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기업은행이 여신업체 자산건전성 평가 부실로 도마에 올랐다.
설립 목적 자체가 중소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그간 여신기업 심사나 기술평가 등에서 꽤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은행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그 심각성은 배가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실 평가가 수익손실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은 기업은행이 최근 5년간 부도난 여신 업체 60% 이상에 부도 직전까지도 자산건전성 '정상' 등급을 매긴 점을 꼬집으며, 기업은행 자산건전성 평가 시스템 실효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6월까지 부도난 업체 175곳 중 106곳에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평가했다. 60%가 넘는 수치다. △2010년엔 621곳 중 390곳(62.8%) △2011년엔 555곳 중 347곳(62.5%) △2012년 551곳 중 315곳(57.2%) △2013년 447곳 중 299곳(66.9%)이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수치는 기업은행이 해당 업체들의 부도 위험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부실채권 발생 사전예방기능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비판에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 평가는 일 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가령 2014년 기업 평가는 2013년 기업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심사를 하는 것"이라며 "1년 전 멀쩡하던 회사도 갑자기 부도가 날 수 있기에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자산건전성 평가는 추후에 있을지 모를 부실을 예측하고,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은행이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청해진해운 관련 회사에 488억 원을 대출해줬다 37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됐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참사 후 지난 5월 1차 부도 처리 됐다.
일단, 기업은행은 청해진해운 최대 주주 천해지가 154억 원을 대출하며 제공한 담보 가치를 감정액보다 부풀렸다. 이로써 134억 원에 불과한 담보 감정액에 222억 원의 담보가 인정됐다.
업무와 연관성 없는 거래가 행해진 사실도 지난해 드러났지만 대출 심사는 통과됐다. 부실 대출 심사 의문과 함께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는 이유다.
이에 기업은행 관계자는 "그건 이미 권선주 행장이 국감에서 해명한 부분"이라며 "과거부터 (기업은행과) 꾸준히 거래해 왔던 업체였기 때문에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답변을 내놨지만 기업 부실 평가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앞서 권 행장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천해지가 충분한 선박 기술력을 보유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37억 원이다. 청해진해운 관련 기업에서만 37억 원 손실을 봤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부실 평가, 부실 대출이 기업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액수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러나 매년 수백 개에 달하는 기업이 부도로 으스러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손실액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기업은행 도쿄지점에서 635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실이 새로 드러나 이들의 기업 평가 부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