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KT는 내부 직원들에게 명퇴를 강요하고, 비편제 업무지원조직이나 한직(閑職)으로 보내는 등 포장만 달리한 부당하고 불법적인 인사관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만 8명이 자살하고, 명예퇴직자 중 2명이 자살하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KT는 옥상 문만 걸어 잠그고 있을 뿐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질타다. 이어 심 의원은 “생명안전에 우선하는 기업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고용은 노예노동일 뿐”이라면서 “왜 자살자가 끊임없이 일어나는지를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KT의 책임 있는 경영진이 나와야 한다”고 KT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촉구했다.
이는 부당한 대량해고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황 회장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직원들의 자살률이 한국 평균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를 보이며 ‘죽음의 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을 위기에 놓였지만 황 회장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이번 국정감사는 억지로라도 그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국회환경노동위원회 내 의견차로 결국 증인채택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앞서 황 회장은 ‘공기업 마인드를 뿌리뽑겠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지난 5월에는 있었던 80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사직을 거부한 직원에 대해서는 CFT라는 직제를 신설해 관리하는 등 우회적 압박을 통해 퇴사를 종용한다는 말이 돌았다.
그 결과 KT 직원들이 정신적 질환은 물론 자살률이 급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 회장의 무리한 운영이 직원의 생명을 꺼뜨리는 악수가 됐다는 성토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망자 중 자살자의 비율은 6.2%다. KT와 같은 대기업은 입사 시 건강검진, 정신질환 확인 등을 거치기 때문에 실제 자살률은 이보다 낮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KT 사내 경조사 게시판을 토대로 작성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KT의 총 사망자 300명 중 자살자는 31명으로 10%를 넘어섰다. 심지어 2013년엔 KT의 직원의 사망자 44명 중 자살자는 11명으로, 자살 비율이 무려 25%에 이르렀다. 2014년 상반기만도 이미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T 측은 "(자살자는)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며 "이번 구조조정과 관계 없다"며 개인사정설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상식적으로도 (황 회장의)구조조정의 여파“라고 지목했다.
최근 KT 새노조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2014년 4월 퇴직한 KT 노동자 대부분(83%)이 회사의 압박 때문에 명예퇴직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 중 48%는 명예퇴직 신청 과정서 불이익이 우려되는 압박 수준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27%는 아예 '집요하게 강압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황 회장은 이와 관련된 사과는 고사하고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은 바 없이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황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고, KT 사태와 관련된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이인영 의원 측은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KT 황 회장 국감 증인신청 배경에 대해 “최근 몇 년간 KT의 수 차례 구조조정에서, 겉으로는 희망퇴직, 명예퇴직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강제성이 있었다고 알려졌다”면서 “심지어 이를 거부하는 인사들에게 다른 업무를 주며 퇴직을 종용하는 것은 물론, 직장 내 왕따나 괴롭힘 등이 이뤄졌다는 것도 드러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노위 소속 같은 당 은수미 의원 측도 “KT는 최근 인위적 대량 구조조정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가혹한 근로조건을 부여하면서 자발적 퇴직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비인간적 퇴출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면서 “이러한 KT의 행위는 사용자의 인사권 남용이자, 인간이라면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인권을 침해한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고 황 회장 증인채택설에 힘을 실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011년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KT가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을 확인한 바 있다”면서 “더군다나 오지발령이나 명퇴거부 등에 대해 법원에서 승소한 전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야권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환노위 소속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 측은 “KT 노조 문제는 을지로 위원회 등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황 회장 국감 증인 채택의 필요성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반면 여당 측은 KT 노조 문제와 황 회장 국감 증인 신청에 사안을 국한하기 보다는, 무분별한 기업인 증인 채택을 막자는 원론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환노위 내에서 증인채택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노위 소속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새누리당은 기업인을 소환해서는 안된다고 한 적은 한번도 없다”면서도 “소송 중인 사건을 갖고 노사분규 일방을 불러 내서 왜 빨리 정규직으로 안 하냐고 따지는 것 등은 폼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국회 본연의 임무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환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일부는 “증인채택 문제 등은 (권성동)간사에게 일임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은 “환노위는 노동관계, 산업안전과 같은 노동문제를 다루는 상임위로 기업내에 발생한 불법적 행위에 대해 사용자를 통해 사정을 확인하고 노동행정의 정상적 기능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국감의 일반인 증인 특히 기업인 증인의 선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은 의원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무조건적인 기업증인 선정 반대를 고수하고 있어 반쪽국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상황”이라며 “국회 환노위가 이러한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 새누리당의 근본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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