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최근 ‘불량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비정규직, 계약직, 시간제일자리 등의 일자리 양산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많다. 특히 시간제일자리의 경우는 ‘저임금 알바’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기업 CEO도 계약직 직원이라는 새로운 시선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고액연봉자를 보는 시선에 변화를 준 것. 어떻게 이같은 지적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인지 <시사오늘>이 짚어본다. <편집자주>
“대기업 CEO, 말이 좋아 고액연봉자지 빛 좋은 개살구다. 계약직 아닌가. 2년씩 계약하는데 성과 없으면 재계약도 안 되고 욕만 먹는다. 중간에 짤리는 일도 허다하지 않나. 우리가 낫다.”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흔히들 대기업 CEO를 ‘고액연봉자’,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으로 여긴다. 사회적 위치도 제법 높으니 부러울만도 하다.
하지만 고정 수입,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 대기업에 입사한 사원들의 눈은 조금 다른 듯 하다.
대기업 CEO가 계약직에 불과한 ‘파리목숨’이라는 것.
실제로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주주 일가를 제외한 30대 그룹 상장사 전문경영인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2.63년에 불과했다.
CEO스코어는 2000년 1월 1일 이후 신규 선임됐다 퇴임한 30대 그룹 상장사 CEO들의 재임기간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물론, 오랜 기간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들도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최근 퇴임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등이다.
차 대표이사는 2005년 초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를 맡은 이후 9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쌍용제지와 P&G한국총괄, 해태제과 등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해온 기간을 더하면 17년 가까이 기업CEO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1999년 모태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뒤, 2008년 홈플러스 그룹 대표이사 회장을 맡는 등 15년 가량 유통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CEO의 평균 임기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업이 수두룩한 탓이다.
1년 못 돼 목 날아간 CEO 누구?
김형벽 현대중공업 전 대표와 구태환 기아자동차 전 대표 등 2명은 재임 기간이 겨우 8일에 불과해 ‘단명 CEO’에 이름을 올렸다. ‘임시직원’이라는 말이 적절해 보이는 순간이다.
CEO스코어가 조사한 전문경영인 576명 중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CEO는 102명(17.7%)에 달했다. 6명 중 1명 꼴이다.
지난 2006년 쌍용화재를 인수한 흥국화재의 CEO들은 4년간 총 5명이 교체됐다. 흥국생명의 대표이사 역시 비슷한 시기 5년간 6명이나 교체됐다.
피죤은 지난 2007년부터 전문경영인 사장들의 조기 퇴진이 이어졌다. △김동욱 전 사장 2개월 △유창하 전 사장 3개월 △김준영 전 사장 7개월 등이다. 그나마 조원익 사장이 9개월을 기록해 가장 길었다.
현대차그룹은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CEO가 총 14명에 달했고, 그 중에서도 현대제철은 1999년 이후 총 9명의 CEO 중 5명이 1년도 안 돼 물갈이된 것으로 조사됐다.
SK그룹도 1년 미만의 임기를 기록한 CEO가 11명에 달했고, 삼성‧한화‧롯데 그룹은 각각 5명을 기록했다.
특히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의 평균 재임기간은 1.1년으로 나타났다. 매년 CEO가 바뀐 셈.
이 외에도 현대제철(1.2년), 삼양통상(GS그룹 계열 1.3년), 에스원(1.4년), 롯데미도파(1.6년), 코스모화학(GS그룹 계열 1.7년), SK이노베이션(1.7년) 등이 뒤를 이었다.
중도 하차한 CEO들은 △회사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 △부패 스캔들 △실적 하락이나 △오너와의 마찰 등을 이유로 이같은 결과를 맞닥드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퇴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실적 악화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출판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김영사 박은주 대표는 ‘사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범 KDB 대우증권 사장의 사퇴 이유도 ‘일신상의 이유’보다는 실적부진과 경영관리 책임으로 눈길이 모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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