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대해 미국의 잇단 공개 발언으로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뚜렷한 입장 없이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과의 협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핵시설물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체감으로 느껴지는 전쟁 공포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시사오늘>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의혹과 진실을 묻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이에 대해 어떤 자세를 보여야 할지 자문을 구하기 위해, 지난 10월 13일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군사안보전문가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을 만났다.

"사드 배치하면 오히려 전쟁 억제될 것"

박 원장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인해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비롯한 열강의 전쟁터가 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팩트'가 없는 황당한 음모론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의 공개 발언을 해석할 때, 항상 일부에서는 무언가 미국의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고 중국과의 세력 경쟁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유일한 팩트는 미국이 자국군, 즉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파견된 미군 중 가장 위험에 노출돼 있는 부대가 바로 주한미군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하려는 것뿐이다. 사드를 배치하면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오히려 사드를 이용해 북한의 핵무기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이 억제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박 원장은 사드를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를 반대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어떻게 막겠다는 것이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지금 북한은 10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안보가 굉장히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인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면 이를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북한이 핵무기를 보통 탄두에 장착해 공격한다면 낮은 고도의 타격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 배치된 PAC-3(패트리어트 미사일)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노동미사일에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고각으로 사격한다면 우리 PAC-3은 무용지물이 된다. 고도가 많이 올라가버리면 추적 자체도 불가하고 높은 데서 미사일이 떨어지면 중력이 작용해 속도도 빨라진다. PAC-3으로는 요격이 힘들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낮은 고도로 공격하는 것보다 높은 고도로 미사일을 쏘는 것이 위력적이다. 미국이 이 점을 우려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PAC-3을 보완하는 것이다."

"국방은 최상이 아니라 최악을 대비하는 것"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우리는 이로부터 국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국방은 최상이 아니라 최악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자동차를 살 때 꼭 외제차 관련해서 대물보험을 들지 않나,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큰 비용이 드니까. 사드는 마치 보험과 같은 문제다. 일부에서 반대를 하더라도 꼭 배치해야 한다. 국방은 최상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미국 대신 비용을 내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와 미국의 방위비 분담은 총액제가 아닌 정액제다. 일 년에 딱 9200억 원 쓴다. 그보다 더 낸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더 낼 필요 없다. 만약 유럽국가가 우리와 같이 북한과 대치 상황에 처했다면 아마 대대적인 핵 민방위 활동을 전개하고 있을 것이다. 스위스 같은 경우 90년대부터 모든 국민이 100%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가, 그리고 국민들이 북한의 핵 위협이 실제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워낙 심각한 사항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중국과 러시아를 왜 신경 쓰나?"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곧 한국을 미국의 MD체계(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시키겠다는 의도이며, 세계 패권주의를 동북아지역으로 확장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라고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박 원장은 사드는 공격용 미사일도 아니고 상대가 공격하는 것을 막는 미사일인데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신경 쓰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MD체계에 편입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사드가 위협이 안 된다는 것은 중국도 알고 러시아도 안다. 사드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라 방어용 방패다. 우리가 어떤 방패를 갖추느냐의 문제에 왜 남의 나라를 신경 쓰나. 타국이 반대하더라도 우리가 필요하면 해야 되는 게 국방이고 안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드에 장착된 X-밴드 레이더의 탐지능력을 의식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미국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중국의 미사일 기지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걱정을 대신하기 시작했나. 한국이 전력을 증강하면 이웃나라가 이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미국의 MD체계에 편입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MD라는 용어 자체가 반대하기 위한 용어다. MD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밖에 쓰이질 않는다. 보통은 탄도미사일방어, BMD라고 한다. 지난해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력도 한국 안보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말한 걸 가지고 언론에서 MD체계 참여 종용이라고 확대 해석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참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사드를 반대한다면 다른 대비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 제시도 없이 무작정 반대를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당장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겠다고 위협하면 어떻게 하겠냐. 방어조치를 안 해야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얼마 전에 한 탈북단체가 삐라를 살포한다고 풍선을 띄우자 북한이 그 풍선을 향해 사격한 일이 있었다. 얼마나 남북관계가 취약한지 보여주는 증거다. 남과 북이 서로 자제하고 있어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지 이것이 앞으로도 쭉 이어진다는 보장 있나. 사드를 반대한다면 다른 대비책을 제시하라."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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