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일년 내내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법리적 문제라는 게 중론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유가족이 구조작업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까지 손 뻗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때문에 대통령이 코너로 몰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가족과 야당이 원하는 것이 진상규명이라면 박 대통령의 7시간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정치적 논쟁이 아닌 법적 기준에서는 유가족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수사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유가족에게 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고, 박 대통령이 사고 후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범죄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과 가장 근접해 있는 그들의 말을 들어봤다.
우선 여야 협의안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김양환 “여야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그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재고하지 못했다. 유가족과 충분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절차적인 부분에서 바람직하지 못했다.”
최정민 “일반적인 형사 공판절차에서 피해자가 관련 당사자로 출석해 증인으로 증언할 수 있듯이 진상조사과정에서는 유가족이 피해자인 만큼 그들의 입장을 좀 더 반영했어야 한다고 본다.”
김기윤 “현실적 측면을 고려한 합의안이 나왔다고 본다. 이제는 유가족의 의사가 반영됐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합의한 내용 안에서의 최선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3월 28일 제정된 상설특검법이 6월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수사대상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등이다.
여야는 상설특검법을 기준으로 세월호법을 해결해나가려고 하고 있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여야가 합의를 통해 특별검사후보군을 4명으로 추리고, 7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가 그중 2명을 고르면, 대통령이 1명을 최종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하지만 유가족이 특별검사후보군과 특별검사추천위원회 구성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상설특검법의 적용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김양환 “상설특검법으로 해결한다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따라서 결론이 바뀔 것 같아서 이 법의 적용을 우려하는 거 같은데, 사실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와 같은 사건에서 정치적 이해에 따라 판단을 달리 한다는 것은 아주 저열한 수준의 행태라고 본다. 정치적 관계가 아니라면 상설특검법으로도 충분히 사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른 법을 운용한다 하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면 해결할 묘책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법이 아니라 법의 운용에 문제가 있다.”
김기윤 최정민 “동의한다. 이 제도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다.”
시사오늘 “유가족의 특검추천위원회 구성 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김양환 “추천권을 유가족이 행사하는 것은 위험하다. 유가족은 사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지 않고, 제도적으로도 형사절차에 대해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행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유가족에게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유가족의 의견이 진정성있게 경청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최정민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로 돌아가고 있는 만큼 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유가족의 권리와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어떤 제도가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하거나 신뢰를 잃게 된다면 개정되겠지만, 현재 존재하는 제도적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시사오늘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다시 말하자면 불리한 진실을 숨기려 하는 정치적 압력에 의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특검이 해당 사안에 대해 수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최정민 “기존 검찰이 법무부 소속으로서 직무를 수행한다면, 특별검사는 독립기구로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김기윤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수사 기준이 아니다. 수사는 범죄 행위가 대상이다. 특검의 수사가 잘 됐느냐 못 됐느냐의 기준이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혔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면 안 된다.”
시사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업무 시간 중에 구조 작업을 지시했느냐, 다른 업무를 봤느냐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기윤 “그건 직무유기 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범죄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최정민 “모든 의혹이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행위에 준하는 경우에만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다.”
최근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 이준석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구조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조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김기윤 “배가 침몰했다고 관련자를 다 처벌할 수는 없다. 상당한 수준의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구조’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같지만, 작위 의무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구조 활동 여부가 정치적 논쟁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형사법리적으로 구조 의무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다. 검사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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