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의 사람과 법>그래도 법원과 검찰이 양반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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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의 사람과 법>그래도 법원과 검찰이 양반일세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4.07.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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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변호사)

그래도 법원과 검찰이 다른 사정기관에 비해 덜 권위적이고 절차적으로도 타당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건을 다루다 보면 충분히 느끼고도 남는다.  필자는 아무래도 이런 사정기관보다는 법원과 검찰과 더 자주 부딪치다 보니 법원과 검찰에서 잘못된 점들이 눈에 잘 띄기는 한다.  그러나 다른 사정기관과 부딪치다 보면 그래도 법원과 검찰이 그나마 훨씬 양호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다른 사정기관을 대하다 보면 일단 “내 말에 따르지 않으면 당신들이 손해 본다“라는 기본 마인드가 깊숙이 박혀 있다.  또 종종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이런 사건에 변호사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법과 절차에 따르면 되는 것이고, 법 위반이 있으면 그에 따른 제재를 받으면 되고, 아니면 그만인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사정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당사자들의 입장으로 들어가 보면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조사를 받는 사람은 일단 어쩔 줄을 모른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 놓인다. 

그도 당연한 것이 사정기관에서 조사를 한다는 얘기는 조사해서 법 위반이 있으면 행정처분이 따르게 되고, 자신의 직업 전선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아무튼 사정기관의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중간에 등장하면 뭔가 방해꾼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조사를 받는 사람은 일단 사정기관에서 조금만 협박해도 조사에 잘 응하고 시키는 대로 하니까 얼마나 편하겠는가?  그런데 변호사는 좀 다르니 귀찮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필자도 이해는 한다.  

한편 이런 사정기관에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절차에 관한 한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이를테면 법원에서 재판이 있으면 일정을 잡아서 통지도 해주고, 당사자나 변호사는 진행되는 재판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모든 절차가 한눈에 들어오고 예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기관에서는 부르면 가야 하고 가서 조사받고 나서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절차와 관련한 아무런 통지가 없다.  처음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통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안내가 없다.  물론 절차에 대한 자체 매뉴얼은 있다.  그러나 그냥 있을 뿐이다.  기껏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돌아오는 답은 조사 중이니 기다리라는 것이 전부다.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절차와 관련한 안내가 전무하다고 보니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이 그냥 국가기관에서 처분하는 것만 한도 없이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런 점들을 보면 사정기관은 기본적으로 조사를 받는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비록 법을 어긴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사 단계에서 마치 무슨 큰 죄를 지은 사람 대하듯 해서는 안 된다.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법에 따라 조사하고, 행정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지 상대가 협박으로 느낄 수 있는 언사나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사정기관이라고 해서 왜 힘든 점이 없겠는가?  그러나 조사를 하는 기관이나 조사를 받는 당사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기관은 이미 시작부터 한참을 꼭대기에서 서서 임한다.  계좌추적권 등을 남용하면서 일단 대포를 쏘고 시작할 수도 있다.  조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기관에서 조금만 부담스러운 말만 해도 이미 게임은 한쪽으로 기운다.  각 사정기관들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업무에 임해야 한다. 

법질서라는 미명 하에 조사받는 사람의 인격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권한이 남용되어서도 안 된다.  조사받은 사람들이 사정기관을 늘 인격을 침해하고 억울하게 만드는 조직으로 기억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정말 잘못한 것이 있으면 뉘우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선도하는 기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진정 법질서가 바로잡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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