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1. 온 나라가 긴장감에 휩싸인다.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의 회담은 결렬됐다. UN이 어떻게든 중재에 나서보지만 힘이 부친다. 일본은 미국을, 북한은 중국을 지지하고 나섰다. 대통령과 총리는 방송 등을 통해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해외로 도피하려는 행렬과, 나라의 위기를 맞아 입국하는 사람들이 교차한다. 전운(戰雲)이 한반도를 뒤덮었다.
#2. 미국과의 오랜 동맹이 깨졌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의 도발 수위는 높아졌다. 불안감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빼며 경기는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거리에선 보수단체의 시위가 이어진다. 믿었던 중국은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할 뿐이다.
#3. 중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험악해졌다. 무역을 필두로 산업 곳곳에서 적신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정부를 향한 성토가 이어지고 사회가 혼란으로 치닫는다. 미국은 안타깝다는 말만 반복할 뿐, 실제로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위의 상황들은 물론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이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잡았을 때를 가정해, <시사오늘>이 시민들의 상상을 재구성한 가상 시나리오다.
최근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와 관련, 한반도에 전쟁의 그늘이 다시 드리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이 군사용어는 동명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널리 퍼졌다. 작가인 김진명은 ‘사람들이 최소한 사드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으니 사실상 그 일차적인 목적은 이룬 셈이다.
사드(THAAD)는 무엇인가
사드는 고고도(高高度) 지역방어 체계(Theater(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의 약자다. 직역하면 ‘전구(戰區) 고고도 지역 방어’, ‘최종 고고도 지역방어’다. 아주 간단히 표현하면 미사일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사드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이 주 목적이며,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최종비행단계에 돌입했을 때 고고도에서 요격이 가능하다.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서 가장 최후방을 담당하고 있다. 사드의 최대 요격고도는 150km에 달한다.
논란 하나, 사드와 한-미 동맹의 미래는?
사드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과 미국은 잇따라 관련 입장을 내놨지만 엇박자가 났다. ‘대체 사드가 뭐길래?’라는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졌다. 미국 국방부 로버트 워크 부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즉각 부인했다. 국방부는 1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 미 국방부와 협의한 바도, 협의 중인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국방부는 "한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working with)'는 의미의 워크 부장관의 발언이 '협의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생긴 오해"라면서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동맹국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는 일반적인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주한미군과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논란까지 얽히게 되면 더욱 복잡해진다. 참여정부 당시 미국과 전작권을 2012년 4월 전환하는데 합의했지만,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한 후,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재연기 시기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사이에 사드 배치 논란이 불거지며 다양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상징적으로 지탱하는 어젠다다. 안보 불안이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아주 높아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논란 둘, 중국과 러시아는 불편하다?
사드 논란에서 또 하나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한반도의 주변국,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이다. 워크 부장관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언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본질적으로 (사드 배치는)지역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이나 러시아의 우려를 덜기 위해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보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우선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 견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 군사과학원 왕이셩 주임은 지난달 26일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 평택에 미국의 사드 시스템이 구축되면 중국 산동성이 탐측(探測)범위에 들어간다”며 “이는 중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며 반드시 강력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게다가 지지부진하던 한중 FTA는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 급물살을 타며 연내 타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한국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갈 공산이 큰 상황에서 정치·외교적 마찰이 이는 것은 곤혹스러울 수 있다. 그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드 배치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당장 중국과 사이가 틀어지면 곤란해지는 기업만도 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중국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 정부는 일찌감치 지난 7월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필연적으로 지역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동북아 군비 경쟁을 부르며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넓은 의미에서 이는 글로벌 전략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무기 규제 과정에서 이룬 안정도 계속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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