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한화 빅딜' 호재 속 그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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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삼성-한화 빅딜' 호재 속 그림자는?
  • 방글 기자
  • 승인 2014.11.2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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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원 돌보기' 실패…매각 계열사 직원들, 배신감 ↑
한화 자금난 우려…2조 원대 인수대금+테크윈 손실액 등
오너家 영향력 재확인…이재용 존재감 드러내고 김승연 경영복귀 신호탄 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삼성이 계열사 4곳을 한화에 넘긴다. ⓒ뉴시스

26일 알려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석유화학‧방위사업 계열사 4곳을 넘기는 일방적 계약인 만큼 M&A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파격적인 거래인 만큼 ‘빅딜’이라는 단어가 횡행하게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것은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를 시작으로 이재용의 입지 다지기, 김승연의 경영 복귀, 재계 순위 변경 등 큼직큼직한 사안들이 얽혀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사오늘>은 삼성-한화 간 빅딜로 재계 이모저모를 분석한다. <편집자주>

지난 26일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방위사업 계열사 4곳을 한꺼번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빅딜은 한화에서 먼저 테크윈을 사겠다고 제안했고, 삼성에서 삼성종합화학 지분 등을 함께 매각하겠다고 역제안하면서 판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는데다 자연스럽게 구조조정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매각되는 계열사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돼 ‘직원 돌보기’에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한진그룹을 제치고 재계 9위로 우뚝 올라 선 데다 주력사업인 방위사업과 석유사업 부분에서 국내 1위로 입지를 굳힌다는 데서 호재라는 평이다.

하지만 2조 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어찌됐든 큰 틀에서 보면 삼성과 한화 모두 ‘윈윈’한 거래였다는 중론이다.

이재용, 빅딜로 리더십 보일까
결단력 보여주기+이부진 방어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뉴시스

실질적 3세 시대를 맞고 있는 삼성그룹은 이번 빅딜로 승계구도가 더 명확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건설 부문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상사 부문,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광고부문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확실해진 것.

삼성테크윈 등 매각 이전에는 이부진 사장이 삼성종합화학의 지분을 보유한 것을 이유로 중화학 부문까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됐던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빅딜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은 이부진 사장의 영향력을 좁히고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그간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스크래치를 내던 ‘카리스마’도 각을 잡았다는 풀이도 나온다.

물론 이번 거래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삼성 내 경영진들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4개 계열사를 매각하는 규모인 만큼 최종 결정에서는 이 부회장이 결단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 부 회장이 삼성 내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회장으로의 승진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말 인사를 코앞에 둔 상황이라 ‘보여주기?’ 타이밍도 적절했다는 분석이다.

삼성테크윈 직원들 “뒷통수 맞은 기분”…직원 돌보기 아쉬워

다만 인수 금액과 직원 반발 등을 이유로 삼성이 겪을 진통은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종합화학의 매각을 두고 삼성이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 당시 삼성종합화학의 가치가 2조6000억 원이었던 것을 근거로 1조600억 원이 반값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갑작스럽게 한화로 가게된 계열사 직원들의 반발로 내홍을 겪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매각되는 계열사 직원들은 “그룹 내부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것도 몰랐다”며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실정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2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방산 분야나 석유 분야에서의 업계 1위는 삼성이 아니라 한화”라며 “직원들에게도 나쁠 건 없다”고 말했다.

또, 위로금 지급이나 전환배치 등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김승연의 승부수, 한화에 ‘호재’ 태풍 부나

한화는 오너 입장에서도 그룹 차원에서도 ‘호재’라는 평가다.

과거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다 자금 문제로 무산된 것을 이유로 이번에도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3개 계열사가 나눠 부담하는 데다 분납할 것으로 알려져 크게 진통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어찌됐든 한화는 이번 빅딜로 한진그룹(39조 원)을 제치고 재계 9위로 올라서게 된다.

자산규모 17조 원 수준인 삼성테크윈을 포함 4개사를 인수하면, 지난해 말 37조 원 규모였던 그룹 자산이 약 55조 원까지 불어나기 때문이다.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국내 1위로 입지를 단단히 굳힌다.

우선 방위산업 부문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로 지난해 기준 1조 원 규모이던 매출이 2조6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18조 원 가량 매출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한화 측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누르고 국내 1위에 오른다.

한화 측은 나아가 세계 일류기업으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 김승연 한화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김승연, 경영복귀 신호탄
자연스럽게 복귀 시기 당겨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등으로 재판 중에 있다가 복귀 시기를 노리고 있던 김승연 회장의 입장에서도 ‘적절한 타이밍’이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은근슬쩍 경영 일선이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

게다가 최근 김 회장의 경영 복귀설이 솔솔 흘러나왔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10일 한화는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그룹 경영기획실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은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더불어 김 회장은 최근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측도 김 회장의 복귀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화 측 한 관계자는 “언제라도 김 회장이 출근하는 날이 복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테크윈 손실액 등 호재 속 '변수'될 듯

하지만 한화 측에도 변수는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단기적으로 금전적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테크윈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14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올 상반기 삼성종합화학에 합병된 삼성석유화학의 경우 지난해 순손실이 421억 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인수자금도, 손실액도 한화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삼성에서 넘어오는 직원들을 다독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메리트를 잃어버린 직원들의 이탈 등으로 생길 차질에도 대비해야 하고, 급여조건 등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다는 평이다.

한편, 이번 빅딜은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 간 이해관계에 따른 자발적 거래였다는 데서 의미를 갖는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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