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의 사람과 법>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주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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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의 사람과 법>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주목합시다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4.06.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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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변호사)

형사소송법 교과서에 보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니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대원칙이 잘 적혀져 있다.  필자도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법원 재판과정에서의 현실은 전혀 딴 판이다.  이런 형사소송법의 대원칙들은 교과서에 잘 나타나 있고, 그렇게 가르치고 배울 뿐 실무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도 그렇지만 재판을 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피고인이 과연 범행을 저질렀는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참 많다. 

피고인을 변호하는 일을 담당하는 필자도 그런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의뢰인이 자신은 절대로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으니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필자에게 흥분된 상태에서 호소한다.  그럴 때에도 내 의뢰인이지만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저 사람 말이 과연 사실일까?”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기록을 살펴보면 범행에 가담한 것이 비교적 명료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의뢰인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한다.  이럴 경우 변호인 입장에서는 법대로만 한다면, 그리고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의 원칙만 지켜진다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증거도 명백하지 않고, 과연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했는지 의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이럴 때조차 법원은 검찰 측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판사들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면 일이 많아지고, 그만큼 재판을 하는데 힘이 든다.  그래서 때로는 변호인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이런 저런 증거를 신청하는 경우 판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한 인간으로서야 왜 이해가 되지 않겠는가?  심지어 피고인의 범행 가담 여부에 뭔가 의심스러운 점이 보이면 피고인에게 “당신이 정말 가담하지 않았고 당당하다면 나를 더 설득시켜 보라”고 요구한다.  거꾸로 가고 있다. 

그래서 공판검사는 사건 자체가 많아서 그렇지 사건 하나 하나는 그리 어렵지 않다.  왜냐 하면 법원에서는 유죄를 전제로 알아서 재판을 해주니 검사가 공소를 유지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범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검사가 입증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그 기본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피고인은 권위적인 법원에서 입증하라고 하니 원칙은 일단 접어두고 열심히 뭔가를 해 보지만 그것도 대부분 거기까지가 전부다.  결국 피고인의 죄가 없다는 점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으면 유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결론이 도출된다.  국가가 한 개인을 처벌하는데 있어서 이런 원칙부터 지켜지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언제부터 일반국민이 국가에게 자신의 신체와 자유를 맘대로 하라고 위탁하였던가? 

위 원칙이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억울한 사람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잘못된 수사관행과 고소고발의 남발도 덩달아 줄일 수 있다.  그로 인해 수사기관과 법원의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수사와 재판의 양도 따라서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검사와 판사는 한 사람, 한 사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여유 시간을 확보해 더 가치있는 일도 할 수 있다.  나아가 가족들로부터 가정적인 남편과 아내 그리고 좋은 엄마와 아빠로 거듭날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법원은 먼저 “실체적 진실은 피고인이 죄를 저질렀다는 것인데,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해서 무죄선고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부터 떨쳐버려야 한다.  오히려 반대의 상황을 두려워해야 옳다.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3심제도’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잘못 판단하는 한이 있더라도 100명의 죄인을 풀어줄 일이지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기소되어 재판 받는 사건들은 대부분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최소한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법원이 그런 관점에서 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나서서 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해도 될 정도로 죄를 저질렀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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