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잃은 한국①>‘믿음’ 없는 사회, ‘신뢰’ 잃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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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잃은 한국①>‘믿음’ 없는 사회, ‘신뢰’ 잃은 언론
  • 방글 기자
  • 승인 2014.04.11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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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저널리즘, 언론계 기형적 보도 경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최근 최영준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제 한국인들은 웬만한 자극에는 내성이 생겼다”며 “언론까지도 더욱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색저널리즘은 언론매체의 기형적 보도 경쟁”이라며 “언론계에도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옐로우저널리즘. 인간의 불건전한 감정을 자극하는 범죄·괴기사건·성적 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 보도하는 신문의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옐로우저널리즘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배포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구체적으로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하고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하며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 자살 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며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한다.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 보도를 이용해서는 안 되고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 하며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인터넷에서의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자살률은 28.1명으로 지난 20년 사이에 3배로 늘었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도 9년째 유지 중이다.

한국에서 하루에 자살로 숨을 거두는 사람은 39명, 37분에 한 명꼴로 목숨을 끊고 있는 상태다.

물론,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자살’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원래 자살률이 세계 최고잖아’, ‘그럴 수 있지’, ‘그런가 보다’ 식 사고가 사회 문제의 해결력을 떨어뜨린다는 것.

지난 8일 SNS를 통해 ‘자살, 사건사고를 접하는 우리의 태도’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간단한 답변 속 각박한 세상이 돌아왔다.

“관심유도 노(NO)답보도.”
“보도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
“오늘도 누군가는 이 각박한 세상을 떠났구나.”
“바로 옆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도 먼나라 얘기로 받아들이는 무덤덤한 사회가 되고 있다.”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나 또한 무서운 사람이 되고 있는 듯.”
“황색저널리즘은 왜곡된 세상을 보게 한다.”
“사회적 공포심리를 조장한다.”

‘무덤덤의 이유’를 사회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설문에 참가한 이재환(25) 씨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가 나타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소식을 입으로 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됐다”며 “손으로 접하는 정보는 개인적 성향을 강화하고, 사회 현상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면 입으로 전달하는 소식은 소통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매일 쏟아지는 사건 기사가 인스턴트식 보도를 낳았다”며 “같은 사건에 대한 보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사회가 심각성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개인적 사회가 만든 무관심”이라는 교과서적 답변을 내놓았다.

▲ 자극적 보도를 흥미롭게 읽고 있는 시민. ⓒ시사오늘

강간과 살인이 포함된 강력범죄의 경우엔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전국에서 발생한 범죄는 180만 건에 달한다. 그 중 강간과 살인이 포함된 강력범죄는 2만5000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건은 ‘조두순 사건’과 ‘용인 엽기 살인 사건’, ‘유영철 사건’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계모 시리즈가 등장, 온 국민의 입에 오르내렸다.

‘소금밥 계모’, ‘소풍 계모’, ‘칠곡 계모’ 사건 등 ‘계모의 잔혹성’에 초점을 둔 게 대부분이다.

그조차도 손가락을 통해 “사형에 준하는 벌을 내려라”, “다시 없을 충격적 사건이다” 등의 의견을 제시한다. 순간적 감성에 폭발한 환상적 타자에 그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퍼진 ‘재혼’, ‘아동 학대’, ‘잔인함’ 등을 내포한 계모시리즈는 앞으로 계속될 게 뻔하다.

손동영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이 무감각하게 보도하다 보니 그걸 접하는 개개인의 피로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사건, 사고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것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생존을 위해 쏟아내는 선정적 보도는 언론의 신뢰도에도 흠집을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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