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변호사)
얼마 전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27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저작권법에 보면 타인의 저작재산권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발인인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수년 동안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 필요한 언론사의 신문기사 수십 또는 수백 개를 그대로 복제해서 게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엄연히 언론사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저작권법에는 저작권침해죄를 친고죄로 기본으로 하고 있으면서 영리목적이 있거나 또는 상습적인 경우에는 비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리목적과 상습성이 없으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고, 영리목적이나 상습성이 있으면 고소가 없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를 삼을 수 있는 것이 몇 개 보인다.
첫째, 이와 같이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든 곳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인데 이들 스스로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그만큼 저작권법 상 비친고죄 규정이 국회의원들에게조차도 법 감정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저작권법상 형법규정자체도 일반국민들의 법 감정에 부합하기 어려운데 저작권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한다는 것은 더더욱 일반인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 동안 비친고죄 규정은 고소나 고발의 남발을 불러왔고, 이로 말미암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고 있는 저작권자와 또 다른 한 축인 이용자의 권리를 위축시킴으로써 입법목적인 문화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우려를 낳았다.
둘째, 이와 같이 비친고죄로 법을 만들어 놓다보니 일부 로펌이나 저작권관리단체 등에서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무작위 또는 대단위로 그것도 저작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합의를 유도하거나 고발함으로써 수사력이 낭비되고 나아가 국가형벌권까지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또 한 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권리를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는 것을 그 근본 취지로 삼고 있다.
어느 한 쪽도 없으면 문화발전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친고죄를 원칙으로 하되, 극히 예외적인 경우 비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1957년 처음 저작권법이 제정된 이후 2006년과 2011년 두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비친고죄의 범위를 계속적으로 확대해 감으로써 이용자의 권리가 매우 위축되어 왔다.
반면 온라인, 디지털 등은 오히려 저작권이 침해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 애초에 국회의원과 문체부에서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 내세운 취지와도 들어맞지 않는다.
개인저작자가 저작권 침해에 혼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점을 감안하여 영리 목적이 있거나 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받는 일들이 없도록 하고, 거대 인터넷기업에 의한 힘없는 개인저작권자를 보호하자는데 있었다.
그렇다면 법인의 경우에는 친고죄로 하고 개인의 경우에는 비친고죄로 한다면 모를까 단지 영리목적과 상습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나 법인의 저작권까지 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하자고 하는 것은 입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부족한 부분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나 저작권법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한 민사적인 구제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처벌의 의사가 없는 기업이나 법인의 저작권까지 국가가 나서서 처벌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다.
저작권법위반으로 국회의원을 고발한 시민단체는 단순히 국회의원이 처벌되기를 바래서 고발한 것이 아니었다.
저작권법의 비친고죄 규정의 불합리한 점과 개정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하나의 일환으로 고발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골치가 아픈지 뜸을 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한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이 복제해서 게재한 신문기사에 저작권성이 있는지 전문가를 초청해서 간담회를 열겠다고 한다.
필자가 참석하지 않아 어떤 결론을 도출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고발인들이 일반인이었다면 과연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