하게 된 계기는.
“지금 한류가 오대양 육대주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데, 뭔가가 부족했다. 규제나 제약, 이런 것이 눈에 걸리더라. 국회에 있는 의원들은 한류가수, 배우나 작가, 감독 등에 대해선 알지 몰라도 그 세계 이면에 있는 빛과 그림자까진 모르는 것 같았다. 한류의 좋은 쪽만 보고 판단을 하니까 현실과 제도가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좀 바꿔야 할 텐데’ 하고 생각을 하던 차에, 문화 예술 방송 분야의 몫이 비었다며 당에서 접촉을 해왔다."
-바로 결단을 내렸나.
"처음엔 이게 국회의원을 하라는 건지 뭔지, 잘 모르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이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싶어 걱정도 좀 되고 설레기도 하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방송이나 외주 시장의 어려움도 몸으로 겪어 봤고 영화도 누려 봤고 하니, 국회에 가면 그 부분을 긁어줄 수도 있고 보듬어 줄 수도 있겠지 싶었다. 또 한류가 지금 전 세계로 펼쳐나가는 시점에 내가 젊은이들, 후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그런 사명감이 불쑥 솟았다.”
-지금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지.
“지금 우리는 ‘니네들끼리 잘해봐’하고 시장에 맡기는 식인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영국이나 일본, 캐나다 같은 경우는 콘텐츠가 하나 만들어지면, 정부 정책을 하나 만들어서 그 일환으로 가고 있다. 예를 들면 한류 기획단 등을 정부에서 만들어서 지원을 하고 해야 하는데, 정부에선 알지만 굳이 시장을 ‘터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한류를 비롯한 한국의 문화산업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이젠 ‘터치’해야 한다."
-´터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나.
"구체적으로 해외 판매나 번역 같은 걸 창구를 일원화해서 정부에서 돕는다든가, 그런 것이 필요하다. 작은 기획사에다 맡겨 나 몰라라 하다 보니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나 문제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막상 들어와 보니 어떠한가.
“할 일이 많다. 일의 범위도 광범위한데다가 그 무게도 막 커지더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니까, 내 전공인 문화 관광, 방송 같은 부분뿐 아니라 교육도 신경써야 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의원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점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지 못하면 어떻게 얘기를 하겠나. 법안을 발의하고 진행하는 것 외에도, 구상하고 있는 계획들이 있다.”
북한도 문화부터 접근해야…백만평 사극세트 프로젝트
-구상 중인 계획들을 좀 들려줄 수 있나.
“북한에 드라마 세트를 지어보자는 계획을 하고 있다. 파주군 장단면에 가면 북한 쪽에 100만 평이 넘는 개활지가 있다. 여기에 고구려 백제 신라를 그대로 재현해 보는 거다. 북한 사람들한테 복장도 다 입히고, 확실한 고증 거쳐서. 지금 사극들 전부 시대를 불문하고 한국민속촌 22번가 양반가에서 촬영한다. 카메라 바로 앞에만 고증 거친 의상 가져다 두고, 뒤에 엑스트라들은 다 아무렇게나 입는다. 그래서 세트를 한번 제대로 짓자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실현이 어렵지 않겠나.
“이건 국회 들어오기 3~4년 전부터 내가 주장해온 이야기다. 요즘 대학교 가면 삼성관, 포스코관 같은 건물들 있지 않은가. 그런 것처럼 예를 들어 신라는 SK가, 고구려는 현대가, 백제는 LG가 짓는 거다. 그렇게 하고 북한이랑 관광수입 분배 외에도 임진강변에 있는 경기관광공사 땅에 호텔 짓게 해주고 하면 된다."
-누군가 관계자와 상의한 적 있는지.
"경기도지사와도 얘기한 적 있고, 평양 과기대 김진경 총장과도 이야기한 적 있다. 그 사람은 국적이 미국이라서 서울에 드나들 수 있다. 그래서 한번은 모처로 데려와서 이 세트장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러자 그가 놀라며 ‘이 계획은 동무 골에서 나온 건가’라고 묻더라.(웃음)”
-개성공단도 지금 위기에 처했다. 세트장도 그런 상황을 맞지 않겠나.
“아무래도 북한이 정치로는 딱딱하다. 그래서 문화부터 들어가야 부드러워진다. 문화가 기반이고 기본이다. 돈벌이 하러 산업부터 들어간다? 천만의 말씀이다. 다 부러진다. 개성공단이 지금 어려움에 처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미사일을 쏘네 마네 싸우는 거? 정치권에서 알아서 하면 된다. 한쪽에선 계속해서 문화로 접근을 해주는 거다. 그러다보면 통일도 가까워진다. 내가 구상하는 세트장은 그런 의미가 있다. 국회에 들어왔으니 통일부와 힘을 합쳐서 한번 해 볼 생각이다.”
-야당도 힘을 실어줄 것 같은가.
“최근 여야가 정쟁이 심한데, 이것도 문화로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지난해 11월에 ‘컬처 비타민’이란 걸 만들었다. 화제가 되는 영화가 개봉하고 뮤지컬이 상연되면 함께 가서 보는 모임이다. 지금 5~60여 명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 뮤지컬 <고스트>를 다 같이 가서 봤는데, 다녀와서 아주 난리가 났다. 뮤지컬을 처음 본 의원들도 많았고. 문화는 여야도 부드러운 관계로 만들어 주는 위력이 있다."
카메라를 아는 남자, 대통령을 만들다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박 의원은 활기가 넘쳤다. 눈을 빛내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풀어놓았다. 문득 그의 선거 때의 활약상을 듣고 싶었다.
-얼마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 본부장이 되셨다.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감사하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부담도 된다. 홍보는 당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내일모레면 지자체 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예쁜 얼굴을 보일 수 있는 선거 전략 구상에 들어갔다. 선거란 것은 2등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구상해 둔 홍보 전략이 있나.
“이제 시작 단계라 구체적인 것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원칙은 있다. 좋은 인재를 확보해도 그 인재를 어떻게 홍보하느냐가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요소는 전략상 타이밍이다. 시기에 맞춰 어떤 어젠다를 만들어 낼지, 어떤 이슈를 선점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대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전략적 요소를 꼽는다면.
“지난 총선 때 유세지원 본부장, 대선 때 미디어 본부장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시는 박근혜 후보하고 전국을 같이 다녔다. 총선 때는 전국 각 지역의 후보자 지원유세를 하기 위해 다녔고, 그 다음에 대선 때는 대선 유세를 갔었고. 그러면서 한 1년동안 느낀 건, 비유하자면 박 후보가 움직이는 건 큰 태양이 떠다니는 것 같다는 거다.”
-아부가 좀 심한 것 아닌가?
“아무리 마케팅을 만들고 좋은 전략을 짜도, 현장에 가면 써먹을 수가 없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 박 후보가 앞에 서면 그것이 마케팅이 되더라. 또 내가 고민을 해서 다섯 가지를 가지고 가면 우리 후보는 일곱 가지, 여덟 가지 전략이 준비돼 있었다. 그래서 내 가장 큰 관점은 어떻게 이 후보를 움직일 것인가가 됐다. 내가 지원해 드린 것은 주로 내 전문 분야인 방송에 나가는 모습에 대한 지원이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했는지.
“그날 입을 옷부터 시선을 둬야 할 카메라까지 그런 작지만 중요한 요소들을 조언했다. 예를 들어 토론회가 있는 날, 벽 색깔이 푸른색인데 푸른 옷을 입으면 배경에 옷이 먹히고 만다. 그럴 때 다른 옷을 권해드렸다. 또 방송 토론할 때 앉는 자리를 기준으로 2번 카메라라고 국민의 시선에서 보는 카메라가 있다. 그 쪽을 보고 할 땐 45도 각도로 틀어서 얘기하는 것이 좋다던가, 그런 것들을 말씀드렸다. 우리 후보가 머릿속에 준비해 두신 것은 많은데, 가끔 그것을 밖으로 표현할 때 막히실 때가 있더라.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종종 그런다. 그래서 제스처를 크게 하시길 추천했다. 제스처를 써 보시니까 좋으신지, 그때부터 계속 쓰시더라. 대선 막바지 TV토론 때 각 당에서 두 명이 들어갈 수 있다. 정책전문가인 안종범 의원과 나와 둘이 들어갔다. 그래서 직전에도 방송에서 유용한 몇 가지 팁을 귀띔했다."
-유세장에서는 어땠나.
"유세 현장에서도 비슷했다. 미리 거리 유세가 있을 장소에 도착해서 그림이 나오는지 본다. 나는 원래 드라마 만들던 사람이니까, 한번 보면 촬영할 각이 나온다. 장소섭외부터 인원배치까지, 그렇게 미리 도착해서 모든 준비를 마쳐 놓으면 박 후보가 오셨을 때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이리로' 하고 안내하면 머뭇거리거나 멈추는 일 없이 톱니바퀴처럼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됐다. 기자들도 사진 찍기 편하다고 참 좋아했다. 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으니까.”
- 그 과정에서 어려움 같은 건 없었나.
“처음엔 사람들이 날 몰랐다. 내가 3월 20일 정도에 비례대표로 들어와서, 3월 26일부터 선거에 나갔다. 누가 날 알겠느냐. 빨간 옷은 입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자신들을 제지하고, 배치를 지시한단 말이지. 자꾸 TV에 나오는데 후보 옆에 따라다니고. 어떤 당원은 나를 못 보고 어깨로 치고 지나가기도 하고 그랬다.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니 누군지 알아보더라.(웃음)”
- 가까이서 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말씀해 달라.
“세간에서 차가운 성격이네 뭐네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내가 본 박 대통령은 올곧고 강직한 분이다. 말에서도 그런 것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있다. 애국심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에 대한 생각,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항상 달고 다니셨다. 또 전문가를 인정해준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중용될 수 있었다.”
- 그렇다면 ‘불통’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상대방이 소통이 안 돼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정현 수석이 최근 한 ‘자랑스러운 불통’이란 언급도, 하도 주변에서 불통, 불통 하니까 그냥 그렇게 말한 거다. 제가 옆에서 본 바로는 소통이 안 될 리가 없다. 상당히 유머러스한 분이다.”
- 공약 이행에 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청와대 가서 곳간 키를 딱 열어 보니, 어르신들에게 20만 원, 이런 거 못 드리게 생긴 거다. 심정 같아선 주고 싶다, 20만 원도 더 주고 싶지 않겠나. 처음에 한 공약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다. 그런데 그랬다간 곳간이 거덜이 나니까, 난 그것도 진정성의 일부라고 본다. 이걸 설명을 잘 해야 하는 게 중요한데 다행히 당에서 설명을 잘 해서 어른들도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
새누리는 '토마토', 민주당은 '수박'
-철도 파업 관련해서 드는 생각은.
“한쪽에서는 민영화라고 오도된 기사가 나고 괴담도 나오고 별게 다 나왔다. 민영화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포장됐는데, 한발 늦었지만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다는 것을 언론과 방송해서 발췌하고 알려줘서 다행이다. 일단은 국회에 관련 위원회가 만들어졌으니 잘 됐다고 본다. 물론 민영화라는 것이 여러 가지 단점들이 있다. 민영화의 단점과 노조가 가진 단점들이 있는데, 지금 후자가 더 커져버린 상태다. 공기업 사장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가다 보니까,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으려고 폭탄 돌리기처럼 돌리다가 언젠가 터질 문제였다. 앞으로 국가 장래를 위하고 후세를 위해 고치고 나가야 한다. 자신의 가계를 생각해 보라. 아버지(공기업)가 빚더미라 할아버지(정부)의 돈으로 생활해 왔다. 언제까지 할아버지 돈으로 먹고 살 건가. 일단 중재는 잘 됐지만 앞으로 의료나 이런 부분들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창조경제는 어떤 거라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표현 아닌가. 그런데 이게 맞다. 100명을 데리고 있는 회사가 150명으로 인력을 늘릴 것 같은가? 점점 줄이겠지. 그렇다면 일자리를 만들려면, 100명이 했을 때 갖고 있는 기술을 더 진보시켜서 한 발짝 더 나가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 한 발짝을 나가기 위해 20명이 필요하고, 그렇게 인력을 20명 늘리게 된다. 새롭지 않은 것에 인력을 늘려서 되겠는가.”
-그 ‘새로운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토마토가 있는데, 토마토에 잎사귀는 상추고, 뿌리는 감자인 거다. 이게 창조경제다. 토마토로 요리하는 사람이 생기고, 상추 따서 요리하는 사람이 있고, 일자리가 이렇게 생겨난다. 창조경제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난 이렇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우스갯소리지만 내가 토마토를 비유로 든 이유가 있다. 새누리당 마크를 보면 토마토 같이 생기지 않았나. 우리 당은 과일로 따지면 토마토다. 겉과 속이 똑같다. 겉이 빨간색이면 속도 빨갛고, 겉이 파란색이면 속도 파랗다.“
-민주당을 비유한다면 어떤가.
“수박 같다고 그런다.(웃음) 이게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계속 두드려만 보는 거다.”
-말 나온 김에 안철수 신당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려 달라.
“안 의원이 새 정치라고 얘기를 하는데, 새 정치는 필요하다. 새 정치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안철수’ 라는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서 그렇다. 새 정치를 하려면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안 의원이 정치를 한다면 결국 최종 목표는 아마도 대통령이 아닐까 싶은데, 그 사람은 정치보다는 자기 전공 분야에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대우받고, 존경받는 길일 것 같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안 의원은 사람하고 싸워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기보다는, 책하고 싸우고 모니터와 싸우고, 컴퓨터와 씨름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인 거다.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사람인데 지금 온실을 벗겨 놓은 상태다. 비바람이 들이치고 온도차가 있는데 괜찮겠느냐 말이다. 지금 남의 당 걱정할 건 아니지만(웃음). 어쨌든 같이 정치하는 데 있어서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파트너와 경쟁을 하려면 그쪽도 무럭무럭 자라줘야 한다. 내가 정말 가까운 사이 같으면 노선을 바꾸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 길을 가더라도 한번에 크게 이루려고 하지 말고, 정말 똑똑한 친구들 소수정예로 뽑아서 차근차근 당을 늘려가야 한다고. 그래야 한 60까지 가서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다. 아직 젊지 않나.”
-진정으로 걱정하는 듯한데.
“물론이다. 내가 그 사람 국회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가서 악수를 청했다. 그랬더니 기자들이 그 모습을 찍고 새누리당 모 의원이 가서 악수했다고.(웃음)”
-지지율이 약 30% 되는 것은 어떻게 보는지.
“그러니까 그게 문제다. 그게 정말 걱정이다. 그 지지율은 안철수에 대한 환상이다. 환상만 가지고 정치가 되겠는가. 정치를 하려면 어느 정도 계책도 필요할 텐데, 내가 보기엔 안 의원은 권모술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이합집산 같은 것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그럴 사람이 못 돼 보인다. 잘못하면 이 양반 중간에 도망갈 것 같다.(웃음)”
-끝으로 정치적 좌우명이나 소신을 들려 달라.
“내가 정치가라고 스스로 얘기를 안 한다. 그래도 남이 봤을 땐 정치하는 사람이니까.(웃음)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본다. 국민이 행복하게 하려면 결국 새로운 걸 찾아내서, 일자리를 만들어 좋은 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애들 교육도 혁신해서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내가 국회에 있는 소명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좌우명 : 행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