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순자 자유기고가]
선용은 상경의 바지를 벗겼다. 그때 상경의 오른쪽 다리 무릎이 약간 까진 것이 드러났다.
선용은 상경의 바지와 팬티까지 벗겨서 빨래 함지에 담고 깨끗한 팬티를 갈아입히고, 무릎에는 빨간약을 찾아서 발라줬다.
항상 상경은 맨 아랫목에서 잤다. 선용은 상경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다시 부엌으로 나와 만두소거리 배추를 다지고 숙주를 삶고 두부를 짜서 만두소를 맷돌로 눌러놓았다.
이튿날 선용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관혁을 이웃집 또래 친구와 놀게 하고 부리나케 생선 가게로 가서 전복 4마리를 사가지고 왔다.
어젯밤에 무릎을 다친 남편 상경에게 전복죽을 끓여 먹이고, 아예 그날 오후 아이들의 간식도 전복죽으로 먹일 셈이었다.
상경은 매일같이 오전 10시면 일어났는데 오늘은 10시가 돼도 쿨-쿨거리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선용은 마음이 급해서 만두소를 부지런히 양념하고 만두피 만들 반죽을 들고 영순 씨의 방으로 들고 갔다.
영순 씨는 이미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만두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선용은 영순 씨가 한옆에 치워놓은 뜨개질을 바라보면서 “형님, 벌써 조끼를 반 이상은 뜨셨네요” 했다.
영순 씨는 “선주 아빠는 좀 어떠셔?” 하고 물었다.
“지금까지도 쿨쿨 자고 있어요.”
선용은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만두피를 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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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체험소설이며 글을 쓰는 이순자 씨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8세 할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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