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됐다.
김홍기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후보는 절실하다. 김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이 팬아시안리 대표직을 내려놓는가 하면, 하 전 한국씨티은행장은 이를 위해 행장직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뚜렷한 강자는 찾아볼 수 없다.
금융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를 두고 '현재 KB 분위기를 감안해 내부 출신을 임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는 후문이다.
반면 하 전 행장이 유력 후보라는 관측도 있다. 차기 KB금융 회장에 도전하고자 1년 5개월이나 남은 한국씨티은행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이래저래 정답을 예측하긴 힘들다.
오는 22일 열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심층면접과 결선투표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4인 4색 후보들 모두 "내가 적임자"
일단 하 전 한국씨티은행장을 제외하곤 모두 내부 출신 인사다. 당초 내부인사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 됐지만 지금은 그런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충북대 국제경영학 교수 등을 거쳐 국민은행 요직을 맡은 금융전문가다. 금융뿐 아니라 보험까지, 은행 업무뿐 아니라 비은행 업무까지 두루 경험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내 임직원들에게 신망이 두텁다는 평을 받는다.
다만, 김 전 수석부행장은 최근 논란이 된 '금피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감원 근무 당시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는 호평에도 불구, 이미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금피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다행히 김 전 수석부행장은 KB금융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회장이 된다면 KB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소매금융 부문 장점은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비은행 부문 경쟁력도 높일 것"이라는 포부를 내놨다.
윤종규 전 부사장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재직할 당시 재무·전략·영업 등 다양한 부서를 경험했다. 때문에 그룹 내 전반적 분위기, 현안 파악에 용이하다.
게다가 그는 현재 분열과 갈등으로 너덜너덜 해진 KB금융의 화합을 이끌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그는 과거 직원 출신(국민은행, 주택은행)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꾸려 일한 바, 내부 계파 갈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윤 전 부사장은 KB금융 회장 후부로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성과와 역량에 따라 공정한 인사를 행하며 갈등을 치유하겠다"며 "조직 화합과 결속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내부 통합을 우선시 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일부는 아직 후보인 그가 먼 훗날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말한다.
윤 전 부사장이 회장이 되면 국민은행장이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시스템으로 경영자가 승계될 수 있도록 후계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힘 쏟을 것이라 공언한 게 그 이유다.
하지만, 2004년 회계처리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지동헌 전 부사장은 금융 연구원으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다각적 고객 분석 등을 통해 그룹이 새로운 관점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그는 소비자들에게 진정 힘이 되는 따뜻한 금융을 펼치겠단 의사를 내비쳤다.
또한 국민은행, 국민카드 등에서 일한 지 전 부사장의 경험이 KB금융 내부 결속에 플러스 요인이 될 거란 관측이 높다. 이론과 현장에 모두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KB국민카드가 정보 유출로 한창 시끄러울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었단 점, '연피아'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점 등은 논란으로 남아있다.
이에 지 전 부사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연피아'는 뚜렷한 실체 없이 떠도는 논란일 뿐,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직에 누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외부 인사로 분류되는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은 외국계 은행에서 무려 5번을 연임한 장수 CEO다. '직업이 행장'이란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10년 넘게 행장을 역임한 그의 최대 무기는 은행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이다.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영업정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 투자에서 9,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는 등 해외 지점에서 잇따라 잡음이 있던 KB금융에 하 행장이 적임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하 전 행장 임기 막바지 한국씨티은행 당기순이익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또 한국씨티은행 지점을 통폐합하며 씨티은행 노조들과 마찰이 있던 것도 걸림돌이다. KB 노조도 하 행장을 외부 인사라며 반대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