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신세계그룹이 본격적으로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빅3(GS25, 세븐일레븐, CU) 편의점 시장에 맨손으로 도전장을 내밀기란 쉽지 않다. 이에 신세계는 가맹점주에 파격조건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사업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17일 현재 137개에 불과한 편의점 위드미 점포를 올 연말까지 1000개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업계는 “기존 빅3(CU, GS25, 세븐일레븐)가 편의점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신세계가 가맹점주에 파격적인 계약조건을 제시한 것도 기존 편의점들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한 맥락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갑의 횡포’ 사전 방지…‘無로열티’로 가맹점주 최대한 배려
신세계가 기존 업체와는 달리 가점점주와 의 계약조건 중 차별성을 둔 조항으로는 ‘3無정책’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뿌리깊이 박혀 있는 ‘갑의 횡포’, 즉 로열티를 아예 없애는 과감한 계약조건을 제안했다.
기존 편의점 업체들은 가맹점주들로부터 매출액에 비례한 로열티를 받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로열티 대신 정해진 회원비만 받기로 정하고, △인테리어와 영업장비 등을 점주가 부담한 경우는 60만원, △본사와 점주가 나눠서 부담한 경우는 110만원, △본사가 전부 부담한 경우는 150만원을 받는 조건을 제시했다.
신세계는 또 ‘24시간 편의점’이란 홀타임 근무라는 인식을 뒤집는데 앞장선다.
기존 편의점들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강요해왔다. 이 때문에 점주들은 인거비 등 심적·금전적 부담이 과중됐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24시간 운영을 점주들의 재량에 맡겼다. 점주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24시간 운영에 대한 부담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
마지막으로 신세계는 점주들의 입장을 배려하기 위해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없앴다. 본사와 가맹점 간에 계약기간을 따로 두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위약금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기존 업체들이 점주들에 계약 기간을 어길 시 본사에 위약금 지불조건을 내세운 것을 감안하면 신세계가 가맹점주에 얼마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신세계의 야심찬 사업구상과 파격적인 계약조건에도 불구하고 곱지 않은 시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편의점 시장에 진출한 기업 등 관련업계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져 나오는 것.
관련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파격적 계약조건이 시장 내 과열 경쟁 양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신규 출점보다는 높은 로열티로 고생하고 있는 가맹점주가 우리 쪽으로 넘어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신세계 측이 올해 900개의 신규 가맹점 중 300개는 기존 타 업체의 편의점 점포를 뺏어오고, 나머지를 개인 편의점과 신규로 채우겠다고 밝혀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편의점에 먼저 진출해 있던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후발주자인 신세계를 비난하고 나섰다.
신세계 측이 내건 계약 조건은 오로지 기존 알짜 매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을 끌어오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타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기존 업체들이 보유한 소위 ‘잘나가는 점포’들을 뺏기 위한 계약조건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의 동반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 업체들의 점포를 경쟁상대로 지목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가맹점주에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상생협력의 의지를 내비치는 동시에 매출이 높은 기존 알짜 점포들을 확보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매출이 높은 일부 점포주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점주들은 신세계의 전략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신세계가 내건 ‘정액 회원비’ 조건이 매출이 높은 점포에게만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기존 편의점의 점주들은 로열티가 비율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이 버는 만큼 로얄티도 많이 내야 한다.
반면 신세계의 계약 조건은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일정 금액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매출이 낮은 점포에게는 신세계의 계약 조건이 기존보다 불리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점포에게 신세계의 계약 조건은 굴레와 다름없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조두일 위드미 대표도 “월 순이익 200만원 이하의 점포는 아예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조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200만원 이하의 점포는 신세계의 조건을 적용하면 손해가 불가피 함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계약조건 자체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세계가 제시한 계약조건 자체가 파격적인 조건이 아닌, 기존 조건을 수정한 뒤 과대 포장을 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알짜 매장 업주 현혹 꼼수?…상생 앞세워 편의점 진출 욕심 드러내
신세계가 인수하기 전 위드미라는 편의점은 당초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연합해 만든 브랜드로 24시간 개념이 잡혀있지도 않았으며, 연합 브랜드다보니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매출 수수료도 원래부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 역시 극히 적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가 편의점 사업에는 뛰어들고 싶은데 대기업 제한과 지역상권 상생문제 때문에 진출이 쉽지 않자, 전국 100여개에 불과하던 위드미를 인수해 기존 계약조건을 조금 손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신세계 관계자는 “위약금 면제 정책이 그리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라며 "앞서 위드미가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신세계)는 가맹점주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정책을 내세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률과 관련해 그는 "아직 답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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