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대에 불 붙인 재판부와 난독증 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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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대에 불 붙인 재판부와 난독증 KT&G
  • 방글 기자
  • 승인 2014.04.11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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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제적 추세 역행한 재판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국내 첫 담배소송이 흡연자의 패소로 끝났다.

“담배가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돼 있다. 일부 폐암과 흡연의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담배 회사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흡연을 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흡연을 계속할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흡연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거나 의존증이 생길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기호품인 담배 자체에 안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담배의 유해성을 부정하지는 않은 판결이었다.

다만 담배를 기호품으로 보고 제조사의 책임을 묻지 않은 부분은 아쉬웠다.

담배의 유해성은 이미 여러차례 입증된 바 있다.

최근에도 호주의 성인건강 관련 전문연구기관인 Sax Institute는 45세 이상 흡연자 20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과 사망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흡연은 건강수명을 최소 10년 단축시킨다.

연구소는 특히 “하루 10개피 이하를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조기사망률이 2배에 달하고, 하루 한갑 이상 피우는 골초의 조기사망률은 비흡연자의 무려 4배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미국 판결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에도 첫 소송 후 30년 간은 담배회사의 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1999년 폐암 사망자의 유족이 필립모리스사를 상대로 8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은 이후, 담배회사들에 대한 개인의 승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배상 금액도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심지어 간접흡연을 피해로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의 유해성을 홍보하고는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1조는 국민에게 건강에 대한 가치와 책임의식을 함양하도록 건강에 관한 바른 지식을 보급하고 스스로 건강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었다.

또, 제8조(금연 및 절주운동 등)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에게 담배의 직접흡연 또는 간접흡연과 과다한 음주가 국민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교육·홍보해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제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KT&G는 한 술 더 떴다.

판결 내용 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 하고, 고객(흡연자)과의 싸움에서 이긴 승리감에 도취됐다.

KT&G는 판결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KT&G가 문제 있는 제품의 제조자로 비쳐졌던 오해가 불식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판결은 KT&G가 담배를 제조·판매하면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담배를 파는 행위는 분명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담배 유통을 ‘정의(正義)’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KT&G가 담배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판결을 반길 게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흡연의 폐해를 알려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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